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예산 절반 목적사업비, 방역예산으로 전환해야
이재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20.05.27 17:54

-특정 목적 따라 쓸 수 있는 폐쇄성 예산
-코로나19 로 상반기 집행 사실상 불가능
-시도 교육청 추경 등으로 용도 변경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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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일보 DB
    외국어 교육활동지원(영어캠프), 여학생 체육 활성화, 토요스포츠데이, 학교급식 환경개선, 장애학생지원 사회복무요원 인건비….

    서울 관악구의 한 초등학교가 올해 착수하기로 했던 사업의 일부다. 이 학교는 이 같은 사업을 진행할 예산으로 약 5억원을 교부받았다. 그러나 코로나19로 학교가 문을 닫으면서 사업 추진이 불가능해졌다. 학교 관계자들은 5억원을 목적사업이 아닌 긴급돌봄 인건비와 코로나19 방역비용 등으로 쓸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27일 교육당국과 학교 관계자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해 상반기 사업시행이 불가능해지면서 일선학교의 목적사업비 전용 요구가 커지고 있다. 

    목적사업비는 학교운영지원비와 함께 학교 재정의 두 축이다. 학교운영지원비는 학교의 운영을 위해 자체적으로 쓸 수 있는 예산이다. 반면 목적사업비는 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 정부 등 관계기관이 학교의 특정 목적에 따라 지원한 예산이다. 다른 기관으로부터 지원을 받은데다 승인을 시도의회에서 하기 때문에 목적 외 비용으로 한 푼도 쓸 수 없다. 목적사업비는 지역과 학교에 따라 다르지만 전체 예산의 40%가량을 차지한다. 

    신현욱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정책본부장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일선 학교의 목적사업 시행이 불가능한 만큼 더 필요하고 급한 코로나19 대비 예산으로 쓸 수 있도록 당국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당장 필요한 예산은 코로나19로 인한 방역과 긴급돌봄 인건비다. 교육당국이 일선 학교에 방역물품을 지원하고 있지만, 체온을 재기 위한 열화상 카메라 등의 보급은 더디다. 교사가 일일이 등교하는 학생의 체온을 재다 보니 등교에만 상당한 시간이 할애되고, 감염위험도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교사용 마스크나 손 소독제 등 기초적인 방역물품 지원도 늘려야 한다. 신 본부장은 “교사가 한 시간만 마스크를 쓰고 수업을 해도 땀과 침으로 다 젖어 재사용이 어려운 수준이다”며 “손 소독제 등 방역물품도 부족하면 우선 학교예산으로 구매하기 때문에 부담이 크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원격수업을 위한 인프라 지원에 목적사업비를 써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관련 기기나 프로그램을 교사가 직접 구매하는 사례가 늘면서 경제적 부담이 늘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요구가 늘자 서울시교육청은 최근 목적사업비를 방역예산 등으로 쓸 수 있도록 하는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목적사업으로 인한 일선 학교의 행정부담을 줄이고, 관련 예산을 필요한 방역에 쓸 수 있도록 하는 게 주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경기도교육청 역시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마련하면서 목적사업비를 방역 등에 쓸 수 있도록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