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자살예방책, 개별 부처 통합한 ‘위원회’ 설립해 논의해야”
오푸름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8.03.22 18:08

-‘청소년 자살예방을 위한 토론회’ 개최
-“보호자 동의 필수인 예방 프로그램이 대다수…조정 필요”

  • 22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2018 청소년 자살 예방을 위한 토론회’에서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오푸름 기자
    ▲ 22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2018 청소년 자살 예방을 위한 토론회’에서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오푸름 기자

    “청소년 자살예방 정책은 청소년 친화적으로 만들어져야 합니다. 지역사회 인프라를 구축해 청소년이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게끔 해야 합니다.”

    22일 오전 10시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2018 청소년 자살예방을 위한 토론회’에 발제자로 나선 박지영 상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이같이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는 오영훈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한림대 자살과 학생정신건강연구소가 공동으로 주최했다. 2012년 설립한 한림대 자살과 학생정신건강연구소는 교육부 정책 중점 연구소로 학생들의 정신건강 증진 및 자살예방을 위한 효과적인 정책을 연구하고 제안하는 기관이다.

    ◇ “청소년 심리적 접근성 높여야”…부처 간 연계ㆍ협력 부족

    박 교수는 이날 우리나라의 청소년 자살예방 시스템이 보다 활성화되려면 무엇보다 청소년들의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교육부에서 학교 중심 자살예방사업을 펼치면서 학생들의 물리적 접근성은 높아졌지만, 심리적 접근성은 여전히 낮다”며 “학생이 교사나 교내 상담교사에게 자살 위기 상황을 알리는 경우가 드물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위기에 처한 학생이 상담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교사들이 심리적 부담감이나 책임감을 느끼는 것도 문제”라며 “더 나아가 상담교사나 교육 복지사가 자살 위기에 처한 학생을 발견한다고 하더라도 외부 전문기관에 의뢰할 권한이 부족한 점도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성가족부에서 운영하고 있는 CYS-Net(Community Youth Safety Netㆍ지역사회청소년통합지원체계)이나 보건복지부의 자살예방사업에 대해 박 교수는 그 기능이 주로 일시적인 상담기능에 치우쳐 있어 학교, 자살예방센터 등과 정보를 연계하거나 협력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도 보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CYS-Net은 지역 내 청소년상담복지센터 등 청소년 관련기관과 지역사회 시민ㆍ단체들이 위기에 빠진 청소년들을 구조하고 치료할 수 있도록 돕는 연계망이다. 보건복지부에서는 정신건강증진센터와 자살예방센터 등을 통해 아동청소년 자살예방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박 교수는 “현재 교육부, 복지부, 여성가족부, 법무부 등으로 분산된 청소년 관련 부처를 대상으로 ‘청소년 자살예방을 위한 통합위원회’를 구성해 중복 기능을 최소화하고 협력을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며 “각 부처의 서비스 정보망을 연계해 통합적인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관계 부처를 중심으로 한 통합위원회가 꾸려지면 장ㆍ단기적으로 청소년 자살예방 국가전략을 수립하고 그에 따른 성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청소년 자살예방 사업 관련 예산을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청소년 사망원인 1위 ‘자살’…“보호자 미동의로 방치”

    또 다른 발제자인 홍현주 한림대 자살과 학생정신건강연구소장은 “2009년을 기점으로 아동ㆍ청소년 사망원인 1위에 ‘자살’이 올랐다”며 “이후로 자살하는 청소년은 꾸준히 줄어들었지만 2016년부터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홍 소장은 “초등학생이나 중학생보다 고등학생이 훨씬 많다”며 “특히 1995~2012년 OECD 국가를 기준으로 여자 아동ㆍ청소년 10~19세의 평균 자살률은 최상위권에 속해 있다”고 말했다.

    자살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청소년이 교내 심리상담을 받거나 자살예방 지원 프로그램에 도움을 받으려고 하면 반드시 부모의 동의를 거쳐야 한다. 아직 법적으로 미성년자이기 때문. 이러한 현실에 대해 홍 소장은 “청소년 자살 문제는 청소년기에 그치지 않고 청년기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며 “효과적인 조기 발견과 조기 개입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보호자의 미동의로 자살 위기가 방치되는 등의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 교수 역시 “청소년 자살예방 과정에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보호자 동의 과정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며 “청소년의 자기결정과 부모의 결정이 불일치할 경우 적절한 제도적 관여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강섭 한국자살예방협회 협회장은 “한 사람이 자살에 이르기까지는 여러 요인이 포함될 수 있다”며 “현실적으로 자살예방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한 부처의 힘으로는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에 국가적인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