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도 고교생 사교육비 ↑… 소득수준별 양극화 두드러져
오푸름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21.03.10 11:06

-사걱세ㆍ교총 등 교육단체, ‘2020년 사교육비 조사결과’ 분석
-“국가 차원 기초학력평가 전면 실시, 사교육 관련법 정비해야”

  • 지난해 10월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있는 한 학원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듣고 있는 모습. /조선일보 DB
    ▲ 지난해 10월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있는 한 학원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듣고 있는 모습. /조선일보 DB
    교육부의 ‘2020년 사교육비 조사결과’에 대한 교육단체들의 분석에 따르면 코로나19 여파로 전체 초중고생의 사교육비는 전년보다 크게 줄었지만, 고교생의 경우 오히려 사교육비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소득수준별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격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교육양극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9일 교육부가 발표한 2020년 사교육비 조사결과에 따르면, 사교육비 총액은 2019년 10조5000억원에서 2020년 9조3000억원으로 크게 감소했다.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도 2019년 32.2만원에서 2020년 28.9만원으로 줄었다. 교육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은 “이번 사교육비 조사 결과는 작년 한해 내내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로 학원의 영업제한조치가 상당 기간 지속됐고, 감염 우려로 인한 사교육 소비심리가 위축되며 발생한 일시적 사교육 둔화 현상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학교급별로 살펴보면 사교육 수요는 사실상 여전했다. 고교생의 1인당 사교육비 지출은 오히려 증가했다. 고교생 1인당 사교육비는 38.8만원으로 전년 대비 2.3만원이 올랐다. 특히 사교육에 참여한 고교생의 1인당 사교육비는 전년보다 4.1만원이 늘었다. 2020년 중학생의 1인당 사교육비는 32.8만원으로, 2019년(33.8만원)보다 낮으면서도 2018년(31.2만원)보다는 높게 나타났다.

    사걱세는 “코로나19 감염 위험으로 초등 사교육비가 현격한 둔화세(23.7%)를 보인 것과 비교해 중고생은 사교육 지출을 비슷하게 유지하거나 되레 늘린 양상을 보인다”며 “코로나 상황에서도 중고생의 사교육 수요가 되레 늘어난 것은 학교 원격수업에 대한 불만과 교육격차에 대한 불안이 사교육 수요로 이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사교육을 수강하는 여러 목적 가운데 ‘학교수업 보충’(85.6%)과 ‘선행학습 요인’(40.5%)만 전년 대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제공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제공
    학습격차에 대한 불안감도 사교육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고교생의 사교육비는 모든 성적구간에서 늘었다. 성적구간별 사교육비 지출 현황을 살펴보면 상위 10% 이내 학생들의 사교육비는 1.8% 늘어난 반면, 81~100% 학생들의 사교육비는 8.8% 증가했다. 최하위권 학생들의 사교육비 증가 폭이 상대적으로 큰 것이다.

    특히 소득구간별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조사결과, ‘교육양극화 현상’도 확인됐다. 최소소득인 ‘200만원 미만’ 구간은 사교육비로 9.9만원을, 최대소득 ‘800만원 이상’ 구간은 사교육비로 50.4만원을 지출했다. 두 구간에서 평균적으로 지출하는 사교육비 차이는 약 5.1배에 달한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원격수업과 사교육 참여가 어려운 저소득층은 공교육과 사교육에서 모두 소외되는 등 교육 빈익빈부익부가 더욱 심화된 것으로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제공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제공
    교육단체들은 정부가 이번 사교육비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보완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사걱세는 “고교학점제에 따른 대입제도의 신속한 발표, 고교 교육과정을 준수하는 수능 출제를 위한 법 개정, 고교 서열화 해소 방안의 적극적 추진, 사교육 선제 대응을 위한 관련법 정비 등을 보완대책으로 요구한다”고 밝혔다.

    보완대책으로 학생 맞춤형 교육을 위해 국가 차원의 기초학력진단평가를 실시하고, 학급당 학생 수를 감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교총은 “국가 차원의 기초학력진단평가를 전면 실시하고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기초학력진단평가를 통해 학생들의 깜깜이 학력을 진단해 강·약점을 확인하고, 그에 걸맞은 학습을 제공해야 사교육을 줄이고 학력을 신장시킬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교총은 “기초학력 지원을 위한 기간제 교사, 온라인 튜터 채용 등은 땜질식 인력 수급에 불과하다”며 “개별화교육이 가능하도록 정규교원을 늘려 학급당 학생수를 감축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교육부가 매년 실시하고 있는 사교육비 조사내용과 시점 등을 일부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사걱세는 “사교육비 총규모에 영유아 사교육비, EBS 교재구입비, 방과후학교, 어학연수비 등을 포함해야 한다”며 “2018년 중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던 유아 사교육비 본조사도 즉각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사걱세는 “현재 사교육비 조사시점(3~5월, 7~9월)은 새학년 대비 사교육이 빈번한 겨울방학(12~1월)시기를 반영하지 않고 있다”며 “교육부는 연간 사교육 추이를 타당하게 추산하기 위해 통계발표 시기를 늦추더라도 조사시기에 대해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lulu@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