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로 다른 속도와 걸음으로 함께 걷는 아이들의 우정과 용기새로운 동아리 활동인 ‘운동 클럽’이 생긴다는 소식에 교실이 떠들썩하다. 인기 있는 클럽에 들어가려고 앞다퉈 손을 들고, 친한 아이들끼리 같은 클럽에 들어가려고 실랑이가 한창인데, 윤서는 그 모든 일에 관심이 없다. 마지못해 지원자가 별로 없을 것 같은 ‘걷기 클럽’을 시작한 뒤에도 윤서의 태도는 뜨뜻미지근하다.전학 오기 전 윤서는 단짝 친구 채민이가 가정폭력을 당하고 있음을 알게 됐다. 채민이는 비밀로 해달라고 했지만, 윤서는 어른들께 알리는 게 채민이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채민이는 가족들과 떨어지게 됐고, 윤서를 원망했다. 그날 이후 윤서는 누구와도 친구가 되지 않겠다고 결심하게 된다.10대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는 고민부터 남다른 상처까지, 걷기 클럽 아이들은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 진심으로 공감하고, 대신 화내기도 하며 진지하게 해결법을 고민한다. 어른들은 사춘기라 그렇다고, 자라면 해결된다고, 무엇이 옳고 그르다고 정답을 주고 싶어 한다. 하지만 어린이에게는 진심으로 공감해 줄 상대와 스스로 이해하고 납득하길 기다려 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어른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알고도 맡아주지 못하는 역할을 또래들은 진지하게 수행한다.‘헌터걸’, ‘오백 년째 열다섯’ 등 한동안 독자들을 판타지 세계로 불러낸 김혜정 작가는 이번 작품을 통해 어린이들의 현실로 다가갔다. 책 속의 ‘걷기 클럽’ 아이들은 오롯이 두 발을 내디뎌 괴로운 어제와 만만치 않은 오늘을 당당히 걸어간다.‘열세 살의 걷기 클럽’은 속도와 경쟁을 중요한 가치처럼 여기는 시대, 거리두기로 인해 멀어진 오늘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이야기다.혼자 있기 위해 ‘걷기’를 선택한 윤서에게는 이제 함께 걸을 친구들이 생겼다.사계절. 188쪽.글=강여울 조선에듀 기자(kyul@chosun.com) #조선에듀
[신간] 열세 살의 걷기 클럽
Copyrightⓒ Chosunedu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