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찾아가는 문화스쿨'… 경기 광주 곤지암고를 가다
장지훈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7.12.27 14:31

주인공의 “담배랑 평생 절교” 다짐에 박수 쏟아져

  • "네가 나 없이 혼자 지낼 수 있을 것 같아?"

    "모두를 위험하게 만든 게 바로 너였어. 이제 네 말 들을 생각 없어!"

  • 뮤지컬 ‘시크릿트’의 주역들과 경기 광주 곤지암고등학교 학생들. /조현호 객원기자
    ▲ 뮤지컬 ‘시크릿트’의 주역들과 경기 광주 곤지암고등학교 학생들. /조현호 객원기자
    '흡연 예방'을 주제로 꾸민 청소년 뮤지컬 '시크릿트'(극단 디아코노스)의 마지막 장면. 무대 위 남자 주인공 '찬열'이 여자 주인공 '장미'에게 이별을 고하자 객석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여자 주인공은 중독성 강한 담배를 의인화한 캐릭터. 90분간의 공연을 숨죽여 지켜본 관객들은 담배의 유혹을 이겨내고 마침내 금연을 선언한 주인공에게 박수갈채를 보냈다.

    소년조선일보가 주최하는 공연 예술 교육 프로그램 '찾아가는 문화스쿨'이 지난 20일 경기 광주 곤지암고등학교를 찾았다. 350여 명의 학생과 배우들이 하나 돼 현장을 뜨겁게 달궜다.

    ◇학교, 공연장이 되다!… '찾아가는 문화스쿨'
    이날 오후 2시 곤지암고 강당은 이곳을 꽉 메운 학생들이 내뿜는 열기로 후끈거렸다. 삼삼오오 자리를 잡고 앉은 학생들의 얼굴에서 곧 시작될 공연에 대한 기대감이 묻어났다. '뮤지컬 마니아'를 자처한 석정환(1학년) 군은 "매번 서울에 나가 뮤지컬을 보곤 했는데, 학교에서 편하게 만나볼 수 있어 기쁘다"면서 "흡연 예방이라는 주제를 어떻게 풀어낼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윽고 배우들이 하나둘씩 무대에 오르자 시끌시끌했던 강당이 순식간에 고요해졌다. 화려한 조명이 켜지고 동시에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왔다. 음악 밴드 '장미 한 다발'에서 활동하는 중·고등학생 역할을 맡은 배우들이 현란한 춤과 노래를 선보였다. 학교 강당이 어느새 완벽한 공연장으로 탈바꿈해 있었다.

    이날은 지난 7월부터 전국 초·중·고등학교를 돌며 학교 폭력 예방을 주제로 한 공연을 선보여 온 '찾아가는 문화스쿨'이 처음으로 '흡연 예방 뮤지컬'을 선보이는 자리였다. 곤지암고등학교가 첫 공연 장소로 낙점된 것은 이경희 2학년 부장교사의 간곡한 요청 때문이었다.

    이 교사에 따르면 전교생이 660명인 곤지암고등학교는 흡연율이 50%에 달한다. 3년째 흡연 예방 교육을 시행하고,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관련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그러던 중, 이 교사는 인터넷을 통해 '시크릿트' 초연 소식을 접하고 무릎을 쳤다.

    "학생들이 너무 쉽게 담배를 피우는 현실이 안타까웠어요. 하지만 교육이나 처벌만으로는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가 어렵더라고요. 이런 문화 공연을 통한 자기 학습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학생들이 재미있는 공연을 보면서 흡연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스스로 찾길 바라고 있어요."

  • ◇가르침보다 재미에 초점… "웃고 즐기며 자연스럽게 깨우쳤으면"
    뮤지컬 '시크릿트'는 '가르침'이나 '일깨움'에 방점을 찍은 대부분의 교육극과는 달리 '재미'를 강조한 게 특징이다. 10대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미래에 대한 불안이나 꿈, 첫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펼친다. '담배는 해롭다'는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대신, 담배를 의인화한 캐릭터를 내세워 자연스럽게 흡연의 폐해를 깨닫게 한다.

    '시크릿트'의 연출자인 윤은대 극단 디아코노스 기획실장은 "관객이 극에 몰입할수록 교육적 효과도 커진다"고 말했다. "담배가 몸에 해롭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이런 뻔한 사실을 계속 늘어놓기만 하면 오히려 거부감을 느낄 수 있어요. 가벼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으면서도 자연스럽게 극의 주제를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이 작품이 탄생했습니다."

    학생들은 "신선하고 유익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전수진(2학년) 양은 "정말 재밌게 봤다. 흡연 예방 뮤지컬이라고 해서 지루할 줄 알았는데 일반 뮤지컬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또 보고 싶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이연실(2학년) 양은 "원래 담배를 피우지 않았지만, 공연을 보니 앞으로도 절대 피워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강해졌다"고 말했다.

    무사히 첫 단추를 끼운 '시크릿트'는 수정·보완 작업을 거쳐 내년 새 학기부터 본격적으로 학생들을 찾아갈 예정이다. 이 작품을 포함해 초·중·고등학생 대상 학교폭력예방뮤지컬 '심심풀이', 어린이 인성 교육 뮤지컬 '초록구슬' 등 '찾아가는 문화스쿨' 공연 프로그램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홈페이지(edu.chosun.com/art)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