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빨로 공기업行”…‘인국공 사태’에 뿔난 취준생들
하지수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20.06.25 15:15

-인천공항, 보안검색원 1900명 정규직화
-취준생·시민단체 등 형평성 문제 제기

  • “공기업 서류에서 탈락해 마음 추스르고 공부하려 했는데…. 이런 일이 생기니 어이없고 허탈하네요.”

    “지금껏 열심히 공채 준비한 제가 바보 같이 느껴져요.”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의 보안검색직원 정규직 전환 결정에 대한 후폭풍이 거세다. 취업준비생(취준생)들이 즐겨 찾는 커뮤니티에는 불만글이 줄을 잇고 공기업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멈춰달라는 국민청원은 하루 만에 20만명의 동의를 받았다. 시민단체도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상황은 지난 23일 촉발됐다. 이날 인국공은 “정부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을 적극 이행하기 위해 보안검색요원 1902명을 정규직 청원경찰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적극 전환을 선언한 2017년 5월 12일 이전 입사자들은 적격 심사를 거치고, 이후에 들어온 자는 공개경쟁으로 채용하기로 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취준생들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즉각 반발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방구석에서 공부만 하지 말고 공기업 아르바이트 뛰면서 인생역전 노려보자’, ‘2년 넘게 준비해서 공기업 들어온 게 억울하다’, ‘2017년 5월 이전 입사자는 사실상 특혜를 받는 것. 이후 입사자도 과연 기존 정규직 취준생과 같은 기준으로 채용할지 의문’ 등의 글이 올라왔다.

    공공기관 입사를 준비 중인 박모(31)씨는 “인국공은 취준생들의 선호도가 높아 서류 통과하기도 ‘하늘의 별 따기’”라면서 “시간과 비용을 들여가며 준비한 사람만 바보 된 꼴”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주변에서 ‘이제는 노력이 아닌 운으로 공기업 들어간다’고들 한다”고 덧붙였다.

    당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공기업 비정규직의 정규화를 중단해달라’는 내용의 글도 게재됐다. 청원인은 “그간 한국도로공사와 철도공사, 서울교통공사 등 많은 공기업에서 비정규직의 정규화가 이뤄졌다”고 했다. 이어 “이번 인국공의 정규직 전환은 정말 충격적”이라며 “정직원 수보다 많은 이들이 정규직 전환이 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이건 평등이 아니라 역차별이고 청년들에게는 더 큰 불행”이라며 무분별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청원은 하루 만에 청와대 답변 기준인 20만명의 동의를 얻었다.

    더불어 시민단체 사법시험준비생모임은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라며 25일 국가인원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단체는 “청원경찰을 직접 고용한 행위는 비정규직 중 직접 고용되는 대상자들과 취준생들간 고용에 있어서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의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에 해당한다”면서 “법령·제도·정책·관행의 시정 또는 개선을 권고해달라”고 했다.

    대규모 정규직 전환에 신규 채용이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우려가 커지자 청와대 측은 이번 결정이 취준생의 일자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황덕순 청와대 일자리수석은 25일 김어준의 뉴스공장(tbs)에 출연해 “비정규직 보안검색직원의 일자리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이라며 “현재 공사에 취업을 준비하는 분들의 일자리와는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인국공도 사실과 다른 부분을 해명했다. 특히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정규직으로 전환됐다는 내용에 대해 보안검색직원은 전문성을 갖춰야 해 단순 아르바이트가 불가능한 직군임을 강조했다. 인국공은 “보안검색요원은 공항의 생명·안전과 직결된 직무인 보안검색 업무를 담당한다”며 “2개월간의 교육을 수료하고 국토교통부 인증평가를 통과해야만 일을 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