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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부담을 줄이는 차원에서 일부 사업을 축소했을 뿐입니다. 크게 지장은 없어요.”
지난 29일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교육정책·사업총량제(이하 정책총량제)를 도입해 945개 중 194개 사업을 정비했다고 밝혔다. 그 중 눈에 띈 건 특성화고등학교 관련 사업이다. ▲마이스터고 지원운영 ▲산·학·관 협력사업 ▲취업기능강화운영비 ▲특성화고 지원운영(산업분야별 특성화고 프로그램) ▲특성화고 학생 취업역량 up 한마당 ▲특성화고 홍보 ▲특성화고 홍보(연수) ▲NCS교육과정운영비 등 특성화고 관련 사업 8개가 줄줄이 축소 또는 폐지됐기 때문이다. 기자가 서울시교육청의 여러 관계자에게 특성화고 사업 축소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묻자 이 같은 답변이 돌아왔다. 이번에 축소·폐지된 특성화고 사업은 학생들의 입학과 교육, 취업까지 전 과정에 걸쳐 있다. 기존 사업의 축소가 학생들에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올해 신입생 모집에서 서울지역 특성화고 전체 70개교 중 38개교가 모집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학령인구 감소, 취업률 하락 등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 중 하나는 학생들이 ‘특성화고를 잘 몰라서’다. 최근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의 한 위원이 발표한 ‘서울시 중학생 대상 진로직업 인식 여론조사’에 따르면,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학생 1390명 중 특성화고에 대해 자세히 모른다고 응답한 학생은 46.5%, 산업수요 맞춤형 고등학교인 마이스터고는 64.2%에 달했다. 이들은 잘 알지 못하는 특성화고를 고교 진학 선택지에 포함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이번 정책총량제를 계기로 특성화고를 홍보하기 위해 운영하는 ‘특정교과 대상 워크숍’을 폐지하고, ‘특성화고 진로진학담당자 연수 비용’을 감액하기로 했다.
특성화고에서 실시하는 직업교육의 핵심인 실무교육을 지원하는 사업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실습에 필요한 기자재 확충, 실습실 재배치 등에 쓰이는 ‘NCS교육과정운영비’는 6000만원이 줄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급 수에 따라 NCS교육과정운영비를 지원하는데, 최근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학급 수가 줄면서 예산도 소폭 감소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7월 특성화고등학생권리연합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납땜 실습에서 마스크와 작업복을 지급하지 않는다” “실습실에 배기시설조차 없다”며 열악한 특성화고 실습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전과 비슷한 수준의 지원으로는 특성화고 학생들이 지금보다 나은 실습실에서 교육받을 기회를 얻을 수 없다.
더욱이 특성화고의 취업률이 매년 떨어지는 상황에서 학생들의 취업을 지원하는 사업의 예산 감축은 신중해야 한다. 서울 특성화고 취업률은 지난해 45.4%에서 올해 37.0%까지 떨어졌다. 그럼에도 이번 정책총량제를 통해 특성화고에서 취업 희망자를 확보하고 우수 취업처를 발굴하는 등 학생 취업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취업기능강화운영비’와 학습중심 현장실습업체를 선발해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산·학·관이 NCS 기반 교육과정을 협의하는 ‘산·학·관 협력사업’도 축소하기로 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구체적인 예산 감축 규모를 말씀드리긴 어렵다”고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정책총량제를 통해 앞으로도 정책·사업의 총량을 지속적으로 관리해 학교의 업무를 덜어 주고 자율성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학생들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사업을 정비하면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특성화고의 경우, 신입생 모집이나 학생 취업 등에서 학교의 부담이 되레 커질 우려도 있다. 기존에 운영하던 특성화고 사업을 축소하거나 폐지한 만큼 학생의 입장을 적극 반영해 보완할 수 있는 대책도 반드시 마련해야 할 것이다.
[조선에듀 오피니언] 서울 특성화고 사업 줄줄이 축소… 학생 입장 반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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