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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로 다가온 9회 변호사시험(변시) 합격자 발표일을 앞두고 합격률을 둘러싼 법조계의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측은 60% 이상(약 2000명 이상)을, 대한변호사협회(변협)는 50% 이하(약 1500명)를 각각 주장하고 있다. 지난 8회 변시 합격률은 50.7%(1691명)이다.변시 합격률은 법무부장관이 정한다. 매년 법무부 변시 관리위원회 전체회의 심의를 통해 합격자 규모를 논의하고, 통상 법무부장관은 이 의견에 따라 합격자를 발표한다. 로스쿨 도입 초기엔 합격률이 높았으나 매년 낮아져 최근엔 50%대를 유지하고 있다. 1회 변시 당시 합격률은 87.1%로, 1665명이 지원해 1451명이 합격했다. 그러나 합격률은 2회 75.1%, 3회 67.6%, 4회 61.1% 등 계속해서 낮아졌다. 5회 시험 합격률은 55.2%로 역대 처음으로 50%대에 진입했고, 6회 51.4%, 7회 51.4%, 8회 50.7%를 기록했다.◇ 낮은 합격률로 법조인력 배출계획 차질로스쿨 측은 장기적으로 변시를 자격고사화하고, 그 일환으로 올해 시험부터 합격률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낮은 합격률 때문에 변시를 통과하지 못해 시험 준비로 시간을 허비하는 ‘변시낭인’이 속출하고, 이로 인해 로스쿨 교육도 왜곡됐다는 이유다.실제 이들의 주장처럼 변시 합격률이 지속적으로 낮아지면서 변시 응시자 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 1회 시험 당시 1665명이던 변시 응시자 수는 지난해 8회 시험 당시 3330명으로 2배 늘었다. 불합격자 수도 1회 214명에서 8회 1639명으로 8배가량 증가했다.게다가 변시 합격률을 낮게 유지하면서 로스쿨이 고시학원처럼 변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특히 변시의 문제가 합격률 통제 등을 위한 변별력을 확보하려고 판례 위주의 암기시험으로 고착화하면서 일선 로스쿨 역시 변시에서 고득점을 하기 위한 교육이 늘었다는 것이다. 실제 최근 로스쿨협의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로스쿨 재학생 2171명 가운데 1347명(52.8%)이 현행 변시가 법학교육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응답했다. 보통이다 757명(349%), 긍정적이다 267명(12.3%) 등이다. 교수도 마찬가지다. 25개 로스쿨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법학교수 203명 가운데 124명(61.3%)은 변시가 법학교육에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보통 59명(29.2%), 긍정적이다 19명(9.4%) 등이다.이들은 또 변시의 낮은 합격률로 인해 국내 법조인력 배출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2009년 로스쿨 도입 이후 배출된 법조인력 수는 1만9532명이다. 사법연수원과 변시를 통해 배출된 변호사 수를 합한 수치다. 로스쿨 도입 당시 법조인력 수급전망(2009~2019년) 2만2696명보다 3164명(13.9%) 적은 수치다.이 때문에 로스쿨 측은 장기적으로 변시를 자격고사화하고, 올해부터 합격률을 최소 60%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변시 합격 기준 강화는 국민적인 여론이 같은 주장에 반대하는 변호사들은 한 차례 변시를 통해 배출하는 변호사 수를 1500명 규모로 통제하는 게 사회적 합의라고 반박했다. 남기욱 변호사(법무법인 율원)는 “로스쿨 도입 당시 학생의 자연감소율을 10%로 상정하고 입학정원의 75% 수준인 1500명을 변시를 통해 합격시킨다는 게 사회적 합의사항”이라며 “이와 함께 5년 5회 응시자격을 부여한 것은 양질의 법조인을 선발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이라고 했다.남 변호사는 이어 “이처럼 제도 설계 당시 변시 응시자 대비 합격률은 어느 정도 하락한다는 점이 예정돼 있었다”며 “현재 응시자 대비 합격률은 50% 전후이나 초시 합격률 기준으로는 70%에 육박한다”고 설명했다. 상당수 대학의 누적 합격률 기준이 80% 를 상회한다는 점도 덧붙였다.도리어 국민은 보다 엄격한 변시 합격기준을 요구한다는 주장도 했다. 남 변호사는 한국법제연구원이 수행한 ‘2019 ISSUE 관련 국민 의견조사’(2019년 12월 30일) 결과를 인용해 “국민 대다수는 변시에 대한 합격기준 강화와 함께 실력 향상을 기대했다”며 “제도 개선을 선행하지 않은 (변시) 합격자 수 증가는 이런 여론과 배치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실제 의견조사 결과를 보면 로스쿨 제도 개선이 필요한지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59.5%가 ‘대체로 필요하다’(42.7%), ‘매우 필요하다’(16.8%)고 응답했다. 제도 개선점을 1~3순위로 질문한 결과 로스쿨 입학 기준 강화가 23.3%, 변시 합격 기준 강화가 23.1%로 높았고, 실무능력 향상(16%)과 교육 수준 강화(14.6%)가 뒤를 이었다. 제도 개선점을 1~3순위까지 통합한 조사결과는 ‘변시 기준 강화 63.8%, 실무능력 양성 60%, 교육 수준 강화 54.7%다.현직 변호사들이 어려움에 부닥친 현실을 고려해 합격률을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최근 변협은 법무부에 9회 합격자 결정 관련 의견서를 전달하고, 합격자 수를 1000명 이하로 결정하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구와 경제성장률이 감소하고, 코로나19로 인해 상황이 악화됐다는 이유다.정재욱 변협 대변인은 “변호사수급 상황이나 수요, 유사직역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행정사만 약 34만명에 달하고, 변호사의 경제적 여건도 부실한 현실적 조건을 고려해달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사건수감이 늘지 않고 있어 변호사의 어려움이 크다는 이유도 있다. 지난 2018년 서울지방변호사회 소속 변호사의 월 평균 수임 건수는 1.2건으로 저조한 상황이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변시 합격 발표 코앞 … 법조계는 합격률 논쟁 중
-불합격자 수 1회 214명 8회 1639명 8배 늘어
-판례 위주 암기시험 전락 … 법학교육에 부정적
-배출규모 1500명은 양질의 교육 위한 합의사항
-사건수감 1년 1.2회 등 경제적 어려움도 커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