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기 새 교육과정 적용②] ‘핵심 개념’ 의미만 수차례 뒤바뀌어… 연구정책진도 혼동
손현경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8.03.02 14:30

- 2015 개정교육과정, 고1부터 새 학기 적용된다는데…
- 각 교과에 ‘핵심 개념’ 무리하게 적용…“졸속 개편 탓” 주장도

  • '2015 개정교육과정' 열쇠단어인 ‘핵심 개념’이 새 교육과정 정책 연구 과정서 수차례 바뀌어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기자가 취재 과정에서 발견한 논문에 따르면 ‘핵심 개념’에 여러 차례에 걸쳐 의미 변화가 있었다.

    2017년 홍훈기 서울대 화학교육과 교수가 교육부·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 문서를 바탕으로 ‘핵심 개념’의 의미 변화 과정을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새 교육과정 연구 개발 과정에서 ‘핵심 개념’의 의미가 여러번 변했다.

    실제로 <그림 4>를 살펴보면 ‘핵심 개념’의 의미는 초기의 다소 생소한 ‘빅 아이디어(big idea)’라는 의미에 다른 의미들이 더해지며 점차 변해갔다. 개발 초·중반에는 의미가 ‘빅 아이디어’로 비교적 단일했으나 중·후반부에는 ‘교과 내 기초개념’이란 의미가 추가되는 등 기타 의미들이 더해지고 빠지는 일이 반복됐다. <그림 4 참고 : 2015 개정교육과정 개발 단계별 주요문서에서 ‘핵심 개념’ 의미변화 / 홍훈기 서울대 교수 제공(이경건 서울대 석박통합과정)>

  • 그림 4 /  2015 개정교육과정 개발 단계별 주요문서에서 ‘핵심 개념’ 의미변화,  홍훈기 서울대 교수, 이경건 서울대 석박통합과정 제공
    ▲ 그림 4 / 2015 개정교육과정 개발 단계별 주요문서에서 ‘핵심 개념’ 의미변화, 홍훈기 서울대 교수, 이경건 서울대 석박통합과정 제공
    2015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 총론 주요사항 발표(2014년 9월 24일) 당시 정책 연구 과정은 모든 교과에 공통으로 창의·융합적 사고를 기반으로 하는 ‘핵심 개념’을 적용하는 데 목표를 뒀다. 그러나 교과별로 이를 적용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토로하는 정책연구진도 일부 나왔다. 핵심 개념의 ‘창의·융합’과 ‘통합적 사고’가 모든 교과에 구체적으로 적용되기 어려웠던 것이다.

    ◇교육과정 연구진, “‘핵심 개념’ 안 맞는 교과도 있어”

    홍훈기 교수는 “‘핵심 개념’을 ‘톱-다운’(top-down·위에서 아래로) 방식으로 적용하려고 한 탓에 교육과정 개발 현장에는 잘 녹아들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며 “이러한 점을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등의 문헌을 통해 발견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5 개정교육과정 개발진이 ‘핵심 개념’을 적용하기 어려워했음을 알 수 있는 문서도 있다. 기자가 입수한 국어과 교과 교육과정 개발연구 토론회(2015년 7월 25일) 회의록을 살펴보면 A 교수는 “언어는 대부분 사고 기능이고 언어 처리 기능이 있는데(기능 중심이라), 총론(창의·융합)이 국어교육에 적합한 체계인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그림 5 참고 : 2015 개정교과 국어과 교육과정 시안개발 연구 회의록 /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보고서 갈무리>
  • 그림 5 / 2015 개정교과 국어과 교육과정 시안개발 연구 회의록,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보고서 갈무리
    ▲ 그림 5 / 2015 개정교과 국어과 교육과정 시안개발 연구 회의록,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보고서 갈무리
    교육부가 연구를 의뢰한 평가원 역시 ‘2015 개정교육과정 시안 개발 연구’ 보고서를 통해 “2015 개정교육과정에 영역별 핵심 개념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고민과 논란이 존재한 것은 사실”이라며 “핵심 개념에 대한 각 교과 연구진의 이해가 부족한 데 기인하기도 했으나, 다른 한편으로 교과의 성격에 따라 핵심 개념을 추출하는 것이 상당히 어려운 경우도 있는 것으로 논의됐다”고 밝힌 바 있다.<그림 6 참고: 국가교육과정 각론 조정 연구 /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보고서 갈무리>
  • 그림 6 /  국가교육과정 각론 조정 연구,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보고서 갈무리
    ▲ 그림 6 / 국가교육과정 각론 조정 연구,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보고서 갈무리

    일각에서는 이러한 문제의 원인이 ‘졸속 개편’에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과거에는 7~8년 주기로 교육과정이 개정됐지만, 최근에는 시대 변화에 맞춰 수시 개정 체제로 바뀌면서 교과과정도 좀 더 자주 바뀌고 있다. 이에 대해 일부 교육학과 교수들은 “교육부가 불과 2~3년 안에 미사여구로 가득 찬 화려한 교육과정 총론과 초·중·고등학교 12개 학년 200여 과목의 각론을 동시에 내놓는 ‘슈퍼 교육과정 개정’을 했다”며 “이러한 개편으로 각 교과 영역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총론이 만들어지면서 교과 연구정책진이 ‘핵심 개념’을 이해하고 선정하는데 많은 고민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회입법조사처는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 개정의 추진 현황 및 주요 쟁점 분석’ 보고서(2014년 7월 17일)를 통해 새 교육과정 적용일정이 빠듯하다는 우려를 한 바 있다  당시 국회입법조사처는 새 교과서 집필ㆍ검정에 소요되는 기간이 1년 6개월에 불과하고 내용 수정을 위한 기간이 거의 확보돼 있지 않은 점 등을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