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에듀레터] 학업만으로 채운 안전지대에는 비전이 싹트지 못한다
맛있는 교육
기사입력 2014.05.23 09:29
  • 브런치에듀 특강 | 학업만으로 채운 안전지대에는 비전이 싹트지 못한다(어거스트 홍 조선에듀케이션 행복인성연구소장)

    -5월 16일 자 브런치에듀 특강에서 이어집니다.
    내 동료인 강병진 트레이너는 골프를 칠 때마다 초등학생 딸을 데려간다. 골프 조기교육을 하려는 게 아니다. 나중에라도 골프에 쉽게 입문하고, 다른 스포츠에 대한 관심도 커지길 기대해서다. 다시 말해 아이의 안전지대를 넓혀주기 위해서다.

    내 소망은 일곱 살 난 딸아이가 나중에 반기문 총장처럼 훌륭한 유엔 사무총장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언젠가는 딸아이와 뉴욕에 가서 유엔 본사를 견학하고 싶다. 마치 콘돌리자 라이스의 아빠가 딸을 백악관에 데려갔던 것처럼 말이다. 아이가 더 자라면 내가 참여하고 있는, 난치병 어린이를 위한 봉사단체, ‘Make A Wish 재단’ 활동에도 참여시킬 예정이다. 이런 방법으로 딸아이가 유엔 사무총장이라는 직업에 관심을 갖고 소양을 갖출 수 있도록 점차 안전지대를 넓혀줄 생각이다.

    딸을 MIT에 보낸 한 수학교육학과 교수님의 자녀 교육서를 읽은 적이 있다. 교수님은 딸이 어릴 때부터 보습학원은 안 보내도 예체능만은 열심히 가르쳤고, 외식을 할 때도 허름한 포장마차에서 고급 레스토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식당을 접할 기회를 주었다. 언제 어디서든 꿔다놓은 보릿자루처럼 있지 말고 자연스럽고 세련되게 어우러지는 사람이 되라는 뜻에서였다. 이런 교육을 받았으니 아이의 안전지대가 얼마나 넓어졌을지 상상이 되고도 남는다. 결국 아이는 스스로 유학을 결심하고 미국 동부의 명문 보딩 스쿨에 입학했고, 전액 장학금을 받을 만큼 성실히 공부해 마침내 MIT에 합격했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풍경을 바라보고, 다양한 책을 읽고, 다양한 배움의 기회를 갖게 하면 아이의 안전지대는 자연히 넓어지고 비전 또한 커지게 마련이다. 그런데 이 평범한 진리를 모르는 사람들도 꽤 많다. 한번은 강남에서 꽤 알아준다는 소위 ‘자기주도 전문가’라는 분의 강연을 들었다. 그분 주장은 이랬다. 보험에서 가장 손해 보는 짓이 해약이다. 아이들 예체능 교육도 보험 해약과 같다. 전공할 게 아니면 어쨌든 중간에 그만두지 않느냐. 그런 손해 보는 짓을 왜 하느냐. 차라리 그 비용과 시간을 들여 수학이나 영어를 가르치면 대학이라도 잘 가지 않겠느냐.... 언뜻 들으면 꽤 그럴 듯한 말이다. 하지만 내 보기에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위험한 발상이다.

    요즘 아이들의 비전과 진로는 지나치게 단편적이다. 중학생 아이들에게 비전을 적어 보라고 하면 단기 비전은 과학고나 외고 입학하기, 중기 비전은 명문대 졸업해 대기업 입사하기, 장기 비전은 빌딩 한 채 올리고 월세로 안락하게 살기라고 한다. 물론 이렇게만 살아준다면 부모 입장에서는 걱정할 게 없을 것이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아직 어린 중학생들이 통조림 공장에서 찍어낸 듯 똑같은 비전을 가진 현실이 씁쓸하기만 하다. 이런 단편적 비전들이 넘쳐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수학·영어 공부만 빼고는 세상 모든 일이 다 보험 해약처럼 손해 보는 짓이라고 생각하는 어른들 때문이다. 안전지대를 온통 학업 능력으로만 꽉꽉 채우려는 어른들이야말로 아이들에게서 원대하고 큰 비전, 다양하고 창의력 넘치는 비전을 빼앗는 주범이다.

     

    모아두면 책 한 권! 오늘의 교육 명언

    한쪽 문이 닫히면 또 다른 문이 열린다. 그러나 우리는 닫힌 문만 오랫동안 바라보고 집착한 나머지, 열린 문을 보지 못한다.
    (When one door closes, another opens; but we often look so long and so regretfully upon the closed door that we do not see the one which has opened for us.)
    -미국 과학자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1847~192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