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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병일 지학사 회장이 13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0세. 1932년 충청남도 서천에서 태어난 고인(故人)은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을 지내며 평생을 교육출판계에 헌신했다. 서울고등학교, 서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한 후 1965년 도서출판 지학사를 창립한 이후 지금까지 대한민국 교육의 근간이 되는 교과서와 교재 개발에 열정을 쏟았다.고인은 지난 58년간 ‘교육 백년대계’라는 신념 아래 국·검·인정 교과서, 학습참고서 ‘하이라이트’ 시리즈, 월간 독서평설, 청소년·어린이 도서 등 다양하고 가치 있는 책들을 만들었다.1965년, 당시 33세였던 청년 권병일은 ‘이 세상 어디를 가도 자신의 제품에 이름 석 자를 새기는 물건은 예술품과 책밖에 없다’ ‘내가 만드는 물건에 내가 만든 이름 지학사를 새겨 넣자’는 생각으로 지학사를 설립했다. 이후 청년은 ‘창업주 권병일 회장’이 됐다. ‘명예는 남는다. 앞으로도 남는다’고 강조해온 권병일 회장. 그는 수많은 책 위에 ‘지학사’를 새기고 또 새겼다.1988년부터 1992년까지 제38대와 39대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을 지냈으며, 1992년에는 옥관문화훈장을 수훈했다. 이어 1996년 서울시 문화상을 수상하는 등 대한민국 교육출판계에 큰 발자취를 남겼다.유족으로 부인 민숙자씨와 장남 준성(벽호 대표), 차남 준구(지학사 대표), 장녀 희정, 사위 최대우(한국외대 교수·애자일소다 대표)씨가 있다. 빈소는 분당 서울대학병원에 마련됐으며, 15일 오전 7시 발인 예정이다. 장지는 용인공원 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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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생전(生前) 언론과의 인터뷰 중 주요 내용이다.“문화에 기여한다는 긍지 없이는 출판을 할 수 없다.” -스포츠서울, 1988년 10월 26일-“옛날에 영국의 저명한 출판 입문서를 읽어 본 적이 있는데, 그 책 중에 ‘좋은 책을 만들면 돈을 벌지 못한다 할지라도 생활은 할 수 있다’는 구절이 눈에 띄더군요. 바로 이것이다 싶어서 출판사를 차렸습니다. 경험이 없었던 터라 고생은 좀 했지만 지금 생각해도 백번 잘한 것 같습니다. 사실, 책을 만들어낸다는 것은 사명감이나 긍지를 갖지 않고서는 버텨내기가 어려워요. 오랫동안 그런 관념이 박혀서인지 이제는 긍지만 갖고 일합니다.” -여성백과, 1988년 4월호-“출판은 다른 업종과 달리 공공성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숙명을 지니고 있습니다. 상업성과 윤리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쫓아야 하는 거죠. 적자가 날게 뻔하더라도 이런 책이 우리 사회에 필요하다 싶으면 재력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내야 하거든요.” -내외경제신문, 1992년 10월 30일-“세계 10위의 출판 대국으로 성장했으면서도 우리보다 작은 나라에서 국제도서전을 연다는 데 대한 부끄러움도 큰 부담이 되었지요. (중략) 재임 중에 국제도서전의 기틀을 다지는 것이 소망입니다.” -1990년 서울도서전 개최 관련-“이 세상 어디를 가도 자신의 제품에 이름 석 자를 새기는 물건은 예술품과 책밖에 없습니다.” 1965년 8월 26일, 지학사의 문이 처음 열린 날. 33세의 청년 권병일은 그런 생각을 했다. ‘그래, 내가 만드는 물건에 내가 만든 이름 ‘지학사’를 새겨 넣자’고. 어느덧 50년의 세월이 흘러, 그 청년은 창업주 권병일 회장으로 직함이 바뀌었다. 그리고 책 위에 수없이 이름을 새기고 또 새겨 온 지학사가 50돌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는 이렇게 생각한다. ‘명예는 남는다. 지학사 50년, 명예는 앞으로도 남는다.’ -배움에 뜻을 둔 이들의 빛, 지학사 50년사 분문 중에서, 2015년 8월-내일을 향해 다시 나아가야 할 때입니다. 지학사 창업 50년을 맞이해 자축의 박수를 보냅니다. 오늘이 있기까지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때론 벅차고 많이 힘들기도 했지만, 책에 새겨지는 지학사의 이름을 걸고, 미래를 위해 움직인다는 사명감으로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지학사 50년사> 발간을 계기로 하나하나 뒤돌아보니 안타까운 순간도 더러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감격스럽고 보람찬 날들이 훨씬 많았다고 생각합니다. 이젠 내일을 향해 새로운 각오로 다시 나아가야 할 때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지금껏 부지런히 달려온 것처럼, 중단 없이 내일을 향해 힘차게 달리는 지학사의 모습과 단단한 의지를 기대합니다.지난날 영광을 누린 출판사 중에, 지금은 초라해졌거나 아예 곁에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것은 변화에 발맞추지 못했고, 자신과의 싸움에 의지가 약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사업 환경은 암벽 등반과도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내려다보면 아찔하고, 올려다보면 구름 위 정상이 어디쯤인지 까마득하기만 합니다. 그럴수록 손끝과 발끝에 힘을 주면서 자신과 싸워 나가야 합니다.책을 만드는 과정이 바로 그런 길이고, 교육 기업으로 걸어가는 길 또한 그렇습니다. 마음의 근육을 키워 가며 고난보다 강한 의지로 변화에 대응해야 합니다. 지난 50년과 마찬가지로 다가올 50년도 그렇게 달려가길 당부합니다. 그 이름을 미래에도 당당히 새기는 지학사가 되길 바라고 또 바랍니다. 감사합니다.-배움에 뜻을 둔 이들의 빛, 지학사 50년사 기념사 전문, 2015년 8월-故 권병일 회장의 주요 이력 및 경력 사항- 1932년 충남 서천 출생- 1951 서울고등학교 졸업- 1957 서울대학교 법학과 졸업(법학사)- 1965 도서출판 지학사 창립- 1974 (사)학습자료협회 부회장- 1984~1987 (사)대한출판문화협회 부회장- 1984 주식회사 지학사 창립- 1988~1992 제38, 39대 (사)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 1992 옥관문화훈장 수훈- 1996 서울시 문화상 수상- 1999~2003 (사)한국잡지협회 이사- 2007 대한민국교육산업경영인 대상- 2008 한국외국어대학교 특별공로패 수상- 2010 대한출판문화협회 감사패 수상- 2010 한국교육학회 감사패 수상- 前 (사)한국검인정교과서협회 이사- 前 (사)대한출판문화협회 고문- 前 (사)학습자료협회 이사- 前 마포세무서 고문- 前 서울대학교 법대 11회 동창회장
[조선에듀] “제품에 이름 석 자 새기는 물건은 예술품과 책밖에 없어”... 권병일 지학사 회장 별세
●“책을 만들어낸다는 것은 사명감이나 긍지를 갖지 않고서는 버텨내기가 어려워요”
●“출판은 다른 업종과 달리 공공성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숙명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 세상 어디를 가도 자신의 제품에 이름 석 자를 새기는 물건은 예술품과 책밖에 없습니다”
●“사업 환경은 암벽 등반과도 같습니다. 내려다보면 아찔하고, 올려다보면 구름 위 정상이 어디쯤인지 까마득하기만 합니다. 그럴수록 손끝과 발끝에 힘을 주면서 자신과 싸워 나가야 합니다”
●“마음의 근육을 키워 가며 강한 의지로 변화에 대응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