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던 ‘대입개편안’ 큰 그림 확정…3일 공개, “합리적 결론 나올까” 우려도
오푸름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8.07.29 20:06

- 시민참여단 “대입개편, 시민 책임 전가” 우려 나와
- 통계 인용으로 혼란 겪어…“대입제도 숙의 기간 짧아”
- ‘학종’ 공정성 막판까지 최대 화두…4개안 중 권고안 결정

  • 2차 숙의토론회에 참석한 시민참여단이 의제별 대표자의 발표를 듣고 있다. /오푸름 기자
    ▲ 2차 숙의토론회에 참석한 시민참여단이 의제별 대표자의 발표를 듣고 있다. /오푸름 기자
    현 중 3이 치를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방향의 밑그림이 될 대입개편 공론화 절차가 29일 마무리됐다.

    공론화 마지막 단계인 ‘대입개편을 위한 시민참여단 2차 숙의토론회’가 종료되고 나서 공동기자회견에 참가한 8명은 “숙의 과정이 민주주의의 초석을 다지는 좋은 기회였다”면서도 “숙의 기간이 짧아 대입제도 관련 개념 등을 명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시민들도 있어 합리적인 결론이 도출될 수 있을지 우려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1차 숙의토론회는 이달 14일부터 15일까지 양일간 서울‧광주‧부산‧대전 등에서 열렸으며, 2주 뒤인 지난 27일부터 이날까지 2차 숙의토론회가 충남 천안 교보생명 계성원에서 2박 3일간 진행됐다.

    ◇ 시민참여단이 말하는 ‘대입개편 공론화’

    중3 학부모 유진순(42‧충북)씨는 “숙의 과정을 거치면서 대학입시제도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수 있었다”며 “대학입시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지만, 우리 아이를 위해 상식적인 선에서 충분히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고 생각해 부모의 마음으로 참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씨는 “숙의에 앞서 특정 의제를 지지했었지만, 1‧2차 토론을 거치면서 의제별 장단점이 있고 이를 적절히 수용하고 배제하며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생각이 바뀌었다”며 “이번 공론화를 통해 어떤 결정이 나더라도 받아들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반대로 일부 시민들은 이번 대입개편 공론화 과정에서 ‘아전인수’식 통계 인용으로 혼란을 겪는 등 아쉬운 점을 털어놨다. 김태웅(39‧경기)씨는 “시민참여단으로서 숙의하며 그동안 알지 못했던 대입제도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었고 심층적으로 고민하고서 의견을 제출했다”면서도 “그러나 2차 숙의에서 공론화 교재에 실린 한 가지 통계자료를 가지고 서로 다른 안을 주장하는 일이 벌어지는 등 판단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인 예시로 김씨는 “한 일간지에 실렸던 2018학년도 기준 서울대 정시 일반전형 합격자 시뮬레이션 결과에서 ‘정시 비율이 현행(27%)수준에서 50%로 약 85.1% 증가할 경우, 강남 3구 합격자 증가율이 84% 늘어난다’는 통계자료를 두고 2안과 4안을 주장하는 이들이 서로 다르게 해석해 갑론을박이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대입제도에 대한 내용을 파악하기엔 숙의 기간이 짧아 합리적인 결론이 도출될 수 있을지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도혁(22‧전남)씨는 “특히 분임토의 시간에 대입제도의 틀 자체에 대해 알지 못해 전반적인 내용에 대해 이해를 못 하는 시민들이 있었다”며 “예를 들어 학생부종합전형이나 학생부교과전형에 대한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토의 내용과 다른 엉뚱한 질문을 하는 시민들도 있었다”고 부연했다. 그는 이어 “시간 분배에 기계적으로 몰두하면서 심층 토론이 이뤄지지 못한 점도 아쉬웠다”며 “합리적인 결론이 도출되지 않을 경우, 시민들에게 자칫 책임을 전가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진 않을지 걱정스럽다”고 덧붙였다.

  • ‘대입제도를 위한 시민참여단 2차 숙의토론회’에 참여한 손남숙(54), 김태웅(39), 김용태(60), 안미정(49), 나길우(46), 유진순(42), 권지은(32), 김도혁(22)씨가 공동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다. /오푸름 기자
    ▲ ‘대입제도를 위한 시민참여단 2차 숙의토론회’에 참여한 손남숙(54), 김태웅(39), 김용태(60), 안미정(49), 나길우(46), 유진순(42), 권지은(32), 김도혁(22)씨가 공동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다. /오푸름 기자
    ◇ 대입개편 공론화 마지막 숙의토론회, 의제별 입장차 ‘여전’

    이날 오전 열린 최종 질의응답은 각 의제 대표단이 종합 질의응답을 발표하는 식으로 진행됐는데, 의제 대표단들은 마지막까지 각 의제 홍보에 열을 올렸다. 대입개편 시나리오 4가지는 크게 ‘수능 상대평가 유지vs 절대평가 전환’, ‘수능 위주 정시 확대 vs정시 확대 반대’ 등 두 가지 이슈로 나눠볼 수 있다. 1,3,4안은 정시를 확대하고 수능 상대평가를 유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안은 정시 확대 반대,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 실시가 골자다.

    먼저 ‘수능 45% 이상 확대+상대평가’를 주장하는 1안 발제자에게는 ‘정시나 수능으로 학생의 창의성이나 도덕성·인성을 평가할 수 있나’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자는 주장에 대해 그 부작용에 대해 고민해 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 등이 나왔다. 발제를 맡은 박윤근 서울 양정고 교사는 “오히려 학종은 내신뿐만 아니라 경시대회, 동아리, 독서 활동 등 비교과까지 모두 챙겨야 한다. 실제로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되지 않으면 활동에 참가하지 않는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며 “꾸준한 학습 과정을 거친 뒤 본인의 노력으로 치르는 수능으로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1안과 유사한 4안 발제자인 이현 우리교육연구장은 ‘수능이 사교육비를 부추긴다’는 지적에 대해 “정시가 줄었음에도 사교육비는 계속 늘고 있다. 사교육비의 주범은 수능이 아니라는 의미다”고 말했다.

    2안은 수능 전과목을 절대평가로 전환하고, 각 대학이 수시와 정시의 비율을 대학의 자율에 맡기는 안이다. 이태경 혁신학교졸업생연대 대표(서울대 2학년)는 “수능 상대평가제는 1% 남짓에 불과한 상위권 학생들을 변별하기 위해 시행된다. 나머지 다수의 학생들을 학습에서 소외시켜선 안된다”며 “수능이라는 하나의 시험에 다양한 사회적 가치를 담아낼 수 없기 때문에 여러 전형으로 학생들에게 공정한 기회를 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대학의 자율성을 강조하는 3안 발제자 정재찬 한양대 교수는 대학 입시제도의 안정성을 강조했다. 정 교수는 “대입은 미래지향적이면서 현실 적응이 가능해야 한다”며 “‘대학을 건들지 말라’로 주장하는 게 아니라 자율적인 생명체로 인정해 달라고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영란 대입개편 공론화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폐회식에서 “대입제도는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와 달리 상대적으로 복잡해 공론화가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컸다”며 “그럼에도 대입개편 공론화 과정을 진행하면서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기 시작한 민주시민 의식을 직접 경험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또 “시민참여단 구성부터 1‧2차 숙의토론회까지 공론화의 주요 절차를 성공적으로 마쳤다”며 “시민참여단께서 주신 의견은 잘 정리해 국가교육회의에 8월 3일까지 제출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2차 숙의토론회에서는 시민참여단을 대상으로 4개 시나리오에 대한 지지도를 5점 척도로 표시하는 설문조사를 세 차례에 걸쳐 진행했다. 대입개편 공론화위원회는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시나리오가 무엇인지 등을 정리해 내달 3일 국가교육회의에 제출할 계획이다. 국가교육회의는 이를 토대로 마련한 대입개편 방향을 8월 중 교육부에 전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