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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편입, 사법고시, 국비유학 시험…. 10여 년간 굵직굵직한 시험을 치르며 이지훈(43) 변호사는 깨달음 하나를 얻었다. 공부는 밑 빠진 독에 물 채우기라는 것. 물이 빠지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물을 채워 넣어야만 합격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다. 이 변호사는 ‘공부 좀 해 본 사람’으로서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독을 채울 수 있는지 유튜브 ‘아는 변호사’를 통해 전한다. 지난달에는 그간 소개한 내용을 보강해 ‘공부, 이래도 안 되면 포기하세요’라는 책을 펴냈다.
◇성공적인 단권화, 합격을 가른다
지난 11일 서울 중구에서 만난 이 변호사는 1995년 숙명여대 경제학과에 입학했다가 법학에 흥미를 느껴 2000년 고대 법학과로 편입했다. 사법시험에 합격해 2005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군법무관으로 일했다. 그 사이 국비유학생으로 중국 칭화대에서 법학 석사학위도 취득했다.
이 변호사는 남다른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비결로 단권화(單卷化)를 꼽았다. 단권화는 수험생들이 주로 보는 교재들의 내용을 한 권으로 압축, 정리해 공부하는 것이다. 책들을 비교한 뒤 정리가 잘된 부분을 뽑아 단권화 하기로 결정한 책에 담으면 된다. 그는 “단권화가 완성돼야 머릿속에 빠르게 정보를 집어넣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많은 분량을 얼마나 보기좋게 정리했는지에 따라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속도가 달라져요. 유의할 점은 공부하는 동안 정리법이 바뀌면 안 된다는 겁니다. 펜의 종류와 굵기, 색깔은 시험 끝날 때까지 동일해야 해요.”
처음에는 어떤 내용이 중요한지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지우기 쉬운 연필로 밑줄을 긋거나 정리한다. 기본 정리가 끝나고 난 뒤에는 강조하고 싶은 부분에 색연필을 그어 부각시킨다. 이 변호사의 경우 연두색은 개념 정리, 하늘색은 학설, 빨간색은 판례 등 내용에 따라서 정리할 색을 정해뒀다. 직관적으로 정리를 해두면 다음에 볼 때 전체가 이미지처럼 한 번에 와닿기 때문이다. 그는 “이렇게 단권화한 교재는 시험장에 가기 전까지 최소 여섯 번 이상은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모의고사는 최소한으로”
장기전을 벌여야 하는 시험에서는 완급 조절을 해야 한다. 이 변호사 역시 사법고시를 준비할 때 하루 10시간 공부를 한 뒤에는 휴식을 취했다. 다만 일상에 급격한 변화를 주는 활동보다는 가족과 밥을 먹거나 영화를 봤고, 마지막으로 독서실에 들러 다음날 학습 계획을 세우며 몸과 마음을 다시 ‘공부 모드’로 전환했다.
정신력도 합격의 당락을 좌우한다. 일부 학생들은 시험을 앞두고 치르는 모의고사에 결과에 흔들리곤 한다. 이 변호사는 “는 결과가 너무 잘 나와도, 나쁘게 나와도 독이 될 수 있다”면서 “본인의 수준을 파악하기보다는 시험 환경에 적응하려는 목적에서 최소한으로만 볼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국가직 공무원 시험이 잇따라 연기되면서 불안감에 휩싸이는 수험생들도 많다. 이 변호사는 “이런 상황에서는 그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묵묵히 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스스로에게 확신을 갖고 본인이 세운 일과표대로 실행해 나가라”고 조언했다. “다른 일들은 내가 투자한만큼의 결과가 나온다는 보장이 없어요. 그런데 공부는 100을 노력하면 정말 100만큼의 결과가 나와요. 공부가 가장 쉽다는 게 틀린 말이 아니라니까요.”
“합격을 부르는 공부법은 따로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