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에 붙을 때까지 문장 반복… AI 스피커와 영어 대화를
손민선 LG유플러스 AI서비스4팀장
기사입력 2018.11.26 08:41

교육 칼럼ㅣ 영어 말하기 교육 이렇게

  • 손민선 LG유플러스 AI서비스4팀장
    ▲ 손민선 LG유플러스 AI서비스4팀장
    영어를 익힐 때 '말하기'에 접근하는 방법은 읽기, 쓰기, 듣기와는 다르다. 말을 할 때는 문장을 습관처럼 바로 뱉어낼 수 있어야 한다.

    이는 필자가 교환학생으로 간 미국에서 영어 울렁증을 겪으며 느낀 바다. 수업을 듣거나 에세이를 쓰는 건 그럭저럭 해냈는데, 입은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기숙사 친구들의 "Hey, how are you?"라는 인사를 받을 때마다 머리가 하얘지면서, 중학교 1학년 때 이미 뗀 줄 알았던 "Fine, thank you. And you?"라는 말조차 나오지 않았다. 한국어를 영어로 그대로 번역하려던 습관도 문제였다. '곤란하네요'라고 하고 싶은데, '곤란하다가 영어로 뭐지?'라고 생각하니 당황스럽기만 했다. 'troublesome' 'embarrassing' 같은 단어를 몰라도 "I am sorry, but I can't"면 충분하다는 것을 교환학생을 마칠 즈음 깨달았다.

    '말하기는 입에 붙은 문장을 반사적으로 뱉어낼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나름대로 내린 결론이다. 입에 붙은 문장이 나무 기둥이라면, 단어와 확장 구문은 나뭇가지와 잎사귀들이다. 기둥 없는 나무는 가지를 치지도 잎을 맺지도 못한다. 그만큼 말하기를 잘하기 위해서는 기둥이 되는 아주 쉬운 단어와 문장을 여러 번 반복해, 단단히 익혀야 한다는 얘기다. 말하기가 어렵다면 머리가 아닌 '입'으로 습관처럼 뱉을 수 있는 기본 문장을 익히는 것부터 시작해볼 수 있다.

    20대에는 영어 말하기를 어려워했지만, 지금은 영어 교육 서비스를 만들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갈 아이들은 기술의 축복을 받은 세대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더는 글로 영어를 배우지 않아도 된다. 유튜브를 비롯한 플랫폼에는 영어 동영상이 널려 있다. 아이가 모국어와 외국어를 구분하기도 전에 아이에게 영어를 들려주는 열성적인 엄마들도 많다. 흐뭇한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우리 아이들이 말할 기회가 부족한 건 아쉽다. 영어 영상과 노래는 아이들이 중간에 말하려 끼어들기 어려울 수 있어서다.

    AI 스피커는 '말하기'를 도와줄 수 있다. 이에 오랫동안 영어 교육 사업을 해온 교육기업 YBM도 동참해, U+ 우리집AI를 바탕으로 'YBM 영어말하기'를 만들었다. 이제 막 영어를 시작한 아이들에게 영어 공부는 스피커와 주거니 받거니 노는 것으로 충분할 수 있다. 베타테스트 기간에 아이들이 보여준 모습은 놀라웠다. 영어를 배워본 적이 없는 아이도 주저 없이 영어를 따라 했다. 스피커 속 원어민 선생님의 "How are you?"라는 안부 인사에, 아이들은 낯설어하거나 당황하지 않고 능청스럽게 "I'm good"이라 답했다.

    AI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으며, 미래에는 지금보다 더 많은 가정이 AI 스피커를 보유할 가능성이 크다. 우렁차고 자신 있게 영어를 말하는 아이들을 보며, 오래전 미국에서 잔뜩 주눅이 든 채 입을 다물었던 나 자신의 모습을 떠올린다. 지금 아이들은 그러지 않았으면 한다. 매일 5분씩 자신의 말하기 나무를 키우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