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보다 강한 스펙은 없다" 7전8기의 20대 CEO들
이재원 조선닷컴 비즈니스앤TV 기자 sulperman@chosun.com
이슬기 조선닷컴 비즈니스앤TV 기자 leesulgi@chosun.com
김성현 조선닷컴 비즈니스앤TV PD biggerboy@chosun.com
기사입력 2010.02.08 16:18
  • 20대 CEO의 7전8기 “열정보다 강한 스펙은 없다.”

    대한민국 20대는 취업난, 스펙이란 단어들에 치인 나머지 정작 20대를 대표하는 키워드인 꿈과 도전에는 무감각해져 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는 열정보다 강한 스펙은 없다. 여기 젊음 특유의 열정으로 7번 쓰러지고도 8번 다시 일어난 당당한 20대 CEO들을 만나본다.

    ◆광고대행사 크리에이티비아 정인서 대표

    칸 국제 광고제, 뉴욕 페스티벌 수상, 한국 유일의 아시아 톱 100 광고아이디어 선정(48위) 등 화려한 이력을 자랑하는 정인서(29)씨. 그는 3년 전 만 해도 토익을 준비하고, 광고 공모전에 참여하던 평범한 대학생이었다.

    그를 비범하게 만든 계기는 태안 기름유출 사건이었다. 친구들과 같이 태안에 내려가 기름을 닦고 돌아오는 길에 정씨는 문득 “더 많은 사람들을 봉사활동에 참여시킬 수 없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고민하던 그는 무작정 광고회사를 설립했다. 공모전에서 받은 상금을 털어 빌린 쪽방에서 밤새 기획안을 만들었다. 하지만 실행할 예산이 없었다. 국내 200개 기업에 협조를 요청하기로 했다. 무작정 기업의 대표번호로 전화를 걸어 마케팅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변변한 경력이 없는 젊은이의 제안서를 받아주는 기업은 어디도 없었다.


  • 광고대행사 크리에이티비아 대표 정인서 씨 /조선일보
    ▲ 광고대행사 크리에이티비아 대표 정인서 씨 /조선일보
    그러나 정씨는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오기가 발동했다. 자신의 스펙이 부족하다면 경력을 뛰어 넘을 만큼 완벽한 제안서를 만들면 그만이라며 또 다시 골방에서 밤을 새기 시작했다. 집주인이 새벽에 일한다고 화장실 물을 끊어버린 적도 있었다. 난방비를 낼 수 없어 싹싹 빌기도 했다.

    몇 달 뒤 그의 제안서는 뉴욕 페스티벌 본상을 수상했다. 그가 제안서를 보냈던 기업들도 이루지 못한 쾌거였다. 삭막한 사회를 바꾸는 공익광고에 관심이 많은 그는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광고에 접근해 연 매출 10억원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는 “사회도, 20대 스스로도 젊은 열정에 대해서 너무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말한다. “어린 친구가 뭘 할 수 있겠냐”는 선입관에 시달렸던 만큼 자신은 그 고정관념을 조금이라도 무너뜨리고 싶다고 했다. 그는 “삭막하고 고착화된 사회분위기 때문에 힘든 것도 20대이지만, 그 분위기와 냉정한 가치관을 바꿀 수 있는 것도 역시 20대 젊은 친구들 뿐”이라고 했다. 2시간 가량의 인터뷰 시간 동안 가장 많이 말한 단어, 열정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의사 포기하고 창업 택한 김태현씨

    프로포즈 이벤트 카페를 운영하는 김태현(29)씨는 원래 의사의 꿈을 갖고 가톨릭대 의대에 진학했다.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지병이었던 수전증이 심해지는 바람에 중도에 학업을 포기해야 했다.

    김씨는 특유의 긍정적인 마인드로 쉴 새 없이 다른 길을 모색했다. 건설현장의 막노동부터 인터넷 쇼핑몰, 파티플래너, 테이크아웃 커피숍, 주류 유통까지 관심이 가는 분야라면 주지하지 않고 도전했다.

    사업을 시작할 자본금은 물론 없었다. 일단 시작한 이상 많이 고민하고 온 힘을 다해 노력하는 것이 전부. 쇼핑몰 창업 당시는 아르바이트로 모은 150만원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적은 자본금을 극복하기 위해 특별한 아이디어를 짜내야 했다. 결국 서울 강남 일대의 중고등학교를 찾아다니며 하루에 1000장 이상의 명함을 돌렸다. 발로 뛰는 마케팅 전략으로 잠시 수익을 올리기도 했지만 혼자 힘으로 계속하기엔 역부족이어서 결국 사이트를 폐쇄했다.

  • 김태현씨는 정부에서 지원받은 1인 창조기업 사무실에서 연일 밤을 새며 사업에 매진하고 있다 /조선일보
    ▲ 김태현씨는 정부에서 지원받은 1인 창조기업 사무실에서 연일 밤을 새며 사업에 매진하고 있다 /조선일보
    주류 유통 역시 도전이었다. 판권과 해외무역에 대한 관심으로 아이템을 찾던 중, 외국 가수의 뮤직비디오에서 주류를 발견했다. 김씨는 인터넷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접촉을 시도했다. ‘가진 게 없지만 잃을 것도 없다’는 생각이 도전을 가능케 했다. 역시 직접 발로 뛰며 클럽과 바 관계자들을 만나 영업까지 시도했지만 마지막 단계에서 성사되지 못했다.

    거듭되는 실패에도 포기하지 않았던 그는 프로포즈 이벤트 카페를 열어 작은 성공을 거뒀다. 현재 월 매출 3000만원의 이벤트 카페를 운영 중이며 청소년들에게 멘토가 되어주는 교육컨설팅 사업 오픈을 앞두고 있다.

    “많이 도전했고, 많이 실패했고, 또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며 웃는 김태현 씨. 무모하리만큼 긍정적인 생각과 혀를 내두를 정도로 열심히 한 김씨에게 앞으로 어떤 도전이 펼쳐질지 궁금하다.

    <이 기사는 8일 밤 9시50분, 11시50분 9일 오전 8시50분, 10시50분에 비즈니스앤TV를 통해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www.business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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