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강사법 시행 앞두고 대학가에 해고 바람 분다는데…
하지수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9.01.21 10:57
  • ‘보따리장수’ ‘파리 목숨’…. 고용 불안과 적은 임금에 시달리던 대학가의 시간 강사들을 빗댄 표현이다. 이처럼 열악한 시간 강사들의 노동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오는 8월부터 ‘고등교육법 일부 개정안’이 시행된다.

    일명 ‘강사법’으로 불리는 개정안은 시간 강사에게 교원 지위를 부여하고 이들의 임용 기간을 최대 3년까지 보장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4대 보험 보장, 방학 중 임금과 퇴직금 지급 등도 포함됐다. 교육부는 강사법을 지원하고자 올해 사립대에 217억 원, 국립대에 71억 원 등 총 288억 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올 2학기와 방학(2주치) 때 지급해야 할 강사의 인건비를 감안해 산출한 금액이다.

    그러나 대학 측은 정부의 지원금 만으로는 7만여 명에 달하는 강사의 처우 개선비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급기야 새 학기를 앞두고 기존에 있던 시간 강사들을 해고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재정 부담을 핑계 삼아 대학이 구조조정에 나선다”며 반발하고 있다.

    ◇입학금 폐지, 등록금 동결…이미 대학 재정 빠듯해

    대학 관계자들은 법의 취지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지속적으로 개정안을 이행하기에는 재정 상황이 넉넉지 않다고 주장한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개선안을 실행할 경우 사립대, 국공립대 등 모든 대학을 통틀어 최대 약 3000억 원의 재정이 매년 추가로 소요된다.

    황인성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사무국장은 “입학금 폐지, 등록금 동결,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대학의 수익은 줄어드는데 지출만 느는 셈”이라면서 “특히 국립대에 비해 정부의 지원을 적게 받는 사립대는 그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아 큰 손해를 입게 된다”고 토로했다.

    당장 올 1학기부터 구조조정을 단행하려는 대학들도 눈에 띈다.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등에 의하면 영남대에서는 100명 이상의 시간 강사가 올 새 학기 강의를 배정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졸업이수 학점을 축소하거나 대형, 온라인 강좌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인 학교도 여럿이다. 황 사무국장은 “결국 학생의 교과목 선택권이 줄어드는 일을 비롯해 교육 여건이 열악해질 수밖에 없다”며 “대학에만 책임을 전가하기보단 정부도 제대로 된 지원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사법 시행으로 드는 돈? “연간 대학 예산의 1~3%뿐”

    이러한 입장에 대해 반박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는 성명을 통해 “강사법 시행으로 부담해야 하는 금액은 연간 대학 예산의 1~3%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등록금뿐 아니라 매년 수백억에서 수천억에 달하는 국가의 재정 지원을 받으면서 이 정도의 부담마저 회피하려는 대학에 대해 교육부는 감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정 부담으로 강사법을 반대하는 대학 가운데 대기업이 소유하거나 재정 상태가 나쁘지 않은 곳이 많다는 것도 이처럼 주장하는 이유 중 하나다.

    전국대학강사노동조합 역시 전국국공립대학교수연합회의 의견에 힘을 보탰다. 채효정 전국대학강사노동조합 소속 강사는 “수도권 대형 대학은 입학정원이 준 만큼 등록금 수입이 감소하지 않는다”며 “편입학, 외국인 학생 증가로 입학정원과 상관없이 재학생 수가 꾸준히 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장경제학의 관점에서 대학의 손익을 따져서는 안될문제”라며 “대학은 기업이 아닐뿐더러 교육 활동은 영리 활동과 같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상황이 악화되자 교육부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달 초 시간 강사의 고용 안정과 관련된 내용을 ‘대학·전문대학혁신지원사업’ 성과 지표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대학·전문대학혁신지원사업은 미래형 창의 인재 양성 체제 구축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올해 성과 지표에 따라 차후 대학이 받는 지원금 규모가 달라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