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에듀레터] 순수한 부모 마음, 오염된 부모 마음
맛있는교육
기사입력 2014.05.14 13:29
  • 박재원의 독설 | 순수한 부모 마음, 오염된 부모 마음 (박재원 아름다운배움 부설 행복한공부연구소장)

    대한민국이 침몰했다. 세월호와 함께. 부모들의 마음도, 어른들의 마음도 침몰했다. 모두가 어렵고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다.

    아무리 냉정해지려고 해도 관찰자 입장에서 이번 사태를 바라보기가 너무 어렵다. 감정의 동요를 주체하기가 힘겹다. 하지만 강의를 듣기 위해 모인 부모들에게 눈물을 비출 수는 없다. 최대한 차분함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다가 새로운 사실을 확인하고 깜짝 놀란다. 세월호 침몰 이전과 이후 부모들의 마음에 일어난 큰 변화가 그것이다.

    부모 교육을 하면서 늘 부모 우월주의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독립된 인격체로 존중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것이 자기주도학습의 출발이라고 강조했다. 부모는 우월하고 아이는 열등하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결코 쉽게 아이들에게 주도권을 넘겨줄 수 없기 때문이다.

    또 하나, 내일의 성공을 위해 오늘의 행복을 포기하거나 유예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내일 성공하기 위해 입시 준비에만 매달리면 대부분 심한 스트레스 상태에 빠지게 되고 결국 성공을 욕심낼 뿐 목표를 향해 나아가지 못한다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 행복한 아이가 자신이 지금 느낀 그 행복의 소중함을 체감하면 자신에게 너무도 소중한 바로 그 행복을 지키고 키우기 위해 자발적으로 노력한다.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입시 준비를 해야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수없이 확인했기 때문이다.

    치열한 경쟁 상황에서 생존하려면 부모로서 자기 아이를 우선 챙겨야 한다는 생각, 이기적인 부모가 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숨어 있는 함정도 지적했다. 대한민국 부모 모두가 자기 아이에게만 집착하는 사이에 우리 아이들 모두를 힘들게 하는 우리나라 교육제도의 문제점은 개선되기는커녕 오히려 계속 악화되고 있다. 그런 제도의 문제로부터 결국 내 아이도 예외일 수 없다는 사실을 누구도 쉽게 부정할 수 없다.

    그런데 세월호 침몰 이후 우리나라 부모들에게 변화가 나타났다.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도 결코 쉽게 나타나지 않았던 변화가 순식간에 이뤄졌다. 오만했던 부모로서, 어른으로서의 모습에서 벗어나 아이들에게 진정 미안하다는 진지한 반성을 하고 있다. 아이의 존재 자체를 소중하게 여기고 미래에 대한 불안에서 벗어나 바로 지금 아이와 함께 행복을 누려야 한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사회가 건강하지 않으면, 그래서 우리 모두의 아이들이 건강하지 않으면 결국 내 아이도 건강할 수 없다는 깨달음도 깊고 넓게 퍼지고 있다.

    순수한 부모 마음을 회복한 것이라고 믿는다. 너무도 가슴 아픈 희생을 치르고 얻은 것이기에 반드시 지켜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지나고 다른 사건이 생기면 다시 오염된 부모 마음이 득세할 것이라는 예측을 하고 싶지 않다. 지금 우리나라 부모들이 모두 느끼는 그 마음을 지키기 위해 모두 노력할 때이다.

     

     
    모아두면 책 한 권! 오늘의 교육 명언

    최선을 다하고, 결과는 잊어라.
    (Do you best and forget the consequences.)

    -미국 야구감독 월터 앨스턴(1911~198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