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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와 디지틀조선일보가 공동 기획한 서울미래유산 인생투어가 20회 차 답사를 진행했다. 이 프로그램은 문화해설사와 함께 서울 곳곳에 있는 근현대 문화유산을 둘러보기 위해 마련됐다. 이번 목적지는 바로 용산 이태원. 참가자들은 서울 속의 외국이라 불리는 이태원부터 서울 소시민의 애환이 담겨있는 해방촌까지, 서울시민의 일상을 직접 경험해볼 수 있었다.
◇가구거리·중고서점 등 한눈에 볼 수 있는 이태원 투어
우선 참가자들은 이태원앤틱가구거리를 둘러봤다. 이곳의 역사는 1960년대 주한미군이 철수하며 남긴 가구들을 상인들이 매입해 판매한 것에서 시작됐다. 당시 우리나라는 가구 수입에 대한 규제가 있었기에 주로 미군 부대를 통해 들어온 가구를 유통했다.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가구 수입이 자유로워지자 상인들은 유럽의 앤틱가구를 주로 수입해 새로운 시장을 형성한 것이다. 덕분에 이곳은 100여 개의 오래된 가구 상점이 밀집된 앤틱가구 특화상권으로 자리 잡았다. 오래되고 낡은 가구들이 모여 있는 만큼 마니아층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점차 수요가 늘어나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많아지자 가구 외에도 시계·찻잔, 각종 장신품 등 실용성 있는 물건을 함께 판매하기 시작했다. 서울에서 유일하게 유럽 분위기를 풍기는 곳으로 이색적이면서 고풍스러운 느낌을 받기 충분하다.
길 따라 올라가면 작은 외국 서적 중고서점이 눈에 띈다. 바로 40년의 역사를 담고 있는 포린북스토어다. 1973년에 문을 연 이곳은 서울에서 오래된 중고서점으로 유명하다. 과거 미군 부대 근처 고물상에서 헌책을 수집해 장사를 시작한 것이 시초. 손님은 많지 않았지만 어느 날 미군 부대의 장교 부인들이 펴내던 잡지 ‘아리랑’에 소개된 후 외국인 방문객이 늘었다. 당시 근처 용산 미군기지와 대사관들이 모여 있었기에 책을 찾는 외국인의 발길은 더 많아졌다. 무엇보다 외국 서적 수입이 쉽지 않았던 시대였기에 영어를 배우려는 우리나라 교수와 대학생으로부터 큰 인기를 얻었다. 포린북스토어는 작은 단층의 판잣집으로 시작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지금은 진초록 천막을 드리운 2층 건물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만큼 평소 찾기 어려운 옛날 서적을 볼 수 있는 소소한 재미가 있다.
다음으로 방문한 곳은 해방촌이다. 이곳의 시작은 한국전쟁 이후 해외 귀국 동포와 북에서 온 실향민, 전쟁 피란민 등이 모여 마을을 형성한 것에서 비롯됐다. 그래서인지 해방촌은 말 그대로 ‘해방 직후 생성된 마을’이란 뜻을 담고 있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과거의 모습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어 당시 서울 소시민의 삶과 애환을 그대로 엿볼 수 있다. 이곳의 특징은 5~25° 경사지에 녹지와 열린 공간의 확보 없이 3층 이하의 저층 건물들이 밀집됐다는 점이다. 그만큼 과밀화 문제의 심각성이 대두되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의 거주민들은 대체로 저소득층이 많으며 비경제인구의 비중 또한 높다. 그 때문에 서울의 대표적인 달동네 중 하나로 서민들의 고달픈 삶을 간직한 장소다. 그러나 동시에 과거의 역사와 현재가 공존하는 곳인 만큼 문화유산의 가치가 높은 곳이기도 하다.
참가자들은 마지막으로 해방촌 108계단을 체험했다. 이는 일제강점기에 조성된 돌계단이란 점이 특징이다. 과거 일본은 이 계단을 자국의 군인을 추모하기 위해 신사에 오르는 진입로 역할로 사용했다. 지금은 세월이 흐른 만큼 다세대 주택이 줄지어 있어서 신사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지만 높은 경사로의 계단만은 그대로다. 눈에 띄는 것이 있다면 계단 옆에 보이는 경사형 승강기다. 이는 계단을 이용하기 불편한 노약자와 장애인 등의 편의를 위해 지난 2018년에 설치됐다. 1층부터 4층까지의 높이, 이동속도는 분당 60m로 계단 아래에서 정상까지 1분 정도 소요된다. 승강기를 타고 올라가면 아름다운 서울의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
◇SNS 등으로 시민과 활발한 소통
이 외에도 서울시는 매월 SNS로 시민들과 활발히 소통하고 있다. 서울미래유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공식 채널에서는 시민들의 손으로 직접 뽑는 ‘이달의 미래유산 이벤트’를 실시하고 있다. 또한 서울미래유산을 방문하는 시민의 개별 답사를 더욱 풍성하게 해줄 여권투어를 함께 진행하고 있다.
백운석 서울시 문화정책과장은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많은 국민이 힘든 상황”이라며 “이번 인생투어로 육체적인 건강뿐 아니라 문화적 건강까지 치유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미래유산 사업을 더욱 확산할 것이니 국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한다”고 했다.
한편 한 해 동안 진행됐던 ‘서울미래유산 인생투어’는 이번 20회 차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그동안 사회적 거리 두기로 참여가 어려웠던 이들은 서울미래유산 홈페이지에 올린 지난 랜선 투어 영상들을 볼 수 있다.
[주목! 이 프로그램]서울미래유산 인생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