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 선거권 토론회서 “민주시민역량 기르려면 선거교육 다양화 해야” 주장 나와
오푸름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20.01.30 17:58

-30일 오후 ‘18세 선거권 시대의 교육적 의의와 과제’ 토론회 열려
-선거 패널 토론회·후보자 간담회·정치토론 활성화 등 제안 쏟아져

  • 30일 오후 서울글로벌센터 9층 국제회의실에서 '18세 선거권 시대의 교육적 의의와 과제'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은 모의선거를 비롯해 다양한 선거교육의 사례를 소개했다. /오푸름 기자
    ▲ 30일 오후 서울글로벌센터 9층 국제회의실에서 '18세 선거권 시대의 교육적 의의와 과제'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은 모의선거를 비롯해 다양한 선거교육의 사례를 소개했다. /오푸름 기자

    “총선 전에 만18세 유권자에게 속성으로 선거에서의 불법과 합법, 투표 방법은 알려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기 의견’을 형성할 수 있도록 하는 시민역량은 단기간에 길러낼 수 없죠. 선거교육을 단기운전교습 정도로 생각하면 안됩니다.” (장준호 경인교대 윤리교육과 교수)

    오는 4월 총선부터 18세 청소년도 투표할 수 있게 되면서 모의선거를 비롯한 다양한 선거교육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청소년이 투표 참여에 앞서 스스로 종합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모의선거는 학생들이 직접 후보자와 정당의 공약을 분석하며 토론하고, 스스로 판단해 투표를 체험한다는 점에서 대표적인 선거교육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주장은 30일 오후 3시 서울글로벌센터 9층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18세 선거권 시대의 교육적 의의와 과제’ 토론회에서 제기됐다. 이번 토론회는 지난해 말부터 청소년 모의선거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서울시교육청이 서울시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과 공동으로 주최했다. 최근 청소년 선거교육에 뜨거운 관심이 쏠리고 있는 만큼 이날 토론회장은 교육계 관계자와 취재진들로 가득 찼다.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은 일본과 핀란드 등 해외 선거교육 사례와 시사점을 중심으로 논의했다. 지난 2015년부터 18세 선거권을 도입한 일본은 작년 7월 선거를 앞두고 고등 3학년은 정치경제과목, 고등 1학년은 현대사회 수업을 통해 선거교육을 주 2회, 15번 실시했다. 수업은 일본의 정치기구와 국회, 정당정치, 선거, 각 정당의 정책 비교, 모의선거, 모의선거와 실제 선거결과 비교 등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학생들은 가상의 또는 실제 후보자와 정당의 주요 정책을 직접 조사하고 토론을 벌였다.

    이영채 일본 게이센대 국제사회학과 교수는 “교사는 학생들에게 다양한 정치적 견해나 의견이 있다는 걸 소개하고 알린다”며 “개인적으로 정치적 견해가 있다는 사실을 숨기진 않지만,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거나 편견을 가지도록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러한 수업에서 다룬 내용을 실제 중간고사 문제와 연결해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하도록 한다”며 “선거교육은 실질적으로 각 학교 담당 교사의 의지와 역량에 따라 좌우되기 때문에 교육 당국에서 배부하는 참고자료를 각 학교에서 어떻게 활용하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핀란드는 1995년부터 전국 단위의 청소년단체연합 조직(Allianssi ry)이 주관하는 청소년 선거에 어떤 학년 또는 학급이 참가할지 학교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선거는 실제 선거와 같은 방식으로, 같은 후보를 놓고 이뤄진다. 서현수 서울대 분배정의연구센터 연구원은 “청소년 선거 외에도 지역의 공식 기구인 청소년 위원회가 주관하고 학교와 협력해 진행하는 패널 토론회도 선거 시기의 대표적인 민주주의 시민교육 프로그램 사례로 꼽힌다”며 “전국의 학교에서 수백차례 열리는 선거 패널 토론회에는 정당 관계자와 후보자들도 초청된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실제 후보자와 유권자를 대상으로 이념적 가치 지향, 정치적 태도, 의제별 정책 선호 등에 대한 설문조사에 기초해 자신에게 적합한 후보를 골라주는 컴퓨터 프로그램도 청소년용으로 개발돼 활용되고 있다.

  • '18세 선거권 시대의 교육적 의의와 과제' 토론회에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환영사를 발표하고 있는 모습. / 오푸름 기자
    ▲ '18세 선거권 시대의 교육적 의의와 과제' 토론회에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환영사를 발표하고 있는 모습. / 오푸름 기자

    이어진 토론에서 이창호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모의투표 활성화를 비롯해 후보자와의 간담회, 기관 견학과 같은 체험교육 등을 제안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일부 고3 학생이 투표권을 가지게 된 만큼 지역의 고등학교가 연합해 후보자 초청 간담회를 개최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며 “학생들이 간담회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토론과 질의 주제를 직접 구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또 “학생들이 직접 시군 단위의 의회나 정당을 방문해 실제 정치기관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파악하고 관계자와의 면담을 통해 책에서 배운 민주주의 내용을 직접 체험한다면 살아있는 교육이 될 것”이라고 했다.

    토론회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특히 정치토론의 활성화를 강조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정치적 이슈나 현안 쟁점에 관한 정치토론이 학교 교육에 뿌리를 내려야 청소년의 정치 참여가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토론과정에서 학생들이 정치적 견해나 입장이 다르다는 이유로 교우 관계가 악화하거나 따돌림을 당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으니, 교사가 이와 관련해 교육을 충분히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본격적인 모의선거 교육 추진에 앞서 서울시교육청은 현재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보낼 공식 질의서를 준비 중이다. 이날 환영사에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일각에선 교사의 정치적 편향성을 우려하고 있지만, 모의선거를 비롯한 선거교육은 권장되고 확대돼야 한다”며 “그간 선거교육을 주도해온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기존의 원칙에 따라 (모의선거 허용 여부를) 현명하게 판단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현재 청소년 모의선거만 쟁점으로 다뤄지고 있는데, 앞으로 교사들이 다양한 방식의 선거교육을 실험한다면 민주시민교육의 살아있는 사례가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