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학일체형 도제학교 질적 제고 필요해… OJT·경력 관리 지원해야”
오푸름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9.09.24 17:50

-24일 ‘산학일체형 도제학교의 성과향상을 위한 미래지향적 발전방향’ 논의

  • 24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산학일체형 도제학교의 성과향상을 위한 미래지향적 발전방향’ 세미나가 열렸다. 도제학교 관계자와 전문가들이 지정토론을 하고 있는 모습. /오푸름 기자
    ▲ 24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산학일체형 도제학교의 성과향상을 위한 미래지향적 발전방향’ 세미나가 열렸다. 도제학교 관계자와 전문가들이 지정토론을 하고 있는 모습. /오푸름 기자

    “산학일체형 도제학교 졸업생의 근무기업 만족도가 시간이 지날수록 감소하는 현실을 주목해야 합니다. 도제교육의 질적 제고가 필요한 이유죠.” (안재영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부연구위원)

    24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산학일체형 도제학교의 성과향상을 위한 미래지향적 발전방향’ 세미나에서 이 같은 지적이 나왔다. 산학일체형 도제학교(이하 도제학교)는 특성화고 학생들이 2학년 때부터 학교와 기업을 오가며 이론과 현장실무를 배우는 제도다. 지난 2015년 특성화고 9개교에서 시작한 도제학교는 올해 194개교에서 운영하고 있다. 내년 8월 ‘산업현장 일학습병행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을 앞두고 고용노동부가 주최한 이번 세미나는 도제학교의 현황을 살피고, 앞으로의 발전방향을 논의하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발제자로 나선 안 부연구위원은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도제학교 재학생·졸업생·교사·기업관계자 등 9155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분석해 발표했다. 그는 “조사 결과, 졸업생의 현업적용도(도제교육에서 배운 지식을 업무에 적용하려는 노력), 직무만족과 조직몰입, 기업 만족도, 도제교육 추천의향의 응답값은 5점 만점에 대체로 3~4점을 기록해 긍정적인 응답이 높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기업 근무기간이 길어질수록 이러한 응답값은 대체로 하락하는 경향을 보였다. 안 부연구위원은 “졸업생의 현업적용도와 근무기업 만족도가 줄어든 이유는 기업이 이들에게 높은 수준의 기술을 기대하지 않고 단순기술인력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도제교육 이수자들이 노동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구체적이고 장기적인 추적조사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특히 기업 내 현장교육(OJT)의 운영 실태에 대한 점검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도제학교에서 OJT가 차지하는 평균 비중은 약 62.7%에 달한다. 지난해 안 부연구위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OJT는 주로 직원들이 도제생과 같이 업무를 수행하면서 직접 지식·스킬을 전수하는 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다른 직원들과 비슷하게 근무 ▲도제생에게 과제를 부여하고 주기적으로 확인하는 방식 ▲강의를 통해 지식을 전달하는 방식 ▲도제생에게 스스로 학습하도록 하고 결과를 확인하는 방식 등으로 나타났다. 도제학교의 핵심인 OJT 교육이 상당수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셈이다.

    올해 기업관계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도제교육과정 중 기업근로자가 기업현장교사 역할을 하면서 나타나는 생산성 저하가 심각한 문제로 드러났다. 박종성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일학습병행제성과관리지원센터장은 “일부 기업은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을 활용해 OJT를 운영하고 있지만, 현장에 부합하지 않는 면이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앞으로 OJT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운영해나가야 할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OJT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을 위한 구체적인 대안도 제시됐다. 안 부연구위원은 “(가칭)’지역 중소기업 연합 도제교육센터’를 통해 소규모 기업의 OJT를 산업별 단체 훈련센터에서 위탁 운영하는 방식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며 “스위스와 독일은 각각 SWISS MEM, 티센크루프(Thyssenkrupp) 훈련센터를 설치하고 OJT를 실시해 질을 높이고 선도모델을 창출할 수 있다는 효과를 입증했다” 고 부연했다.

    세미나에 참석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앞으로 도제학생의 성장을 지원하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도제학교 졸업생들의 후학습 기회를 P-TECH(고숙련일학습병행모델) 사업 외에 다양하게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앞선 조사에서 도제학교 졸업생은 앞으로 산업 분야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필요한 정책으로 ‘일학습병행’(45.2%)을 가장 많이 꼽았다.

    김동수 수원 삼일공고 교장은 “현재 P-TECH사업 외에는 학생들의 성장을 지원하는 경로가 마땅히 없다”며 “전문대학과 4년제 대학 간 연계교육을 시도하는 등 장기적인 경력 관리 경로를 개척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밝혔다. 김병윤 교육부 중등직업교육정책과 사무관도 “도제 학생들이 졸업 후에도 경력이 단절되지 않도록 ▲전문대와 폴리텍을 통한 후학습 ▲산업기능요원 또는 군 특기병 복무 ▲기업핵심 기술인력으로의 성장 등 중장기 경력개발 경로를 단계적으로 제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