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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학력 저하와 미래사회 대비를 위해 각 시도교육청이 다양한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정부 교육정책의 빈틈을 메우고, 지역에 적합한 교육을 하려는 의도다. 다만, 교육과정이나 평가제도 등 교육의 ‘틀’을 바꾸는 정책은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경북도교육청은 내년부터 초등학교 3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 국어·영어·수학·사회·과학 등 5개 교과에 학업성취인증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정부가 중학교 자유학기제를 도입하면서 학생이 스스로 성취 수준을 가늠할 수 없는 점을 보완하는 조치다. 학생이 원하는 시기에 온라인 평가 시스템을 활용해 성취 수준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홍경옥 경북교육청 중등교육과 장학사는 “학생이 원하는 시기에 언제든지 문제를 풀고,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교육청도 기초학력 저하를 막기 위해 내년부터 초 3과 중 1 학생을 대상으로 기초학력 진단검사를 실시한다. 객관식 시험으로, 모든 학생에게 표준화한 도구를 활용해 평가하는 게 특징이다. ‘일제고사’ 성격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일부 교원단체의 비판을 받았지만, 서울교육청은 기초학력 진단검사 도입 준비에 착수한 상태다.
전남도교육청은 평가 대신 책임지도 보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세웠다. 장석웅 전남교육감은 지난 23일 송년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배움이 더딘 학생을 집중적으로 지도할 수 있도록 시·읍 지역부터 초 1의 학급당 학생 수를 25명으로 점차 감축하겠다”고 말했다. 교사가 학생의 개인별 학업 수준을 보다 꼼꼼히 살필 수 있도록 학생 수를 줄이겠다는 의미다. 이외에도 초 1~2 담임교사의 문해력과 수해력 의무 연수를 실시할 계획이다.
미래사회를 대비하는 교육 역시 시도교육청의 각기 다른 대응이 눈길을 끄는 지점이다.
개별 학교의 교육과정에 인공지능(AI) 교육을 반영하려는 움직임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달 서울시교육청은 오는 2024년까지 관내 특성화고 10곳을 AI고나 빅데이터고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계속되는 신입생 미달로 인한 특성화고의 위기를 극복하려는 방안으로 AI 교육을 제시한 것이다. 충북교육청은 지난 23일 발표한 ‘충북 고교 혁신, 미래인재육성모델’을 통해 도내 과학고에 AI 관련 교과목을 4단위 신설하고 소프트웨어(SW) 시수를 확대하기로 했다. 장기적으로는 충북과학고(9학급 162명)를 AI 기반 영재학교(24학급 360명)로 확대 전환할 계획이다.
단위 학교 차원을 넘어 교육과정과 평가방식 자체에 변화를 주려는 시도교육청도 있다. 지난 7월 한국어판 국제 바칼로레아(IB) 도입을 공식화한 대구와 제주교육청은 내년 각각 9곳, 1곳의 후보학교를 운영할 예정이다. 이들 교육청은 토론과 논·서술형 중심 교육과정인 IB를 통해 ‘집어넣는 교육’이 아닌 ‘꺼내는 교육’으로서 교육의 패러다임을 전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각 지역의 특성을 반영해 효과적인 정책 모델을 만들어내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시도교육청이 추진할 수 있는 정책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설정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제영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육과정이나 평가방식 등은 국가 수준에서, 이에 대한 세부 운영 방안 등은 시도교육청에서 마련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일례로, 고교 교육과정에서 IB를 적용하는 건 대입제도와 연계되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처럼 각 시도교육청이 추진하는 정책은 당분간 더욱 다양해질 전망이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원 인사부터 교육과정 운영에 이르기까지 넓은 분야에서 전권을 가진 각 시도교육감은 자신의 철학이나 비전을 담아 다양한 정책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며 “향후 주변 시도교육청과 서로 우수사례를 공유하면서 비슷한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교육청의 역할은 어디까지?” 다양해지는 시도교육청의 정책실험
-다양화 배경엔… 교육정책 공백 해소·미래 인재 양성방안 필요성
-“시도교육청 정책 더욱 다양해질 것… 추진 가능 범위 고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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