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반대” 서울대 2차 촛불 … “노력만큼 보상 믿음 깨져”
오푸름·최예지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9.08.28 22:07

-1차보다 많은 학생 800여명 몰려 “당장 사퇴하라” 구호
-‘선택적 분노’ 비판엔 “조 후보자 의혹 해명 먼저” 반박

  •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딸의 입시의혹에 항의하는 서울대 학생들의 2차 촛불집회에 800여명의 학생이 모였다. /오푸름 기자
    ▲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딸의 입시의혹에 항의하는 서울대 학생들의 2차 촛불집회에 800여명의 학생이 모였다. /오푸름 기자
    “노력한 만큼 보상 받는다는 믿음이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에 의해 깨졌다.”
    “본인의 말과 어긋나게 살아온 조 후보자를 받아들일 수 없다.”

    28일 저녁 8시께 서울대학교 아크로광장 계단에서 서울대 학생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불거진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딸의 입시 의혹에 대해 항의하며 조 후보자의 퇴진을 요구한 서울대 학생들의 2차 집회다. 이날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800여명의 학생이 모였다. 앞서 23일에 열린 1차 집회에는 50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일찍부터 자리를 채운 학생들은 조 후보자의 딸이 대학입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며 분노를 표출했다. 집회 시작 전부터 자리를 지킨 차모(경영학과 2)씨는 “개강 전이지만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왔다”며 “조 후보자의 딸이 한영외고 재학 시절 논문 제1저자에 오른 점이나 3주 만에 인턴십 3곳에 동시에 참여한 점 등은 전반적인 입시 과정에서 특혜를 받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울대 공과대학원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백모(29)씨는 “논문 작성 과정을 직접 경험하고 있는 입장에서 조 후보자의 딸이 정당한 기여 없이 2주 만에 SCI급 논문 1저자에 올랐다는 사실에 박탈감을 느꼈다”며 “SCI급 논문 제1저자 등재는 박사과정 졸업요건이기도 할 정도로 쉽게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본격적인 집회는 총학생회의 입장서 발표로 시작됐다. 1차 집회를 주도했던 김다민 서울대 부총학생회장은 “조 후보자 딸의 입시 의혹에 대해 국민과 청년, 대학생들은 납득할 수 있는 설명과 해명을 요구하고 있지만, 조 후보자는 명확한 답변을 거부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에 대해 법적 문제가 없다고 후안무치한 태도로 일관하는 조 후보자가 법무부장관에 임명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도정근 서울대 총학생회장은 “3년 전 광화문에서 촛불을 들었던 건 공정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의지였다”며 “조 후보자가 법무부장관에 임명되면 대한민국은 공정사회와 멀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전발언이 마무리되고 현장발언 접수를 받는 과정에서는 노래에 맞춰 플래시를 켠 스마트폰을 흔드는 퍼포먼스도 진행됐다.

    현장발언 접수를 통해 익명으로 참여한 한 서울대 생명과학부 명예교수는 “조 후보자의 딸처럼 인턴 학생이 2주 만에 제1저자가 되는 건 99% 불가능한 사실이라고 제 명예를 걸고 얘기할 수 있다”며 “교수들이 차마 앞에 나와서 얘기하지 못하고 있지만, 저는 이 자리에서 계속 참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집회 도중 서울대 학생들은 “법무장관 자격 없다, 지금 당장 사퇴하라” “납득불가 장학수혜 지금 당장 반환하라”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 서울대 학생들의 집회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익명의 한 서울대 학생은 총학생회의 집회는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선택적 분노'라고 비판하는 대자보를 붙였다. /오푸름 기자
    ▲ 서울대 학생들의 집회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익명의 한 서울대 학생은 총학생회의 집회는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선택적 분노'라고 비판하는 대자보를 붙였다. /오푸름 기자
    반면, 서울대 내부에선 조 후보자의 딸 입시의혹을 둘러싼 집회가 부적절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앞서 아크로광장 인근 게시판에는 ‘안녕들하십니까’라는 제목으로 서울대 학생들이 사회적 약자의 아픔은 외면한 채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선택적 분노’를 하고 있다며 집회를 비판하는 대자보가 붙어 화제가 됐다. 집회가 열린 오늘(28일) 해당 대자보는 이미 뜯겨 나가 찾아볼 수 없었다. 

    대자보를 붙였던 익명의 작성자는 대신 이날 새로운 대자보를 통해 “지금 우리가 외치는 정의가 능력주의와 경쟁주의의 현 체제를 더욱 빈틈없이 강화하기 위한 외침이 아닌지 묻고 싶다”며 “우리의 외침에 정의라는 수사를 휘두르며 사회에 호소하는 것이 조금도 부끄럽지 않으냐”고 지적했다.

    이 같은 비판에 대해 도 총학생회장은 “대한민국 입시제도 교육시스템 전반에서 비롯된 사회적 비판은 받아들일 수 있다”면서도 “조 후보자 의혹에 대해서도 명확한 해명과 비판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집회를 주관한 서울대 총학생회는 학생의 자발적 집회임을 강조하며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했다. 김 부총학생회장은 “이번 집회는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집회”라며 “정치적인 목적으로 오신 분들은 지금 당장 집회장 바깥으로 나가주시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주최 측은 집회 참가자들이 입장하기 전에 서울대 재학생이나 졸업생 신분임을 일일이 확인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 2차 촛불집회를 연 서울대 총학생회는 학생 자발적 집회임을 강조하며 외부인의 집회 참여를 제한했다. 서울대 학생 신원을 확인하는 모습. /오푸름 기자
    ▲ 2차 촛불집회를 연 서울대 총학생회는 학생 자발적 집회임을 강조하며 외부인의 집회 참여를 제한했다. 서울대 학생 신원을 확인하는 모습. /오푸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