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청소년기 인문사회 분야 독서의 진정한 가치
김대연 리딩엠 평촌센터 원장
기사입력 2021.09.29 17:40
  • 김대연 리딩엠 평촌센터 원장
    ▲ 김대연 리딩엠 평촌센터 원장
    몇 년 전, 리딩엠 수업에 참여하고 있던 중2 학생 학부모께서 상담전화를 했다. 학생의 오빠가 명문 자사고에서 전교1, 2등을 다투고 있는데, 정작 본인은 도대체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한다며, 학생에게 동기부여가 될 수 있는 조언을 부탁했다. 그 학생을 만나 필자가 해 준 조언은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성적을 거둬야 명문 대학을 갈 수 있고, 그래야 좋은 직업을 가지고 출세를 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아는 만큼 보이고, 많이 보이는 만큼 삶은 더 재밌어진다”는 말과 함께,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읽어보라고 건네줬다. ‘독서는 세상을 내다보는 창’이기에 풍부한 독서를 통해 세상을 보는 창을 더 넓힐 수 있고, 그 큰 창으로 내다보는 세상은 더욱 흥미롭고 재미있을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후 그 학생은 리딩엠 수업에 즐겁게 참여하며 자신의 지적 탐구심을 채워 나갔고, 지금은 대학에 진학해 학문탐구의 길을 걷고자 하는 자신의 목표를 향해 한 발 한 발 나아가고 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여러 영역에서 좋은 점수를 얻기 위해서는 인문사회 분야에 대한 충분한 교양을 갖춰야 하고, 학생부종합전형에서도 인문사회 분야에 대한 충분한 소양이 필수임을 많은 학부모도 이미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소탐대실의 실수를 범하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대학 경제학부 1, 2학년 수준의 내용을 담은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를 초등학생들에게 읽히기도 하고, ‘필독 고전 리스트’라는 것을 만들어 어려운 고전을 중학생들에게 억지로 읽도록 강요하는 것 등이 그 예다. 그러나 이런 식의 인문사회 분야 독서는 학생들에게 “이런 종류의 책은 따분하고 재미없어”라는 선입견과 고정관념을 갖게 해 결국에는 인문사회 분야의 책들과 영영 멀어지게 하는 안타까운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초중등 시기 학생들의 독서에서 반드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재미있는 독서’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인문사회 분야의 독서에서도 마찬가지다. 플라톤의 이데아론을 알기 위해 플라톤의 ‘국가론’을 중학생이 반드시 읽어야 할 필요는 없다. ‘플라톤 영화관에 가다’(리딩엠 중3수업도서)를 읽으며, 책 속에 펼쳐진 홀로그램의 가상현실 속에서 플라톤과 대화를 나누고 그 과정에서 ‘사물의 원형으로서의 이데아’의 개념에 대해 알아 나갈 수 있다.

    삶과 죽음의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 실존주의 철학자 하이데거와 사르트르의 저서들을 중학생이 꼭 읽어야 할 필요도 없다.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리딩엠 중1 수업도서)를 읽으며 루게릭 병에 걸린 사회학 교수 모리와 그의 제자 미치의 열네 번에 걸친 대화 속에서,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접할 수 있다.

    청소년기의 지적 발달 과정에 맞춰 인문사회 도서를 읽어나가며 인간을 이해하는 힘과 세상을 이해하는 힘을 키워 나갈 때, 학생들은 지적 탐구를 통한 앎이 가져다 주는 기쁨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이에 자연스레 뒤따라오게 되는 학업성과의 향상은, 오히려 작은 성취일 뿐이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교보문고 창립자 대산 신용호 선생이 남긴 말이다. ‘독서란 사람의 인격과 가치관이 형성돼 과정’이라는, 독서의 본질을 정확히 짚은 말이다. 인격이 완성되고 세상을 이해하는 기준이 되는 가치관이 정립되는 중요한 시기인 청소년기에, 인문사회 분야의 독서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