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 국내 도입 논쟁 지속 … 시민단체 “사교육 부담 우려”
이재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9.05.28 11:23

-사교육걱정없는세상 28일 IB 도입 자체조사 발표
-제주·대구서 4월 IB 도입 위한 ‘한국어화’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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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일보 DB
    국제 바칼로레아(International Baccalaureate·IB)가 국내 교육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까.

    대구광역시교육청과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이 지난달 IB 한국어화 추진을 확정한 가운데 교육계의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IB 도입으로 일부 특권학교가 형성돼 교육이 양극화되고 사교육 지출이 늘어날 것이란 비판적인 예상과 교육 개혁의 시발점이 될 것이란 입장이 충돌했다.

    28일 오전 시민사회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은 기자회견을 열고 IB로 인해 교육 양극화 문제가 심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서울대 등 일부 상위권 대학들의 IB에 대한 우호적인 태도를 비춰볼 때 일부 사립대가 IB를 도입해 교육 양극화를 부추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사걱세는 4월부터 3회에 걸쳐 토론회 등을 진행하며 IB를 자체평가한 결과를 발표했다. 사걱세는 평가 결과 IB의 교육철학과 교육과정은 타당하지만 섣불리 도입하면 ▲고입 경쟁 심화 ▲사교육 추가 유발 ▲학습 부담 증가 ▲교육 양극화 심화 등의 문제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대입 전형의 한 갈래로 도입할 경우 대입 전형의 복잡함을 가중시키는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외국의 교육과정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한국사와 지리, 세계사, 국어 등 한국 고유의 교육과정과 충돌할 우려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짧은 시간의 교원 연수로 인해 IB 교육과정에 걸맞은 교사를 양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토대로 사걱세는 IB 교육과정으로 인해 교육 양극화가 우려되는 만큼 국가가 수능 체제를 극복할 새로운 논술형 국가시험(KB) 체제 전환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교육청은 낙후지역 중심 시범학교가 아닌 자율형사립고나 외국어고 등 사립학교 차원에서 IB 교육과정을 도입하려 할 때 신중하게 허가를 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IB는 스위스 비영리기관 IBO(International Baccalaureate Organization)가 개발·운영하는 고교교육과정이다. 객관식이 시험이 아닌 학생의 생각을 쓰게 하는 주관식 시험을 치른다. 국제적으로 객관성·공정성·신뢰성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 제도다. 지난해 기준 150개국 5000여 학교에서 도입했다.

    국내에선 교육목표와 교육과정, 수업, 평가 등이 핵심역량과 학습력을 키우는 교육에 친화적으로 설계된 것으로 평가해 관심이 높다. 특히 논술형 평가와 절대평가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는 평가 시스템이 있어 암기 위주의 국내 교육 풍토를 해소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IB 도입에 가장 앞장서고 있는 것은 대구와 제주교육청이다. 지난 4월 IB 도입을 위해 IBO와 IB 한국어화 추진 협약을 체결했다. 제주교육청은 올해 하반기 도내 읍·면 고등학교 중 1곳을 시범학교로 선정해 운영할 계획이다.

    이석문 제주교육감은 4월 협약식 당시 “한 개의 질문에 한 개의 정답만을 인정하는 평가가 아닌 백 개의 정답을 존중하는 평가로 혁신해 4차 산업혁명의 미래를 충실히 대비하겠다”며 “IB를 뿌리내리기 위한 많은 과제들을 소통하고 협력하며 풀어가겠다”고 밝혔다.

    대학도 IB 도입을 반기고 있다. 특히 서울대는 IB 도입에 가장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4월 국회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 참석한 오세정 서울대 총장은 일부 교육청에서라도 IB를 도입한다면 교육정책의 큰 틀을 바꾸지 않더라도 한국교육을 개선할 수 있다는 취지로 발언하기도 했다. 서울대는 현재 IB와 연계한 입학전형 설계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교육부는 아직 정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교육청의 요구를 받아 지난해 IB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지만 제도 도입의 가능성을 살펴보겠다는 취지라고 선을 그었다. 교육부 측은 “IB 교육과정 국내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며 “단지 IB 이해를 위해 기초 연구를 추진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한편 현재 국내에 IB를 운영하고 있는 곳은 2019년 현재 외국인학교 등을 포함해 12곳이다. 이 가운데 공교육 체계에 속한 곳은 경기외국어고등학교가 유일하다. IB 한국어화가 이뤄지기 전에 도입한 탓에 수업은 영어로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