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에듀레터] 부모 자격, 있습니까?
기사입력 2013.06.26 17:15
  • 박재원의 독설ㅣ부모 자격, 있습니까?

    글 모르는 사람이 남에게 글을 가르칠 순 없다. 같은 논리로 아이 모르는 사람도 아이를 가르칠 수 없다. 학부모에게도 ‘자격’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요즘 주변을 살펴보면 ‘무자격 부모’가 적지않다. 무면허 운전자가 도로 위를 함부로 질주하듯 무자격 부모는 ‘내 아이’란 이유만으로 자녀를 난폭하게 다룬다. “다른 집 애들도 다 한다”며 자녀가 원치 않는 일을 강요하는가 하면, 자녀 성장 과정에 끼칠 악영향을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옆집 학부모를 따라 한다.

    요즘 아이들은 이래저래 고달프다. 해야 할 공부는 산더미인 데다 사회•환경적 요인에 따른 정신적 고통도 상당하다. 자격 있는 부모라면 열 일 제쳐놓고 그런 고충에서부터 아이를 보호하고 위로하는 방법부터 생각해야 한다. 하지만 일부 학부모는 자신이 무자격이란 사실도 모른 채 떠도는 소문에만 의지해 아이에게 끊임없이 뭔가를 강요한다. 일찌감치 강도 높은 학습을 시작한 아이일수록 우울증•ADHD 같은 이상 증상에 시달리기 쉽다. 수포자(수학 포기자) 중 상당수는 과도한 수학 선행학습의 피해자다.

    ‘자식 잘되라고 시키는 일’이란 변명을 내놓기 전 한 번쯤 돌아보자. 아이를 공부로 옭아매는 행위가 혹 부모 자신의 불안감을 달래기 위한 일종의 ‘신경안정제’인 건 아닐까? 아울러 이참에 각자의 부모 자격 유무를 자문자답해보길 강력히 권고한다. 어쩌면 무자격 부모 아래서 힘겨워하는 아이들은 속으로 이렇게 외치고 있을지도 모른다. “날 더 이상 망치지 말아주세요, 제발!”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부설 행복한공부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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