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복결핵 사건 계속 터지는데⋯ 발생국 1위 오명 벗을까
신혜민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7.07.27 14:48

-어린이집·유치원 교직원 결핵 감염 환자 급증… 4년 새 2배↑
-보건당국 “의료진 검진 필수∙감염병 대응 컨트롤타워 추진할 것”

  • 조선일보 DB
    ▲ 조선일보 DB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결핵 발생률 1위라는 오명을 벗도록 하겠습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

    오늘(27일) 취임한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지난해부터 집중적으로 수행해온 결핵 안심국가 사업을 차질 없이 이행해 결핵 발생률을 낮추겠다는 다짐을 공고히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최근 발생한 모네여성병원 잠복결핵 집단감염 사태 등 구체적인 감염 방지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최근 서울 노원구 소재 모네여성병원에서 태어난 영유아 100여 명이 집단으로 잠복결핵 판정을 받았다. 이에 질병관리본부가 19일 역학조사를 실시한 결과, 신생아·영아 118명이 '잠복결핵'에 감염된 사실을 확인했다. 이때, 잠복결핵이란 결핵균에 노출돼 감염은 됐으나 발병하지는 않은 상태를 말한다. 전염성은 없지만, 이 가운데 10% 정도가 결핵으로 발병할 수 있고 생후 1년 미만 영아의 경우 성인보다 발병률이 최대 5배 높다. 이를 치료하기 위해선 1~2가지 약을 최소 3~9개월 동안 복용해야 한다.

    이 사건의 발단은 해당 병원 간호사의 결핵 감염이 원인이었다. 이 간호사는 지난해 11월 병원에 입사해 신생아실에 근무하는 동안 건강검진을 받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정기 건강검진이 의무인데 이 간호사는 11월 입사로 1년 안에 건강검진을 받으면 되는 시스템이 악용된 셈이다.

    이에 대해 피해자 측은 해당 병원과 정부에 답답함을 토로한다. 피해 아동 부모인 박수홍씨는 "사태 초기부터 지금까지 보건당국의 안일함과 모네여성병원의 무책임한 태도에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신생아의 경우 잠복결핵이 결핵으로 악화되는 확률이 성인보다 매우 높다는 사실을 피해 부모들에게 정확히 알리지 않았고, 문의를 해도 어느 곳 하나 제대로 답변해 주는 곳이 없었다"고 분개했다. 지난 11일엔 피해 아동 부모로 구성된 ‘모네여성병원결핵피해자모임’이 해당 병원 앞에서 신생아 결핵 감염사태의 심각성을 알리고 보건당국과 병원 측의 각성을 촉구하는 집회와 행진을 진행하기도 했다.

    의료계 종사자뿐 아니라 아이들의 교육을 책임지는 교직원 결핵감염자 수도 해마다 급증하는 추세다. 국회 예산결산특별회위원 바른정당 간사인 홍철호 의원이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근무하는 교직원 가운데 결핵 감염자가 4년 새 2.3배나 늘었다. 지난 2012년부터 발생한 어린이집·유치원 교직원 결핵감염자 수는 ▲2012년 90명 ▲2013년 186명 ▲2014년 159명 ▲2015년 165명 ▲2016년 209명 ▲2017년 6월말 기준 89명 등 총 898명이었다.

    이 중 같은 기간에 발생한 3~7세 유아 결핵감염자 수는 총 104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2012년 34명 ▲2013년 19명 ▲2014년 26명 ▲2015년 9명 ▲2016년 11명 ▲2017년 6월말 기준 5명 등이다. 유아 결핵감염자 수가 가장 많은 곳은 경기지역(24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서울(16명), 경남(11명), 인천․경북(각 8명), 강원(7명) 등의 순이었다.

    일각에서는 학생들의 안전을 위한 구체적인 감염 방지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홍철호 의원은 “유아 잠복결핵감염의 경우 성인보다 결핵 발병률이 최대 5배가 높다. 아이들이 잠복결핵에 감염되지 않도록 의료계뿐 아니라 교직원 등의 직군에 대한 사전 잠복결핵검사를 확대해야 할 것”이라며 “국가에서도 검사비용 등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보건당국은 제도 개선작업에 착수했다. 취업 당시 의료인 등의 결핵 검진 의무화하고, 법제도의 사각지대를 없애겠다는 방침이다. 정기석 전 질병관리본부장은 19일 "앞으로 의료기관, 산후조리원 등이 직원을 신규 채용하는 경우 입사 또는 임용일로부터 1개월 이내 결핵검진을 실시하고, 응급실·신생아실 등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하는 고위험분야 종사자는 해당 업무 배치 전 검진실시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 역시 취임사를 통해 "결핵과 SFTS(중증 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 수두, 수인성 감염병 등 국내 유행 감염병이 여전히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며 "신속하고 강력한 감염병 대응 컨트롤타워를 만들어 지자체, 의료계와 협력해 나가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