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가상화폐 규제한다는데…‘위험한 열기’ 줄어들까
손현경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8.01.08 16:00

- 최종구 금융위원장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포함 대안 검토”
- 전문가 “선의의 투자자 보호해야” VS “더 강한 규제 필요”

  • 정부가 문제로 여긴 초·중·고등학생들의 가상화폐 투자는 ‘미성년자(만 19세 미만) 투자 금지’로 철퇴를 내렸지만, 우회적인 방법으로 투자를 이어가는 청소년들이 적지 않다. /조선일보 DB
    ▲ 정부가 문제로 여긴 초·중·고등학생들의 가상화폐 투자는 ‘미성년자(만 19세 미만) 투자 금지’로 철퇴를 내렸지만, 우회적인 방법으로 투자를 이어가는 청소년들이 적지 않다. /조선일보 DB
    서울 관악구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이재중(가명·18)군은 새해에도 자습시간에 휴대전화만 들여다보고 있다. 50여만원을 투자한 가상화폐 ‘이더리움’ 시세가 분 단위로 급등락을 반복해서다. 이군은 “일주일 새 10만원 정도의 수익을 올렸다”며 “불법 사설 토토(스포츠복권)도 해봤지만, 가상화폐 투자가 더 짜릿한 것 같다”고 했다. 이군은 “쉬는 시간마다 가상화폐 시세를 놓고 반 친구들과 얘기한다”며 “올해부터 미성년자 계좌 거래가 금지됐지만, 규제가 아직 강한 것 같지 않아 주변 친구들도 작은 단위 액수로 ‘단타(단기투자)’를 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미성년자와 외국인에 대한 가상화폐 관련 계좌 개설과 거래가 올해 1월 1일부터 금지된 가운데 예상보다 낮은 규제 수위에 투자 열기가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 모양새다. 최근까지 가상화폐 매매는 미성년자 법정대리인 동의가 필요 없어 나이에 상관없이 거래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정부 대책 발표 이후에도 대부분의 가상화폐 시세는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8일 정부의 가상화폐 규제 발표 소식에도 가상화폐 이더리움, 리플 등의 상승세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이날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빗썸에 따르면 오후 2시 31분 현재 가장 상승세를 보이는 종목은 이더리움이다. 이더리움은 전 거래일보다 16% 상승한 198만98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뒤를 이어 이더리움 클래식이 7.53%의 상승폭으로 6만원에 가까운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이외에도 리플, 비트코인 캐시, 제트캐시가 1~3%의 상승폭을 나타내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비트코인 열풍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지만, 조심스럽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강하게 막을 경우 투자자들이 해외로 빠져나갈 수 있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기술 발전을 막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선의의 투자자 피해를 막기 위해 최소한의 보호 장치는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장은 “투자자들에게 가상화폐의 장단점과 위험성 등을 제대로 알려줌으로써 건전한 활성화와 소비자 보호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한다”며 “단, 가상화폐는 새로운 기술이 근간이므로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해야 효과적인 대책을 내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청소년들이 가상화폐에 매몰되는 현상을 우려하며 더 강한 정책을 내 놓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윤상철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는 “청소년과 외국인의 가상화폐 투자만 금지한 정부 규제안은 반쪽짜리 대책에 불과하다”며 “언제든지 정부가 가상화폐 시장의 문을 완전히 닫을 수 있다는 경각심을 줄 수 있을 정도의 강한 규제안을 마련하지 않는 이상 투기 현상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예를 들면 익명성과 비대면성으로 인해 범죄·불법 자금의 은닉 등 청소년 자금세탁에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실명확인시스템 운영 분야에서 ▲ 가상계좌 입금 때 입금계좌와 가상계좌의 명의 일치 여부를 확인하는 전산시스템 구축·운영 여부 ▲ 가상화폐 취급업자가 이용자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경우 거래를 중단하는 등 절차를 마련·운영하는지 ▲ 가상화폐 취급업자가 제공하는 이용자·거래 정보를 신뢰할 수 없는 경우 거래 거절 등의 절차를 마련·운영하는지 등을 점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8일 오후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가상화폐 규제에 대해 모든 대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가상화폐 거래는 익명성과 비대면성으로 인해 범죄·불법 자금의 은닉 등 자금세탁에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며 “따라서 이번 현장점검에서는 은행들이 가상통화 취급업자와의 거래에서 위험도에 상응하는 높은 수준의 조처를 했는지 중점적으로 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 최종구 금융위원장/ 조선일보 DB
    ▲ 최종구 금융위원장/ 조선일보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