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성여대, 미투 제보 잇따라…교수 3인 의혹 제기돼
오푸름 조선에듀 인턴기자
기사입력 2018.03.29 17:10

-2월 총학 입장문 이어 3월 8ㆍ20일 페이스북과 커뮤니티에 제보 올라와
-덕성여대 측 “학생 보호 우선…절차 맞춰 조사하겠다”

  • 지난 27일 오후 성폭력 의혹을 받고 있는 덕성여대 모 교수의 연구실 앞에 이를 비판하는 포스트잇이 한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 오푸름 기자
    ▲ 지난 27일 오후 성폭력 의혹을 받고 있는 덕성여대 모 교수의 연구실 앞에 이를 비판하는 포스트잇이 한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 오푸름 기자

    덕성여대 학생들이 일부 교수들을 상대로 성폭력 의혹을 제기하며 미투(Me Tooㆍ나도 당했다) 운동에 나섰다. 이처럼 학내에서 미투 운동이 진행되고 있는 것은 덕성여대 대나무숲 페이스북, 교내 커뮤니티 등에 미투 관련 제보가 꾸준히 올라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일 덕성여대 대나무숲 페이스북에 미투 제보가 터져 나왔다. 제보자 A씨는 “현재 덕성여대 인문과학대학에 소속된 B 교수를 고발한다”며 “2009년 1학기, 당시 B 교수는 타 대학의 서양어문학부에서 교양수업을 강의했다”고 밝혔다. 당시 해당 과목을 수강했던 A씨는 휴게실 근처의 빈 강의실에서 B 교수가 허벅지와 볼을 여러 번 쓰다듬는 등 성추행을 했다고 털어놨다. A씨는 “사건 직후 교수와 학생이라는 수직적 관계로 인해 제 스스로 그에 대한 고발을 단념해버렸지만, 지금은 크게 후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A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B 교수가 여대에서 전공 교수로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전혀 자격이 없는 사람이 그곳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심지어 여성 직업 관련 강의도 진행했다는 것을 알고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고 전했다. 인문과학대학 소속 B 교수는 현재 연구년으로 해외에 체류 중인 상태다.

    학내 미투 제보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이보다 앞서 총학생회 입장문을 통해 또 다른 성폭력 사건이 알려졌다. 지난달 1일 덕성여대 ‘너나들이’ 총학생회는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들이 제보받은 사건을 알리며 학교 측에 해당 교수의 파면을 요구했다. 당시 총학생회 입장문에 따르면 C 교수는 해당 학과의 D 학생을 상대로 수차례 성적 접촉을 시도했으며 대학원 및 사회 활동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의사를 표했다. 이 때문에 D 학생은 C 교수에게 1년 반 동안 지속적으로 성폭행을 당했으며 결국 병원에서 응급조치를 받기까지 했다고 총학생회는 전했다. 취재 결과 인문과학대학 C 교수는 지난해 11월 학내 학생상담센터로 신고가 접수되고 나서 경찰에 고발돼 수사 중이며 현재 직위해제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대나무숲 페이스북 이외에 교내 커뮤니티에도 익명 제보가 이어졌다. 지난 20일 교내 커뮤니티에 예술대학 E 교수로부터 7년 전 강제로 성폭행을 당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후 E 교수의 강의는 지난 21일 임시 휴강조치됐으며, 현재는 다른 강사가 진행하고 있다. 이로써 현재까지 덕성여대 내에서 성폭력 의혹을 받는 교수는 총 3명으로 확인됐다.

    관련 의혹이 쏟아지자 지난 26일부터는 학내에서 포스트잇을 활용해 미투 운동을 공감하고 지지하는 ‘위드유(With You)’ 캠페인도 진행되고 있다. 세 명의 교수 연구실 앞에는 ‘방, 빼’,  ‘B 교수 OUT’, ’덕성에 성범죄자를 위한 공간은 없습니다’ 등의 포스트잇이 빼곡히 붙여져 있다. 학내 게시판 등에는 교수의 실명이 직접적으로 언급된 대자보도 걸려 있다.

    위드유에 동참 중인 덕성여대의 한 재학생(20)은 “해당 교수님의 교양 수업을 들으며 교수님을 존경했던 제 자신이 부끄러워졌다”며 “이번 미투 운동이 잘 마무리돼서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재학생(20)은 “다른 학교에 비해 공론화가 늦어 불안한 마음이 있었지만, 먼저 발벗고 나서는 학생들이 있어 용기를 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덕성여대 홍보팀 관계자는 “우리 대학은 학생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며 “정확한 사태를 파악하고 나서 정당한 절차를 밟아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 지난 27일 오후 서울 도봉구 덕성여대 교내 게시판에 교수 3명의 권력형 성폭력을 비판하는 대자보가 붙어 있다. / 오푸름 기자
    ▲ 지난 27일 오후 서울 도봉구 덕성여대 교내 게시판에 교수 3명의 권력형 성폭력을 비판하는 대자보가 붙어 있다. / 오푸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