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15세 이하 보호자 동반요구’ 토플에 시정
이재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9.03.11 11:18

-토플·토익·텝스·지텔프 등 4개 영어시험 약관 심사
-재시험·환불 여부 등 주관사 자의적 판단 ‘불공정’

  • 2016년 9월 21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 영어학원에서 통역장교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 모습. /조선일보 DB
    ▲ 2016년 9월 21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 영어학원에서 통역장교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 모습. /조선일보 DB
    앞으로 토플(TOEFL)에 응시하는 15세 이하 응시자도 보호자 동반 없이 시험을 치를 수 있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김상조)는 11일 토플에 응시하는 15세 이하 응시자의 보호자가 시험장(시험센터) 내에 머무르지 않으면 성적을 무효로 하고 응시료도 환불하지 않았던 조항은 부당하다며 시정을 지시했다. 이밖에 토익(TOEIC)과 텝스(TEPS), 지텔프(G-TELP) 등 영어시험을 주관하는 사업자들의 약관 조항을 심사해 4개 유형을 불공정한 약관으로 판단하고 시정 명령을 내렸다.

    토플을 주관하는 미국교육평가원(ETSㆍ평가원)은 그간 15세 이하 응시자의 안전을 위해 보호자를 동반하고, 시험장에 상주하도록 강제해왔다. 공정위는 그러나 응시자의 안전 등 관리책임은 시험을 주관하는 사업자에 있다며, 이에 따라 보호자를 동반하지 않아 성적을 무효로 하거나 응시료를 환불하지 않는 등 불이익을 주는 것은 약관법 제6조에 따른 불공정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또 시험 취소 시 응시료 환불 여부를 평가원이 자의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한 조항도 불공정하다고 지적했다. 현행 조항은 시험을 이미 치른 뒤에도 악천후 등을 이유로 시험 점수가 취소될 때 응시료 환불과 재시험 여부를 미국평가원이 단독 재량에 따라 결정할 수 있다.

    공정위는 재시험과 환불 등은 사전에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기준과 사유가 명시돼야 한다며 사업자가 계약내용을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조항은 응시자에게 불리하기 때문에 무효라고 판단했다.

    토익과 텝스, 지텔프 등 다른 영어시험도 재시험 조항이 응시자에게 지나치게 불리하다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텝스와 지텔프가 부정행위 여부가 의심되는 응시자를 성적통보 보류자로 분류하고 2주 내 지정된 장소에서 1회 재시험에 응시하도록 한 조항은 응시자에게 시간·정신적 부담을 지나치게 준다고 지적했다. 재시험 응시기간과 방법, 횟수 등 성적통보 보류자의 소명 기회가 충분하지 않아 불리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재시험 응시기간을 2주에서 6주로 확대하고, 지정된 장소에서 재시험을 보거나 기간 내에 정기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조항을 바꿨다. 또 재시험 결과에 불복할 경우 재시험을 한 번 더 치를 수 있도록 조항을 신설했다.

    공정위는 또 토익이 성적통보 보류자의 재시험 응시 연기를 군복무나 해외연수 등에 한해 2주 이내로 제한한 것도 불공정하다고 봤다. 토익은 성적통보 보류자가 6주 내 재시험에 응시하고, 응시가 어려운 경우 군복무나 해외 연수 등 특수한 상황에만 연기가 가능하도록 했다. 공정위는 이를 삭제해 특별한 사유가 없어도 필요하면 재시험을 연기할 수 있도록 했다.

    각 시험 주관사는 이번달부터 시정한 약관을 적용해 시험을 치를 예정이다.

    공정위는 “어학시험 분야 불공정약관 시정으로 응시자의 권리를 강화하고 피해예방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