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에듀레터] 유치원부터 계급 정해지는 사회
맛있는교육
기사입력 2013.10.04 10:24
  • 부모통신 “쉿, 그거 아세요?”ㅣ유치원부터 계급 정해지는 사회(박해성(40)·경기 성남)

    전 올해 여섯 살인 딸을 둔 아빠입니다. 2년 전부터 아내와 저는 ‘영어유치원’을 두고 논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강남엄마 뺨치게 교육열이 높은 아내는 5세부터 영어유치원에 보내길 원했고, 저는 말리는 입장이죠.

    지금은 제 의견에 따라 아이는 일반유치원에 다니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여섯 살이 되고, 주변 사람들마저 ‘영어유치원’ 타령을 해대니 제 마음도 흔들리더군요. 결국 저는 회사에 휴가계까지 내고 아내와 아이, 같은 또래 자녀를 둔 회사동료 가족과 함께 ‘영어유치원 순례’에 나섰습니다. 제가 사는 지역에서 ‘최고’라고 손꼽히는 세 곳을 정해 차례대로 방문했죠.

    영어유치원에선 제가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많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그 중 하나는 바로 아이들의 ‘계급화’였지요. 원장은 “만약 OO이가 내년에 등원하면 ‘별도 편성된 7세 반’에 들어가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해당 유치원엔 이미 7세 반이 편성돼 있지만, 그 반엔 5·6세부터 다닌 아이들만 들어갈 수 있다는 겁니다. “테스트를 거쳐 5·6세부터 다닌 아이들과 같은 실력을 갖췄으면 들어가도 되지 않느냐”고 반문하자, “절대 불가”란 대답만 돌아왔습니다.

    원장은 “5·6세부터 다닌 아이들의 반은 통칭 ‘엘리트 반’이기 때문에 중도 편입은 안 된다”고 덧붙여 강조하더군요. 저와 아내, 회사동료는 그 말을 듣고는 한발 늦었단 생각에 ‘아차!’ 싶었습니다. 하지만 잠시 후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왜 중도 편입이 되지 않는 것인지, 그 반엔 무슨 특별함이 있는 것인지가 궁금했습니다. “기밀이라 보여줄 수 없다”는 원장의 손까지 뿌리치며 해당 유치원의 교재까지 살펴봤지만, 차이점을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단지 ‘함부로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엘리트 반’이란 근거도 없는 말에 휘둘렸을 뿐이죠.

    원장의 설명대로 “어릴 때부터 엘리트 반에 있어야” 훗날 아이가 훌륭한 사람이 되는 걸까요? 왜 고작 유치원생인 아이들에게까지 ‘계급’을 지어주어야 할까요? 그저 부모들이 ‘어떻게든 엘리트 반에 넣고 싶어’ 안달복달하게 하는 마케팅 상술은 아닐까요? 영어유치원 순례를 마치고, 우리 가족은 의문점만 가득 안고 돌아왔습니다.

    모아두면 책 한 권! 오늘의 교육 명언
    시간 낭비는 모든 지출 가운데 가장 사치스럽고 비싼 지출이다. Waste of time is the most extravagant and costly of all expenses

    -테오프라스토스(생몰연대 미상ㆍ그리스 철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