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획일적 공정 강요받는 대학 사회... 정부 출연금 위력서 벗어나야”
백승구 조선에듀 기자 eaglebsk@chosun.com
기사입력 2022.12.05 10:18

●“대학 공동체 기부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방법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대학교육 경쟁력, 64개국 중 47위... “대학도 배급경제 벗어나 스스로 가진 자산 활용해 미래 개척할 재원 만어야”

  • 서울대는 등록금 비중이 19%로 하버드와 큰 차이가 없지만, 정부 출연금이 57%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김덕한 부장은 “서울대의 등록금 수입은 지출하는 인건비의 절반도 되지 않을 만큼 규모 자체가 적으니 어차피 정부 출연금의 위력에서 벗어날 수 없는 구조”라며 “이런 식으론 세계 최고 대학과 경쟁할 자금력을 확보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평가했다.
    ▲ 서울대는 등록금 비중이 19%로 하버드와 큰 차이가 없지만, 정부 출연금이 57%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김덕한 부장은 “서울대의 등록금 수입은 지출하는 인건비의 절반도 되지 않을 만큼 규모 자체가 적으니 어차피 정부 출연금의 위력에서 벗어날 수 없는 구조”라며 “이런 식으론 세계 최고 대학과 경쟁할 자금력을 확보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평가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지난해 작성한 ‘세계 경쟁력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 순위는 2018년 27위에서 2021년 23위를 차지했다. 교육 경쟁력은 같은 기간 25위에서 30위로 떨어졌다. 특히 대학교육 경쟁력은 64개국 중 47위였다. 국내 대학의 우수 논문 생산 실적과 연구 영향력도 선진국에 비해 낮았다고 한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 사이언스에 논문을 많이 게재한 순위 300위 안에 든 국내 대학은 5곳에 불과했다. 

    대학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은 없을까. 대학 관련 기관이 아닌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해 내놓은 해법을 되새겨보자. 먼저 교원 역량 평가를 확대하고, 우수 교수를 유치해 연구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둘째, 기업의 수요에 맞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4차 산업혁명 관련 학문을 육성하고 학과별 칸막이를 없애 졸업생의 평판을 높여야 한다. 특히 대학 관련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셋째, 대학 기부 문화를 활성화하고 대학 등록금 동결을 풀어 재정을 확충하고 해외 석학을 유치해야 한다. 요컨대 세계적 수준의 대학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김덕한 조선일보 사회정책부장이 5일 조선일보 ‘태평로’ 칼럼에서 “전 국민이 대학교육을 받을 수 있을 정도가 됐고 다양성과 창의성이 중요한 시대가 됐지만, 획일적 공정에 대한 강박이 더 강해지고 있다”며 “한국 대학은 입시뿐 아니라 거의 모든 면에서 획일적 공정을 강요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등록금도 교육부가 14년째 동결시켰다. 이제 대학은 세금 지원 말고는 재원을 구할 방법이 마땅찮으니 정부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배급 경제 시대에 살게 됐다”고 했다.  

    우리나라 대학의 재정 취약성은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고 한다. 예컨대 미국 하버드대의 올해 지출 예산은 58억 달러(약 7조5400억원)인데, 서울대는 9410억 원으로 8분의 1도 되지 않는다. 미국 대학들은 스스로 재원을 조달하는데, 하버드대의 경우 수입의 45%가 기부금이다. 수업료·기숙사비 등 등록금은 21% 정도다. 

    서울대는 등록금 비중이 19%로 하버드와 큰 차이가 없지만, 정부 출연금이 57%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김덕한 부장은 “서울대의 등록금 수입은 지출하는 인건비의 절반도 되지 않을 만큼 규모 자체가 적으니 어차피 정부 출연금의 위력에서 벗어날 수 없는 구조”라며 “이런 식으론 세계 최고 대학과 경쟁할 자금력을 확보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평가했다.

    김 부장은 “정부 지원, 사실상의 배급제를 통해 글로벌 톱이 된 분야는 찾기 어렵다”며 “대학도 이제 배급경제를 벗어나 대학 스스로가 가진 자산을 활용해 미래를 개척할 재원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대학 공동체의 기부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방법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