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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8년 4월 용화여고 재학생과 졸업생들이 교실 창문에 포스트잇을 붙여 교내 성폭력을 공론화하며 시작된 ‘스쿨미투’. 그 이후 학교 현장에선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이러한 의문점을 바탕으로 ‘정치하는 엄마들’은 전국 16개 시도교육청(제주 제외)에 스쿨미투 현황 파악을 위한 정보공개 청구에 나섰다. 그러나 대다수 시도교육청이 ‘비공개’ 답변을 내놓으면서 스쿨미투 교사의 징계처리 결과 공개 여부를 둘러싼 논쟁이 일었다. 투명한 정보 공개가 학교에 대한 신뢰 회복을 돕는다는 주장과 교사의 기본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논쟁에 앞서 교육 당국이 스쿨미투 사안 처리 과정과 결과를 보다 체계적으로 조사·관리해야 한단 목소리도 나온다.
◇스쿨미투는 ‘알권리’… “징계처리 현황 공개하라”
지난달 20일 정치하는 엄마들은 올해 2월 기준 전국 스쿨미투 발생 현황을 공개했다. 이들이 SNS와 언론 보도 등을 통해 파악한 것만 100건이다. 앞서 이들은 시도교육청에 스쿨미투 발생 현황과 징계처리 결과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를 했지만, 대전시교육청을 제외한 모든 시도교육청은 비공개 처분을 했다. 김정덕 정치하는 엄마들 공동대표는 “시민으로서, 학부모로서 스쿨미투가 일어났을 때 학교에선 가해 교사에게 어떤 징계를 내렸고, 피해 학생과 가해 교사를 분리했는지 등을 알권리가 있다”며 “아이가 배정받은 학교에서 발생한 스쿨미투가 제대로 처리됐는지 알 수 없어 불안감만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스쿨미투는 사안 발생부터 종료까지 투명한 정보 공개를 통한 시민사회의 감시가 필요한 사안이라는 얘기다.
법원도 이들의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 정치하는 엄마들이 서울시교육청을 상대로 낸 행정소송 1심에서 재판부는 “스쿨미투 고발이 이뤄진 관내 23개 학교 교사의 징계결과에 대한 비공개 처분을 취소하라”며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다만, 재판부는 가해 교사의 신상과 개인정보를 정보공개 대상에 포함하지 않았다. 정치하는 엄마들은 1심 결과에 반색했다. 당초 이들의 정보공개 요구가 ‘가해 교사의 신상이나 개인정보’가 아니라 ‘학교가 스쿨미투 사안을 어떻게 처리했는지’에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한 학부모는 지난달 22일 서울시교육청 시민청원 게시판에 ‘개인 신상 다 지운 성범죄 가해교사 징계처리 현황 공개하십시오’라는 제목의 청원을 올리기도 했다.
◇교육청 “교사 사생활 침해·2차 피해 우려”
하지만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19일 항소 제기 의사를 밝혔다. 스쿨미투 징계처리 결과를 공개할 경우 교사 사생활의 비밀에 대한 기본권을 침해하고, 피해학생에 대한 소문을 비롯한 2차 피해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개인의 징계 정보는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할 수 있기 때문에 원칙상 비공개 정보로 취급되며, 피해학생이 원하지 않는 경우에도 피해 사실과 관련된 중요한 정보를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할 수밖에 없어 2차 피해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은 타 시도교육청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서울시교육청은 행정절차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개인정보를 노출하지 않는 방식으로 지난해 스쿨미투 접수·처리 현황을 이미 공개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서울시교육청이 파악한 지난해 스쿨미투 신고건수는 총 60건이다. 이 중 45건(75%)에 대해선 주의·경고·중징계 등 인사조치가 단행됐다. 김종미 서울시교육청 민주시민생활교육과 성평등팀 장학관은 “지난 2018년에 전국적으로 스쿨미투가 발생했을 당시에는 학교가 교사의 징계결과를 알릴 의무가 없어 교육청이 이를 권유하는 수준에 머물렀다”며 “지난해부터 교육청에 전담팀이 꾸려지고, 피해학생이 원하면 가해 교사의 징계결과를 안내해야 한다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면서 학교별로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부터 시행된 국가공무원법과 지방공무원법 개정안에 따르면, 피해자가 요청하는 경우 징계처분 결과를 피해자에게 통보해야 한다.
◇스쿨미투 사각지대 여전… “전수조사 필요”
하지만 감시가 어려운 사각지대는 여전하다. 사립학교 교사의 징계결과 통보는 의무사항이 아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 1월 발의된 사립학교 교사의 성비위에 대해 징계처분 결과를 피해자에 통보하도록 하는 개정안은 국회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20대 국회 임기 종료를 앞둔 상황에서 법안은 본회의에 올라가지도 못한 채 폐기될 가능성이 크다.
각 시도교육청이 스쿨미투 현황 파악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 장학관은 “스쿨미투 발생 시 학교마다 징계위원회를 열고 재발방지대책을 수립해야 하는 건 의무사항이지만, 최종적으로 학교의 징계결과를 교육청에 통보할 의무는 없다”며 “현재로선 전담팀이 학교별로 직접 조사하고 파악해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교육청 내에 전담부서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스쿨미투 사안이 발생하더라도 조사·관리 능력이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12월 기준 17개 시도교육청 중 스쿨미투 이후 교사 성희롱·성폭력 전담부서를 신설한 교육청은 서울·대구·인천·광주·울산·경기·경남 등 7곳에 불과하다.
단위학교에서의 사안 처리 절차도 미흡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5월부터 8월까지 교육부가 전국 중·고교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직문화 개선 컨설팅 결과, 학교 측의 사안 대응 시 절차와 방법상 하자가 있는 사례가 일부 발견됐다. 몇몇 학교는 사건 발생 이후 피해자 보호조치와 가해 교사와의 분리조치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9월 컨설팅을 마친 교육부 양성평등정책관은 관련 매뉴얼과 규정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학교폭력 실태조사처럼 별도의 전수조사를 해 제대로 된 실태를 파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3월 대전 S 여중·여고 스쿨미투에 대한 교육청의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한 스쿨미투 대응 대전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스쿨미투는 교사와 학생의 권력구조 속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피해 사실을 모두 드러내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전국적으로 일어나는 사안인 만큼 익명으로 실시하는 전수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스쿨미투 그 후] 교사 징계결과 공개 여부 논란… ‘깜깜이’ 관리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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