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 초고층빌딩 들어선다... 서울시, 대학도시계획 지원방안 ‘혁신허브, 열린대학’ 발표
백승구 조선에듀 기자 eaglebsk@chosun.com
기사입력 2022.12.13 18:37

●혁신성장구역, 사실상 용적률 제한 없이 건물 올릴 수 있어
●“매출 연간 9140억 원, 투자유치 1조 1800억 원, 일자리 2만3800명 창출효과 기대”

  • 서울시내 54개 대학 중 16개 대학(29.6%)이 용적률의 75% 이상을 사용하고 있다. 이중 한양대, 홍익대 등 9개 대학은 용적률 90% 이상을 사용하고 있다. 신축이나 증축을 위한 용적률 여유가 없는 상황이다. 사진은 한양대 전경./한양대 홈페이지
    ▲ 서울시내 54개 대학 중 16개 대학(29.6%)이 용적률의 75% 이상을 사용하고 있다. 이중 한양대, 홍익대 등 9개 대학은 용적률 90% 이상을 사용하고 있다. 신축이나 증축을 위한 용적률 여유가 없는 상황이다. 사진은 한양대 전경./한양대 홈페이지
    서울시가 대학 부지에 대한 용적률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서울시내 54개 대학들이 도시경쟁력, 나아가 국가경쟁력을 견인하는 혁신 기지가 될 수 있도록 특단의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12일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식의 요람을 넘어 창업과 기술혁신 거점으로서 미래를 준비하는 대학에 서울시가 날개를 달아주기 위한 전향적인 ‘도시계획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세계적으로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하면서 반도체 등 최첨단 기술인력 확보를 위한 경쟁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경쟁의 중심에는 대학이 있다. 구글, 애플 등 세계적인 기업이 탄생한 실리콘밸리에는 스탠퍼드와 UC버클리 등에서 끊임없이 인재가 공급된다. 대학의 연구 성과가 기업을 통해 사업화로 이어지는 산‧학‧연 생태계도 원활히 이뤄진다.
     
    54개 대학을 둔 서울 또한 대학의 경쟁력을 발판 삼아 최첨단 기술, 혁신을 선도하는 글로벌 경쟁력 도시로 도약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고 있다. 

    하지만 현재 서울시 내 대학은 ‘정원 제한+수도권 규제’로 인한 재정난으로 연구 투자 여력이 고갈됐다. 턱없이 부족한 용적률로 인해 미래 준비를 위한 기초공간인 실험‧연구‧창업 공간 확충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서울시가 대학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나섰다. 대학 도시계획 지원방안의 주요 내용은 ▲과감한 용적률 인센티브 ▲유연한 높이계획 ▲대학의 공간 활용 자율성 확대 등 세 가지다. 

    핵심은 미래인재 양성과 산학협력 공간 조성을 위한 용적률 완화라 할 수 있다. 서울시는 도시계획조례를 개정해 대학의 용적률을 현행 대비 1.2배까지 완화할 예정이다. 또 용적률 제한이 없는 ‘혁신성장구역’이라는 개념을 새롭게 도입해 용적률 1000%를 허가할 방침이다. 서울시내 대학의 98%가 현재 용적률 200% 이하의 저밀 용도지역(자연녹지, 제1‧2종 일반주거)에 위치해 있다. 54개 대학 중 16개 대학(29.6%)이 용적률의 75% 이상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중 한양대, 홍익대 등 9개 대학은 용적률 90% 이상을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신축이나 증축을 위한 용적률 여유가 없는 상황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혁신성장구역’은 미래인재양성, 산학협력, 창업지원 시설 등을 집중 배치할 수 있는 곳으로 지정한다. 이렇게 되면 운동장이나 녹지 같이 대학 내에 용적률이 필요 없거나 남는 구역의 잉여 용적률을 끌어와서 사실상 용적률 제한 없이 건물을 올릴 수 있다. 또 대학 전체는 조례용적률 이하로 관리하되, 구역 간 용적률을 주고받을 수 있게 설계돼 있어, 혁신성장을 위해 고도화할 필요가 있는 구역에 집중적으로 용적률을 이전받을 수 있게 된다.

    현재 서울 소재 대학의 약 40%가 자연경관보호를 위해 개발이 제한된 ‘자연경관지구’에 위치해 최고 7층(28m)의 높이 규제를 받고 있다. 서울시는 주변 경관에 미치는 영향이 적은 경우 높이 규제도 과감히 없애기로 했다. 아울러, 대학이 신축‧증축을 할 때 거쳐야 하는 도시계획 절차도 간소화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대학도시계획 지원방안 ‘혁신허브, 열린대학’을 발표하고, 이르면 연말부터 제도개선을 위한 조례 개정에 착수해 내년 하반기 본격 시행할 예정이다. 최근 정부도 대학에서 첨단 분야 미래인재 육성을 지원하는 내용의 ‘선도 국가 도약을 위한 고등교육 혁신방안’을 발표하는 등 대학 지원에 나서고 있다. 서울시는 이에 발맞춰 대학이 필요로 하는 시설을 확충할 수 있도록 시가 권한을 가진 도시계획 지원을 통해 뒷받침한다는 취지다. 

    이번 도시계획 지원방안은 지난 5일 종합병원의 용적률을 높여주고 공공의료 인프라를 확충하는 상생형 도시계획에 이은 것이다. 서울시는 병원‧대학처럼 민간이 운영하지만 공공성이 강한 시설의 경우 과감한 규제 완화를 통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대학 도시계획 지원 방침에 따라 용적률을 70% 이상 사용하는 대학부지의 용적률을 1.2배 완화하면 최대 53만㎡의 연면적이 추가로 확보된다. 

    서울시는 “늘어난 면적 위에 창업공간, 산학협력공간, 대학R&D시설을 5:4:1 비율로 확충할 경우 연간 9140억 원의 매출 및 1조 1800억 원의 투자유치와 2만3800명의 일자리 창출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이번 ‘도시계획 지원방안’을 통해 서울의 대학들이 기업과 인재를 끌어 모으는 혁신거점으로 도약하고, 대학에서 시작되는 새로운 활력이 지역 발전, 나아가 서울의 도시경쟁력을 높이는 ‘상생의 선순환’을 이뤄낸다는 구체적 목표를 설정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대학이 산학협력, 기술사업화 등을 통한 수입으로 재정 여건이 개선되면, 학교와 학생에게 더 많이 재투자되고, 이는 교육의 품질과 시설, 학생 복지의 질적인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백승구 조선에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