[오늘의 에듀레터] 당찬 수험생, 갈피 못 잡는 학부모
맛있는교육
기사입력 2014.01.07 09:30
  • 입시달인이 학부모에게ㅣ당찬 수험생, 갈피 못 잡는 학부모(김선진·충북 세광중 교감,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입상담교사단)

    A군은 고교 3년 동안 나와 지속적이고 끈끈한 사제 관계를 맺어 온 학생이다. 그는 좋은 성품과 리더십을 지녔다. 1학년 때 장래희망을 물었을 때, 그는 지역 학생들에게 꿈을 심어주는 좋은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했었다.

    2학년 말에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과목인 물리를 전공하기로 결정한 다음에는 성적이 계속 향상돼 6월과 9월 모의평가에서 지역 국립대와 한국교원대에 들어갈 수 있을 만한 성적이 나왔다. 이후 두 곳 대학 물리교육과에 수시로 지원했지만, 결과는 의외로 최종에서 불합격했다.

    사범대 수시는 내신 비중이 절대적인데, 내가 근무하는 학교에는 우수한 학생들이 많아 3등급 중반의 내신을 받은 것이 불합격의 결정적 이유였다. 다행히 그는 이번 수능에서 기대만큼의 점수가 나와 수시와 똑같은 곳에 지원한 상태다.

    아직 합격한 상태가 아니라 단정 지어 말할 수 없지만, 그가 수능에서 좋은 성과를 얻고 자신의 목표를 이뤄갈 수 있음에는 흔들리지 않는 뚝심이 한몫했다. 주변에서 자신보다 수능과 내신 성적이 좋지 못한 학생들이 수시 합격의 기쁨을 누릴 때에도 A군은 절대 흔들리지 않았다.

    ‘기다림이 지루하지만, 정시에 목표한 곳에 합격할 수 있다면 지금부터 영어와 물리 공부에 전념하겠습니다'라고 그가 의젓하게 말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그의 부모는 달랐다. 그들은 수시 합격자 발표 이후부터 주변인들을 의식하며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듯싶었다. 정시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교사 임용에는 물리보다 수학이 더 유리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밤잠을 설치는 듯 보였다. 아이의 꿈과 노력을 믿고 응원하지 못한 것이다.

    자신의 진로를 정확히 알고 주어진 응시기회를 적절하게 활용하며 묵묵히 단계를 밟는 수험생. 반면 사랑하는 자녀의 미래에 대한 비전과 진로를 존중하면서도 경쟁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기만을 바라며 불안해하는 학부모. 수시와 정시 사이에 전형 기간이 너무나 길게 느껴지는 현 입시 속에서 혼란과 긴장으로 외줄타기를 하는 한 수험생 가정의 모습이다.

    자녀 교육서에서 뽑은 이 한 문장
    아이를 혼낼 때는 하지 말라는 행동 대신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분명하게 알려줘야 한다. (p85)

    -‘말 안 듣는 아이들의 숨은 비밀’(아주좋은날, 박혜원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