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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와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전문대교협)가 등록금 인상 허용을 위해 손을 맞잡았다.
30일 대교협과 전문대교협에 따르면, 양 기관은 지난 12일 대학 등록금 인상 규제 해소를 위한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했다. 등록금 인상 규제를 풀고 대학에 비판적인 범사회적 인식 개선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TF팀에는 김헌영 대교협 회장과 이기우 전문대교협 회장, 양 기관의 부회장 2명이 각각 참여한다. 실무를 위해 대교협과 전문대교협의 사무총장과 기획실장도 포함했다. 앞서 12일 TF팀 구성과 합의를 위해 1차례 간담회를 열었다. TF팀 운영 일정 등은 아직 미정이다.
이번 TF팀 구성은 대학교육을 양분한 양 기관이 사실상 손을 마주 잡은 첫 사례다. 그간 양 기관은 등록금 인상 규제 해소와 고등교육 발전 등에 한목소리를 내왔지만, 공통의 사안을 매개로 TF팀을 구성한 것은 처음이다.
TF팀 구성 배경은 이 회장의 적극적인 요청이 바탕이 됐다. 이 회장은 지난달 20일 부산에서 열린 하계총장세미나에서 전문대학 총장의 대학 경영 어려움을 듣고 대교협에 TF팀 구성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은 “각자 대학의 상황은 다르지만 11년째 이어진 등록금 인상 규제로 인해 대학 경영이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며 “법적으로 등록금 인상을 허용하고 있지만, 국가장학금 정책 등으로 사실상 막혀 있기 때문에 이런 규제를 풀고 대학이 상한선 내에서 자율적으로 인상할 수 있도록 풀어달라는 게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고등교육법상 대학은 등록금을 직전 3개 연도의 평균 물가인상률 1.5배 이내에서 인상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론 2008년부터 국가장학금 제도를 도입해, 등록금을 인상하면 국가장학금 2 유형을 신청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학은 11년째 등록금 동결·인하를 지속하고 있다.
이번 TF팀의 구체적인 목표는 등록금 인상을 ‘법대로’ 하자는 것이다. 등록금 인상 상한제를 사실상 도입한 상태고, 규정상 등록금 인상에 앞서 학생이 참여하는 등록금심의위원회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정부가 등록금 인상을 대학 자율에 맡겨도 과거처럼 폭등해 사회문제로 비화할 염려가 없다는 것이다.
앞서 대학 등록금은 2001년부터 2008년까지 가파르게 올라 학자금을 마련하지 못한 학생이 자살하는 등 사회 문제가 된 바 있다. 4년제 일반대학을 기준으로, 2001년 약 480만원이던 대학 등록금은 2008년 739만원까지 치솟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소득과 연계해 등록금을 정부가 장학금 형태로 보조하는 국가장학금 제도를 시행하고, 이 가운데 2유형은 등록금을 인상하지 않은 대학에만 지원하는 등 등록금 인상 규제 정책을 폈다.
황홍규 대교협 사무총장은 “현재 국가장학금을 통한 등록금 인상 규제는 법에 근거하지 않은 법외 규제”라며 “법적으로 등록금 인상을 허용하는 만큼 법에 따라 인상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달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시기에 대해선 아직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전문대교협은 등록금 인상이 억제되면서 재정 규모가 더욱 열악한 전문대학의 입장을 대변해 내년에 등록금을 인상할 수 있도록 올해 하반기 TF팀이 성과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대교협은 여론과 정부·여당의 부정적인 인식을 우려해 보다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성명을 발표하고 정부와 국회,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는 방법론엔 합의했지만 시기에 대해선 아직 조율이 필요한 상황이다.
관건은 범사회적인 인식이다. 등록금 인상에 대한 사회적인 저항감이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일부 대학 감사 등에서 드러난 재정비리 등이 이런 인식을 부추기고 있다.
대학교육연구소는 논평을 통해 “지난해 12월 한국교육개발원의 대국민 교육여론 조사에 따르면 대학생이 체감하는 등록금 부담 경감이 1순위 고등·평생·직업 교육정책으로 꼽혔다”며 “학생과 학부모의 등록금 부담은 여전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태훈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부의장은 “등록금 인상 규제로 현재 등록금 규모가 10년 전 수준이지만 이마저도 학생과 학부모에겐 큰 부담이 된다”며 “등록금 인상을 허용할 경우 또 다른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책임 있는 대책수립이 필요하단 것이다. 김 부의장은 “대학의 재정이 어려운 상황에 부닥쳤다는 인식은 충분히 공감한다”며 “등록금을 올리고 내리는 것을 단일정책으로 추진하기보다, 정부가 대학의 재정 문제와 발전을 포괄한 종합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교협·전문대교협 ‘등록금 인상’ TF 출범
-양 기관 회장·부회장·사무총장·기획실장 등 ‘수뇌부’ 포진
-“고등교육법상 인상 허용하는데 국가장학금으로 법외 규제”
-전문대교협 “올해 안 성과” 대교협 “비판적 국민인식 고려”
-시민단체 “인상 허용·불허에 앞서 정부의 종합대책 있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