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W] 대선 이후 대학생들 사이에서 공무원 시험이 붐이라는데⋯
신혜민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7.05.23 15:33
  • 노량진의 한 공무원 학원에서 수강생들이 수업을 듣고 있다. /조선일보 DB
    ▲ 노량진의 한 공무원 학원에서 수강생들이 수업을 듣고 있다. /조선일보 DB
    # 지방의 한 국립대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인 김동빈(가명∙26)씨는 오는 여름방학부터 경찰공무원 시험을 준비할 계획이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올해 하반기에만 1만2000명의 공무원을 추가로 채용하고, 소방관, 사회복지전담 공무원, 교사, 경찰 등을 늘리겠다는 정책을 내놨기 때문이다. 김씨는 “선배들의 말을 들어보니 어렵게 대기업에 취업해도 일에 치여 내 삶은 없고, 40대 중후반 대의 나이가 되면 자연스레 회사를 나와야 한다고 하더라”면서 “정부가 공공 일자리 창출을 약속한 현 시점에서 대기업보단 안정적이고 퇴직 걱정 없는 공무원 준비를 하루라도 빨리 시작하는 것이 현명한 길인 듯하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대학생 사이에서 ‘공무원 시험’ 바람이 불고 있다. 문 대통령이 후보시절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특단의 대책으로 ‘공공부문 일자리 81만 개 창출’ 공약을 내놨기 때문이다. 아울러 올해 하반기에 공무원 1만2000명을 추가 채용하겠다는 공약도 내걸었다. 윤호중 기획분과위원장(前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정책본부장)은 지난 7일 “당초 내년부터 추진할 계획이었던 공무원 일자리 17만4000개 창출을 위해 올해 ‘일자리 추경’부터 실천하겠다”며 “추가 채용은 국민의 안전과 치안, 복지·교육을 위해 서비스하는 공무원을 중심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한 대학생들의 반응은 뜨겁다. 대학교 2학년생인 강하늘(가명∙21)씨는 지난 대선 이후 노량진 공무원 학원 단과반에 수강 등록했다. 일반 기업 취직과 공무원 시험 준비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던 마음이 대선 이후 확고해졌다는 것이다. 강씨는 "학점, 토익, 대외활동, 해외연수 등 다양한 스펙을 쌓아도 대기업 취업은 여전히 힘들다. 그렇다면 이제라도 부지런히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게 더 낫다는 결론을 냈다"고 했다. 대학교 1학년생인 김지민(가명∙19)씨 역시 “아직 졸업할 때까지 3년이나 남았지만, 공무원 준비가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은 아니기에 지금부터 공무원 시험 공부를 시작하려 한다”고 했다.

    공무원 학원들 역시 최근 들어 더욱 들썩이는 분위기다. 노량진의 한 공무원 학원 관계자는 “대선 이후 노량진 수험가의 분위기가 확 달라지고, 학원 등록률도 대폭 상승했다”며 “곧 여름방학이 시작하면, 더욱 많은 수험생이 몰릴 거라 예상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대학생과 직장인 가운데 절반 이상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할 의향이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나왔다. YBM한국TOEIC위원회는 대학생과 직장인 6405명을 대상으로 공무원 시험 관련 설문조사를 시행한 결과, 응답자의 58.5%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할 의향이 있거나 이미 준비 중이라고 답했다고 23일 밝혔다. 응답자 가운데 이미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은 14.8%였고, 앞으로 준비할 의향이 있는 사람은 43.7%로 각각 집계됐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이유로는 응답자의 59.8%가 '정년 보장'을 꼽았다. 이어 '복지제도·근무환경이 좋아서'(49.8%), '공정한 채용기회'(27.7%), '공무원 연금'(24.6%), '뚜렷한 적성을 찾지 못해서'(17.7%)' 등이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공무원의 인기는 갈수록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고강섭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입시, 학점, 취업 등 끊임없는 경쟁사회에 살아온 요즘 젊은 세대들은 도전보단 안정적인 삶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에 따라 대학생들 사이에서 일반 기업보다는 정년이 보장되고, 연금으로 안정된 노후생활이 가능하며, 학력 등 스펙에 구애받지 않고 공정하게 경쟁하는 ‘공무원’이란 직업에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