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위 따고 업무 능력 높이고…변호사·의사도 방송대 문 두드린다
하지수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9.06.24 08:15

방송대 진학한 전문직 종사자

  • 평균 수명이 늘어나고 사회가 빠른 속도로 변하면서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평생학습에 나서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만 25~64세)의 평생학습 참여율은 지난 2010년 30.5%에서 지난해 42.8%로 급증했다. 전문직 종사자들도 예외는 아니다. 이들은 전문성을 더욱 높이거나 평소 관심사였던 분야에서의 역량을 키우기 위해 평생학습 기관의 문을 두드린다. 한국방송통신대학교(방송대)에서 평생학습을 실천하는 전문직 종사자들에게 또다시 배움의 길에 들어선 이유를 자세히 들어봤다.
  • ①서울 종로구에 있는 방송대 대학본부 모습. 방송대 중어중문학과·청소년교육과에서 지식을 쌓은 양희석(②)씨와 경영학과·경제학과에서 학업에 전념하는 김수환(③)씨.
    ▲ ①서울 종로구에 있는 방송대 대학본부 모습. 방송대 중어중문학과·청소년교육과에서 지식을 쌓은 양희석(②)씨와 경영학과·경제학과에서 학업에 전념하는 김수환(③)씨.
    ◇관심사 더욱 깊게 파고들고자 학위 취득 도전

    변호사로 일하는 양희석(43)씨는 관심 분야의 학위 취득을 위해 두 번이나 방송대를 찾은 인물이다. 그가 처음 방송대와 인연을 맺은 건 2015년이다. 당시 외국인노동자센터에서 법률상담가로 봉사활동을 했던 양씨는 언어 장벽을 뛰어넘고, 외국인 의뢰인들에게 더 많은 도움을 주고자 방송대 중어중문학과에 진학했다.

    방송대에서 2년간 새로운 언어를 배우면서 양씨는 말로 표현하지 못할 성취감을 맛봤다. 활동 범위를 넓혀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에도 참여했다. 이 과정에서 다른 이들과 함께 공부하는 재미도 만끽할 수 있었다.

    중어중문학과 학위를 취득하고 나서도 양씨는 배움을 멈추지 않았다. 두 딸을 키우는 그는 또 다른 관심 분야였던 청소년 교육에 눈을 돌렸다. 지난해부터 교육심리학, 청소년지도방법론 등을 배우는 청소년교육과에서 공부하고 있다. 청소년교육과에서 쌓은 지식은 업무 현장에서도 유용하게 쓰인다.

    "방송대에서 청소년 성장 과정에 대해 자세하게 익힌 덕분에 이전보다 청소년 의뢰인들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제는 그들에게 진심 어린 조언도 건넬 수 있죠."

    치과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고 경기 포천에서 공중보건의로 근무 중인 김수환(29)씨 역시 방송대에서 평생학습에 힘쓰고 있다. 공중보건의는 병역법에 따라 병역 기간만큼 보건의료 취약지구에서 공중보건 업무에 종사하는 의사를 가리킨다. 김씨는 "2년 전 공중보건의로 다른 지역에서 근무해야 하기에 시간과 장소의 제약이 적은 원격 교육 기관을 알아보던 중 어머니와 동생이 다니고 있던 방송대가 눈에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당시 그의 어머니는 방송대 중어중문학과에 입학해 가사와 학업을 병행하고 있었으며 회사원인 동생은 영어영문학과에서 어학 공부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평소 국제관계와 사회경제에 대해 관심이 많았던 김씨는 경영학과를 선택했다. 여기에 복수 전공으로 경제학과도 택했다. 그는 "학업에 매진한 결과 경영학에 대한 기초적인 이론은 물론 기업과 관련된 사회·경제적 이슈들도 보다 폭넓게 접하고 이해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 방송대 대학원에 진학해 보다 심층적으로 경제학을 공부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드러냈다.

    ◇완성도 높은 원격 교육 시스템으로 주목받아

    평생학습의 시대, 자기 계발을 위한 수많은 시설과 프로그램이 생겨나는 가운데 전문직 종사자들이 방송대를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들은 그 이유로 크게 세 가지를 꼽는다. ▲완성도 높은 원격 교육 시스템 ▲저렴한 학비 ▲폭넓은 동문 네트워크 등이다.

    방송대는 1972년 대한민국 최초의 국립 원격 교육 대학으로 개교한 이래 지난 47년간 완성도 높은 원격 교육 시스템을 구축했다. 한 예로 지난해 2월에는 방송대 학습 애플리케이션(앱)인 'U-KNOU캠퍼스'를 마련해 학생들이 스마트 기기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교육 콘텐츠를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학생들은 U-KNOU캠퍼스에서 1200여 과목, 1만4000여 개 이상의 방송대 강의를 수강할 수 있다. 덕분에 소속 학과와 관계없이 다양한 분야의 교육 콘텐츠를 접하며 배움의 영역을 넓힐 수 있다.

    U-KNOU캠퍼스 인기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현재 19만여 명이 U-KNOU캠퍼스 앱을 이용 중이며 교육 콘텐츠 다운로드 수는 약 220만건에 달한다.

    비교적 저렴한 학비도 눈길을 끈다. 방송대의 학비는 한 학기에 30만원대. 방송대는 학생들이 경제적인 부담으로 배움의 꿈을 중단하지 않고 모든 국민이 고등교육을 평등하게 받을 수 있도록 물가 상승에도 불구, 2008년부터 11년간 등록금을 동결했다.

    또한 교육의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장학금 규모를 늘리고 있다. 그 일환으로 ▲만 24세 이하를 위한 청년장학금 ▲만 70세 이상을 위한 실버장학금 등 다양한 장학 제도를 지속적으로 도입했다. 방송대 통계에 따르면 장학생 비중은 2015학년도 28.6%에서 지난해 31.6%로 증가했으며, 지난 한 해 지급된 장학금만 해도 129억원에 달한다.

    방송대의 자랑거리는 이뿐이 아니다. 방송대는 전국 13개의 지역 대학과 3개 학습센터, 31개 학습관을 운영하며 학생들이 원격 교육뿐 아니라 면대면 교육을 활발하게 받을 수 있도록 했다.

    80만명(졸업생 약 69만명, 재학생 11만명)의 동문 네트워크를 구축한 것도 방송대의 강점이다. 동문 중에는 정·재계 인사들도 다수 포함돼 있다.

    더불어 지역과 학과를 기반으로 한 전국 1400여 개의 스터디 그룹을 운영 중이다. 학내 스터디 그룹은 서로 학업을 도와줄 뿐 아니라 적극적으로 야유회 등을 열며 구성원 간의 유대 관계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