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경원중 혁신학교 지정 둘러싸고 갈등 격화… 결국 의견 재수렴
오푸름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20.12.09 13:06

-7일 밤 ‘3자 합의문’ 나와… 학부모 의견수렴 후 철회할 듯
-학부모들 “학교 측이 제대로 된 안내 없이 설문조사 진행해”

  • 7일 밤 서울 서초구 경원중학교 앞에 '마을결합혁신학교' 지정에 반대하는 수많은 학부모와 지역 주민들이 모여 있다. 퇴근하려는 교직원과 학부모가 충돌한 직후 모습도 담겼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 7일 밤 서울 서초구 경원중학교 앞에 '마을결합혁신학교' 지정에 반대하는 수많은 학부모와 지역 주민들이 모여 있다. 퇴근하려는 교직원과 학부모가 충돌한 직후 모습도 담겼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서울 서초구 경원중학교의 혁신학교 지정을 둘러싸고 학교와 교육청, 학부모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경원중은 내년 3월부터 서울시교육청의 새로운 혁신학교 유형인 ‘마을결합혁신학교’로 지정·운영될 예정이었다. 혁신학교 지정에 대한 반발이 커지자, 서울시교육청과 경원중은 학부모 의견을 다시 수렴해 혁신학교 추진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사실상 혁신학교 지정을 철회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혁신학교 지정을 반대하는 학부모들의 목소리는 지난 11월 30일부터 커지기 시작했다. 이날 서울시교육청의 시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경원중 혁신학교 지정 결사반대’ 청원은 현재(9일 오전 11시 기준) 1만2031명이 동의했다. 서울시교육감이 청원에 답변하는 요건인 1만명을 넘어선 것이다.

    논란이 커지자 지역구 의원도 상황 파악에 나섰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서울 서초갑)은 지난 3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경원중 혁신학교 지정과 관련해 서울시교육청 담당자와 면담을 진행하고 “혁신학교 신청과 지정 과정에서 학부모들에게 정확한 정보가 전달됐는지 살펴달라고 촉구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7일 오후 학교운영위원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들은 경원중 학부모와 지역 주민 등 100여명은 학교 앞에 모여 ‘혁신학교 지정 철회’를 요구했다. 퇴근하려는 교직원과 학부모 간 충돌이 발생하며 갈등은 격화됐다. 결국 이날 밤 경원중 교장과 학교운영위원장, 서울시교육청 담당 과장은 ‘학부모 의사 결정이 있는 경우 이를 추진하지 않기로 한다’는 3자 합의문을 내놨다.

    일부 교사단체는 이를 두고 ‘경원중 교사 감금 사태’라고 지칭하며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서울교사노조는 8일 성명서를 통해 “학교가 무장해제되고 교사가 감금당한 이 사태를 결코 좌시할 수 없다. 이는 명백한 교권침해”라며 “경원중 교사 감금 사태의 배후 세력을 철저히 밝혀 책임자를 고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접한 학부모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각종 SNS에서 억울한 심정을 토로하고 있다. ‘실제론 (교장과 면담을 하려면) 기다려 달라고 해서 추운 데서 몇 시간을 떨며 기다렸다’ ‘신변의 위협을 느낀 교직원 차량에 학부모가 쓰러지고, 주민들이 저녁식사를 차리다 혹은 어린 아이를 업고 추운 날 길거리를 나오게 만들었다’며 당시 상황에 대한 사진과 글을 올리는 식이다.

    그동안 서울시교육청과 경원중은 절차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서울시교육청과 경원중에 따르면, 지난 9월 경원중 혁신학교 공모 신청을 위해 실시한 의견수렴 과정에서 재직 교사 80%가 지정에 동의했다. 학부모 동의 비율은 69%(986명 중 636명)로 나타났다. 
  • 마을결합혁신학교 공모 신청에 대한 학부모 의견수렴 안내문. 혁신학교 전환 시 장점과 예산 지원에 대한 설명이 주를 이루고 있다. /독자 제공
    ▲ 마을결합혁신학교 공모 신청에 대한 학부모 의견수렴 안내문. 혁신학교 전환 시 장점과 예산 지원에 대한 설명이 주를 이루고 있다. /독자 제공
    하지만 학부모들은 ‘학교 측에서 제대로 된 안내를 하지 않고 설문조사를 진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학부모는 “단지 예산을 지원받을 수 있다는 안내문을 보고 혁신학교에 대해 모른 채 동의를 선택하거나 ‘마을결합중점(혁신)학교’라고 애매하게 표기해 잘 모르고 투표를 했다는 학부모들이 상당수”라며 “특히 e알리미에서 설명회를 했다고 하는데, 설명회가 실제로 있었는지 주변에 그 실체를 아는 학부모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학교가 설문조사 회신기간(9월 4일)이 끝나기도 전인 2일 오후 학교 운영회를 열어 혁신학교 신청을 통과시켰지만, 이를 학부모들에게 전혀 안내하지 않았다”며 “뒤늦게 사실을 알게 된 학부모들이 학교에 민원전화를 쏟아내자 11월 30일에서야 e알리미에 ‘이미 지정됐으며 일부 여론에 동요하지 마라’는 공지가 올라오면서 학부모들이 자발적으로 가두서명을 받기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는 10일 경원중 학교운영위원회가 열릴 예정이지만, 학부모들은 "이미 날치기로 혁신학교를 통과시킨 학운위를 믿지 못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최근 서울시교육청은 토론과 참여 위주 수업을 하는 혁신학교 늘리기에 나서고 있지만, 학부모들이 학력 저하 등을 우려해 지정을 반대하는 일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7일 서울 강동고는 교장이 직접 지역 주민들의 심각한 반대의견에 혁신학교 지정을 철회하기로 했다고 공지했다.

    lulu@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