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시, 2명 중 1명 '불합격' … “자격고사화 해야”
이재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20.04.09 16:19

-9일 로스쿨협의회, 변시 자격고사화 심포지엄
-1회 변시 합격률 약 87%→8회 합격률 약 50%
-인구 1만명당 변호사 수, 美 40명 韓 6명 불과
-자격고사 연착륙 위한 연차별 개선방안도 제시

  •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는 9일 오후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변호사시험의 자격고사화 방안을 논의하는 심포지엄을 열었다. /이재 기자
    ▲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는 9일 오후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변호사시험의 자격고사화 방안을 논의하는 심포지엄을 열었다. /이재 기자
    변호사시험(변시)의 합격률이 50% 수준에 머물면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육의 근간이 흔들리고 사법개혁의 취지마저 훼손된다는 지적이다. 전국 로스쿨 원장은 변시의 자격고사화를 요구했다. 

    이 같은 논의는 9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로스쿨협의회가 주최한 ‘변시의 완전 자격시험화 방안’ 심포지엄에서 나왔다. 이날 ‘로스쿨의 현실과 목표의 괴리’를 주제로 발제한 이승준 충북대학교 교수는 “로스쿨 도입은 법학교육은 물론 법조인 양성체계, 법률서비스 사법제도 등 법조 전반 나아가 우리 사회의 시스템을 개선하겠다는 의도 아래에 이뤄졌다”며 “그러나 로스쿨 도입 10여년이 지난 지금 되돌아보면 로스쿨을 둘러싼 현실은 변시의 변질로 인해 당초 목표와는 엄청난 괴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로스쿨 도입 뒤 지난 10년의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우선 변호사 등 법조인력의 공급이 여전히 선진국보다 부족한 규모다. 2018년 가진 인구 1만명당 변호사 수를 살펴보면 미국 40.85명, 영국 31.2명, 독일 19.95명에 비해 국내는 6.2명에 불과하다. 

    국내 법조인력 수급 목표에도 미달했다. 2009년 로스쿨 도입 당시 수립한 법조인력 수급전망(2009~2019년)에 따르면, 10년간 변호사 등 법조인력 수가 2만2696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실제 배출 인력은 1만9532명에 그쳤다. 3164명(13.9%)이 부족하다. 

    이 사이 변시 합격률은 큰 폭으로 하락했다. 2012년 치러진 첫 시험 당시 합격률은 87.15%로 ‘자격고사’ 취지에 부합했다. 그러나 이듬해(2013년) 75.17%로 10% 넘게 하락했다. 이후 2014년 67.33%, 2015년 61.11%, 2016년 55.2%, 2017년 51.45%, 2018년 49.35%, 2019년 50.78%로 나타났다. 

    합격률 하락에도 불구하고 합격자 수는 대동소이했다. 1회 시험 당시 1451명이던 변시 합격자 수는 이듬해 1538명으로 오른 뒤, 줄곧 1500명~1600명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합격자 수는 1691명이다. 반면 불합격자 수는 매년 크게 늘어 지난해 1639명에 달했다.  

    변시의 합격기준점수는 1회 시험 약 725점에서 지난해 905.55점으로 크게 올랐다. 불합격자 수는 1회 시험 당시 214명에서 지난해 1639명으로 크게 늘었고, 변시에 매달리는 이른바 변시낭인도 대폭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 김순석 로스쿨협의회 이사장이 환영사를 하고 있는 모습. /이재 기자
    ▲ 김순석 로스쿨협의회 이사장이 환영사를 하고 있는 모습. /이재 기자
    상황이 이렇다 보니 로스쿨 재학생과 교수의 위기감도 커졌다. 오수근 이화여자대학교 로스쿨 교수와 김두얼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이 교수 등이 참여한 ‘변시의 적정 합격률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분석에 따르면 로스쿨 재학생(32.3%)과 교수(44.4%)는 낮은 변시 합격률로 인해 로스쿨 설립취지를 상실하고 교육의 파행적 운영이 불가피하다고 응답했다. 이 조사는 지난 2월 전국 25개 로스쿨의 교수와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학생 2171명, 교수 203명이 응답했다. 

    로스쿨 재학생과 교수는 모두 현행 변시 합격률이 낮다고 응답했다. 재학생은 매우 낮다 50.3%(1093명), 낮다 24.5%(749명), 보통 10.1%(219명), 높다 3%(66명), 매우 높다 2%(44명) 등이다. 교수 역시 매우 낮다는 응답 38.4%(78명), 낮다 47.8%(97명) 등으로 낮다는 인식이 많았다. 보통이다는 12.8%(26명), 높다 1%(2명) 등이다. 매우 높다는 인식은 0명이다.

    낮은 합격률로 인한 문제를 조사한 결과 ▲로스쿨 설립 취지의 상실 및 교육의 파행적 운영(재학생 32.3%·1760명, 교수 44.4%·175명) ▲변시낭인 양산(재학생 27.7%·1513명, 교수 20.6%·81명) ▲로스쿨 간 서열 고착화(재학생 14.8%·806명, 교수 14.2%·56명) 순으로 나타났다.(중복응답)

    전문가들은 현행처럼 변호사 수급현황 등을 고려해 변시 합격률을 조정하는 것은 법률 취지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변시법(변호사시험법)은 변시 합격자를 로스쿨 도입 취지를 고려해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며 “변시관리위원회의 의견이나 대법원, 대한변호사협회, 로스쿨협의회 이견을 들어야 하지만 주된 고려사항은 ‘로스쿨의 도입취지’라고 강조했다. 

    이어 “오히려 로스쿨은 총 정원을 정할 때 국민에 대한 법률서비스의 원활한 제공 및 법조인 수급상황 등 제반사항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며 “변호사 수를 고려하려면 변시 합격률을 제한하지 않고 로스쿨 정원을 조절해야 하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도 “정부는 국민이 법률 관련 서비스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법조 전문인력의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는 정책을 추진했어야 한다”며 “하지만 정부정책은 자격시험(변시)에 합격자 수 제한(낮은 합격률)을 두는 방식으로 공급을 억제하는 정책을 실시했다”고 비판했다. 

    이날 전문가들은 자격고사화를 위한 연차별 계획도 제시했다. 오 교수는 “변시를 자격시험으로 운용하기 위해서는 합격자 결정방법이 확립돼야 한다”며 “어떠한 방식이든 합격선 결정방식을 사전에 결정해야 하는데 변시관리위원회의 심의에선 합리적인 합격선에 대한 논의는 없고 합격자 수에 대한 논의만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연차별 도입을 강조했다. 오 교수는 “2020년 9회 변시에서완전한 자격시험의 취지에 맞춰 합격자를 결정하기는 어렵다”며 “자격시험의 취지를 반영한 합격자 수를 도출해 시행하고,동시에 자격시험 취지에 맞는 시행을 위해 연차적 계획을 세워 제도 운영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로스쿨협의회는 변시의 합격률을 60%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순석 로스쿨협의회 이사장은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50% 수준으로 하락해 학생의 합격에 대한 불안감이 급격하게 고조됐고, 로스쿨 교육목표에 따른 수강보다 변시 위주의 강의를 듣게 돼 로스쿨은 변시 준비에 매몰되고 있다”며 “변시를 개선해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이라는 로스쿨 제도의 도입 취지를 실현하고 변시가 완전 자격시험화 되길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