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연 前 포스텍 총장 “객관식 수능, 논·서술형으로 바꿔야”
대구 = 오푸름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9.12.16 15:52

-16일 ‘대구미래교육포럼’서 밝혀

  • 16일 오후 1시 40분 호텔 인터불고 대구에서 열린 '2019 대구미래교육포럼'에서 김도연 전 포스텍 총장이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오푸름 기자
    ▲ 16일 오후 1시 40분 호텔 인터불고 대구에서 열린 '2019 대구미래교육포럼'에서 김도연 전 포스텍 총장이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오푸름 기자

    “시험이 교육을 지배합니다. 앞으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점진적으로 바꿔나가야 교육 혁신을 이룰 수 있습니다.”

    김도연 전 포스텍 총장은 16일 호텔 인터불고 대구에서 열린 ‘대구미래교육포럼’의 오후 기조강연에서 이 같이 밝혔다. 대구광역시교육청이 주최한 이번 포럼에서는 논술과 토론 중심 교육과정인 국제 바칼로레아(IB)의 도입 필요성과 이후 전망을 중점적으로 다뤘다.

    김 전 총장은 이날 미래 사회의 특징을 바탕으로 교육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평균 수명이 연장됨에 따라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넘어가면서 지금의 초중고생들은 80~90세까지 경제활동을 해야 할 것”이라며 “인생의 ‘첫 직장’이 아니라 인생의 ‘마지막 직장’까지도 구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줘야 한다”고 말했다. 초중고 교육을 통해 ‘배운 사람’이 아니라 ‘끊임없이 배우는 사람'을 길러내야 한다는 것이다.

    지식사회에서 초지식사회로 전환하면서 창의력과 비판적 사고력도 이전보다 더욱 강조될 전망이다. 김 전 총장은 “지금까지는 선진국을 쫓아가는 걸 목표로 획일적인 교육을 해왔지만, 앞으로는 한 사람 한 사람의 특성을 살려주는 방향의 교육을 해야 한다”며 “미래 사회 필수 역량으로 꼽히는 창의력, 비판적 사고, 협력, 소통 등 4C를 함양하려면 우리 교육은 혁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근본적인 교육 혁신의 출발점은 ‘시험’이다. 김 전 총장은 “100년 전엔 책을 들고 서당에 다녔지만, 요즘에는 책 대신 모니터 화면을 보며 공부한다”며 “학교의 시스템이 어떻든 간에 학생들은 ‘시험을 잘 보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점은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시험이 제일 중요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출제자가 학교를 지배하며, 시험 문제가 교육을 지배하게 된다”며 “‘시험을 어떻게 내느냐’가 ‘어떻게 가르치느냐’보다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현재 수능은 초중고 12년간의 학업 능력을 측정하는 시험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김 전 총장은 “미래에 노벨상을 받을 수 있는 아이들이 객관식 위주의 수능을 준비하면서 창의력을 고갈시키고 있는 게 우리나라의 현실”이라며 “수능 문제 유형에 맞춰 초중고 시험 문제가 출제되고 있는 만큼 객관식 문항을 단계적으로 없앨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앞으로 10년간 수능에서 매년 5%씩 논·서술형 문항을 늘려나가는 식으로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며 “10년 후 50%만 논·서술형으로 바뀌어도 우리 교육이 굉장한 혁신을 이뤄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관점에서 김 전 총장은 대구교육청이 일부 학교에 IB를 시범적으로 도입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IB는 교육과정과 평가에 논·서술형을 전면적으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이번 IB 도입을 통해 공교육에 근본적인 변화가 시작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 16일 '2019 대구미래교육포럼'에 참석한 교육청 관계자, 교사, 학부모 등이 강연을 듣고 있는 모습. /오푸름 기자
    ▲ 16일 '2019 대구미래교육포럼'에 참석한 교육청 관계자, 교사, 학부모 등이 강연을 듣고 있는 모습. /오푸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