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에듀 오피니언] 교원양성 교육과정, 현장과의 연계 강화해야
최예지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9.08.08 10:25

- 이론에 치우친 현행 교육과정 … 교육부 “개편안 연말 공개할 계획”

  • 학부에서 교육학을 전공할 때 느꼈던 갈증은 한결같았다. 교육심리, 교육과정, 교육통계, 교육사회학 등 배운 바를 실제로 적용해 볼 기회가 적었다는 점이다. 교육 현장에 나갈 기회도 거의 없었다.

    교사의 꿈을 꾸며 교직 과정을 이수하는 동기들의 경우 고민이 더 심했다. 실무를 배울 시간은 한 달간의 짧은 교생 실습이 전부였고, 임용시험에 나올 지식을 외우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책상 앞에서 임용시험만 준비하면 교사의 자질을 기를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이들을 내내 따라다녔다.

    이러한 고민은 중·고교 교사를 양성하는 일반대학 교직 과정이나 사범대학뿐 아니라, 초등 교사를 양성하는 교육대학에서도 마찬가지로 보인다. 전국 교육대학 학생회가 주축이 돼 구성한 전국교육대학생연합은 지난 2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초등 교원양성기관의 교육과정을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수연 광주교대 총학생회장은 “동기들이 교사가 되기를 두려워한다”며 “초등현장과 연계되지 않아 준비에 늘 부족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실제 수업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강의 내용이 불충분하고, 지식을 직접 적용해볼 현장실습도 부족하다고 했다. 그 결과 4년의 고등교육을 받고서도 교사로서의 자질이 길러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현행 교사양성 교육과정에 대한 평가는 박하게 나타난다. 전국교육대학생연합과 실천교육교사모임이 지난 5월 현장교사 817명과 예비교사 425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교육대학에서 예비교사로서 학교 현장에 나가기 위한 준비를 하는 데 필요한 역량을 기를 수 있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예비교사는 5점 만점 중 2.7점, 현장교사는 2.2점의 점수를 줬다.

    이는 ‘어떻게 가르칠지’보다 ‘무엇을 가르칠지’에 무게가 쏠린 탓이 크다. 교원양성 교육과정은 크게 가르칠 과목에 대해 배우는 ‘교과내용학’과 교사로서 가르치는 법을 배우는 ‘교직학·교과교육학’으로 나뉜다. 즉, 이론과 실무이다. 둘은 균형을 이뤄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전자에 무게가 쏠린다. 사회교육에 대해 배운다면 사회를 가르치는 법보다 사회학을 배우는 식이다.

    국가교육회의가 지난해 발간한 ‘교원 양성 및 임용 체제 개편 방안’ 보고서는 “(영어교육, 수학교육 등) 우리나라 교사양성기관의 각 학과는 형식적으로는 교사교육기관이지만 실제적으로는 교과내용학이 주도하는 기관이라고 할 수 있다”며 “그동안 우리나라 교사교육 개혁이 부진했던 이유 중의 하나도 바로 이러한 요인에 기인한 점이 없지 않다”고 짚었다.

    교사양성 교육과정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부족했던 현장과의 접점을 늘려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어떻게 가르칠지 배울 수 있는 교직학이나 교과교육학 교육을 강화하고, 배운 바를 실제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실습을 확대해야 한다. 학교폭력 처리법, 상담 등 실제 교육 현장에서 교사가 필요로 하는 내용을 다루는 강의도 늘어야 한다. 

    지난 3월 교육 강국인 핀란드를 취재차 방문했을 때, 핀란드 교육관계자들은 교사양성 교육과정이 이론과 실무를 모두 놓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교과과목에 해당하는 학문에서 석사 자격을 요구해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충족하고, 우리나라의 5배에 달하는 20학점의 교육실습을 교사훈련학교에서 진행해 교사의 실무 능력을 기른다.

    이제는 이처럼 이론과 실무 사이의 균형을 되찾아야 한다. 교육부 교원양성과 관계자는 “연말에 교·사대 교육과정 개편안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개편은 교육 현장과 학계에서 지적해왔듯 현장과의 연계성을 강화해 교사의 실무 능력을 기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래야 교·사대가 교사의 자신감을 키우는 교원양성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