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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전문대학들이 코로나19 여파로 신음하는 재학생과 졸업생, 지역사회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인해 비대면 수업 기간이 길어지면서 학생들의 실습과 취업환경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가에서 모임 자체가 줄면서 지역경제도 큰 타격을 입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문대학은 재학생과 졸업생은 물론 지역사회까지 직접 나서서 챙기는 모습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는 셈이다.
◇학생에게 실습용품·장학금·방역물품 전달… 심리검사 지원도
실무 중심 직업교육을 실시하는 전문대학의 가장 큰 고민은 ‘실습’이다. 비대면 수업을 하면서 학생들이 직접 실습할 기회가 줄어든 탓이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교육의 질을 향상하기 위해 재학생들에게 실습용품을 제공한 대학이 있다.
대구에 있는 영진전문대는 온라인 수업에 참여하고 있는 재학생들의 원활한 실습수업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17일 7개 교과목의 실습도구와 소프트웨어(SW) 전달식을 열었다. 이날 영진전문대는 총 2400여명의 재학생에게 계열에 따라 ▲사물인터넷(IoT) 실습키트 ▲3D 캐드 SW ▲아두이노 실습키트 등이 담긴 택배를 발송했다. 영진전문대 관계자는 “주문식 교육을 실시하는 학교의 특성상 실습 부족 문제를 더는 간과할 수 없었다”며 “지도교수의 온라인 강의를 들으며 학생들이 직접 실습할 수 있어 재택수업의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아르바이트 해고, 채용시장 위축 등 학생들의 불안정한 경제적 여건을 고려해 장학금이나 방역·생활물품을 전달한 대학도 있다. 서울 중랑구에 있는 서일대는 대구·경북 지역 재학생 20명에게 각각 50만원씩 ‘긴급특별장학금’을 수여했다. 이번 특별장학금은 생활비 명목의 장학금으로, 대학 차원에서 대구·경북 지역의 재학생들의 어려움을 공감하고 실질적인 도움을 주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제주관광대는 이달 중순부터 교비 2억원을 들여 재학생 전원에게 생활비 지원 장학금 명목으로 10만원씩 지급하기로 했다.
일부 대학은 학생들을 챙기는 동시에 지역상권을 지원하는 방안을 내놨다. 경기 안양 소재 연성대는 지난 10일 아직 캠퍼스를 한 번도 방문하지 못한 신입생을 위한 온라인 캠퍼스투어 프로그램인 ‘궁금한 이야기 YSU 2화’를 실시간으로 방송했다. 특히 이날 방송에서는 ‘학교시설 명칭 맞추기’에 참여한 신입생 150명을 대상으로 총 300만원 상당의 대학 주변의 지역상권 상품권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연성대 관계자는 “개강 연기로 대학 근처 지역상권의 매출이 감소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이벤트 상품으로 지역상권 상품권을 지급했다”며 “지역상권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구·경북 지역 재학생에게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응원메시지와 물품을 전달했다는 소식도 이어졌다. 경기 화성에 있는 장안대는 지난달 18일 대구·경북 지역에 주소를 둔 재학생들에게 마스크·손소독제·간식과 총장 명의의 응원 서한을 담은 소포를 보냈다. 장안대 관계자는 “특히 마스크는 장안대 재학생의 학부모가 운영하는 업체에서 직접 만든 것”이라며 “대학의 모든 구성원이 코로나19를 극복하길 바라는 학부모가 기부한 마스크라서 더욱 의미가 깊다”고 부연했다. -
이 같은 온정의 손길은 해외취업에 성공한 졸업생들에게까지 뻗쳤다. 경북의 구미대는 지난 6일 싱가포르·일본·호주 등 해외취업생 14명에게 긴급 생활필수품을 국제우편으로 발송했다. 면마스크·소독티슈·라면·과자류와 함께 총장의 편지가 담겼다. 서영길 구미대 국제교류처장은 “낯선 타국에서 일하는 학생들이 코로나19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자신의 꿈을 성실하게 이뤄나가길 바란다”고 했다.
물리적인 지원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지원에 나선 대학들도 눈에 띈다. 학생들이 ‘코로나 블루’(코로나19와 우울감을 뜻하는 ‘blue’의 합성어)에 물들지 않도록 재학생들의 마음을 돌보는 것도 대학의 몫이 됐다. 서울 노원구에 있는 인덕대는 지난달 17일부터 온라인으로 다양한 심리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IESS 통합스트레스 검사 ▲SLT 자기조절학습검사 ▲HOLLAND 진로탐색검사 등이다. 20일까지 학생들의 검사 신청 건수는 1020건에 달한다. 유근선 인덕대 학생상담센터장은 “온라인 심리검사를 통해 학생들이 심리적 안정감을 회복하고 자기관리능력과 학습역량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부산 동주대는 학과별 평생책임교수가 개별 학생에게 안부 편지와 선물을 보내며 유대관계를 강화하는 ‘동주마음약국’ 프로그램을 실시하기도 했다.
◇드론으로 방역 안내 돕고, 기술력 활용한 재능 기부도
코로나 19 여파로 인한 지역사회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인 대학도 있다. 경기 소재 용인송담대는 전국 초·중·고교의 온라인 개학을 앞두고 긴급회의를 거쳐 지난 8일 지역의 저소득층과 다자녀 가정에 교내 컴퓨터 40대와 마우스, 키보드 등을 새롭게 정비해 기증했다. 지역사회에서 컴퓨터나 스마트 기기를 보유하지 못한 학생들이 온라인 수업을 듣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하려는 취지다. -
전문대학의 다양한 기술력을 활용한 재능 기부도 줄짓고 있다. 충남 당진에 있는 신성대 드론산업안전과 교수들은 지난 3월 대덕3통 마을회관 일대에서 드론을 활용해 코로나19 예방과 확산 방지를 위한 공지사항을 안내했다. 마을방송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은 지역에서 고출력 스피커를 장착한 드론을 활용해 감염병 예방 방송을 한 것이다. 이들의 재능 기부는 지역 주민들에게서 호평을 받았다.
마스크와 손소독제 등 방역물품 제작과 보급에 힘쓰고 있는 곳도 많다. 한양여대는 성동구청과 손을 잡고 ‘민관학 협력을 통한 마스크 제작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지역사회에 부족한 마스크를 제작·보급할 뿐만 아니라 코로나19로 인해 실직한 봉제기술자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지역경제를 되살리겠다는 목표다. 나세리 한양여대 총장은 “민관학 협력을 통한 마스크 제작 지원 사업은 국가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대학이 반드시 해야 할 사회적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부산에 있는 대동대는 지난 21일 교내 두피&모발연구소의 연구진이 자체 개발한 손소독제 320개를 금정구 부곡2동 취약계층에게 기증했다. 대동대 관계자는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지역 대학으로서 사명과 책무를 다할 것”이라며 “앞으로 더욱 다양한 방법으로 지역 보건 위생 강화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
코로나19 환자 치료를 위해 의료봉사에 나선 전문대학 졸업생들도 주목받았다. 지난 2월 울산과학대 간호학과를 졸업한 정민균(24)씨는 입대를 미루고 포항의료원 봉사를 떠났으며, 같은 시기 졸업한 이혜민(24)씨도 대구 수성구보건소에서 의료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이씨는 “대구에 의료진이 부족하다는 뉴스를 보면서 힘을 보태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의료인으로서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했다.
전 국민이 함께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한 동력을 마련하는 취지에서 지역 통합에 힘쓰는 대학도 있다. 영남이공대와 조선이공대가 대표적이다. 두 대학은 앞서 2013년 첫 교류를 시작으로 매년 ‘이공하나로캠프’를 공동 개최해왔다. 조선이공대는 지난달 대학 구성원의 성금을 모아 영남이공대에 KF94 마스크 1500개와 손소독제 100개를 지원했다. 조순계 조선이공대 총장은 “광주·대구 지역도 ‘달빛동맹’을 통해 병상 나눔을 이어가는 등 영호남 지역의 벽이 허물어지고 있는 시점”이라며 “영남이공대와 지금까지 이어온 끈끈한 인연이 앞으로 서로 어려운 대학환경을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학생 챙기랴, 지역사회 돌보랴… ‘동분서주’ 전문대학
-코로나19 대응하는 전문대학人 자세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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