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2017] ‘공교육 혁신’ 외친 文 정부, 올해 교육계 돌아보니…
손현경·신혜민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7.12.29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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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아이는 우리 모두의 아이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공공성 강화 ▲공교육 혁신 ▲교육의 희망 사다리 복원 등을 공약으로 강조해왔다. ‘대학 입학금 폐지’ ‘수능 절대평가 전환’ ‘외고·자사고 폐지’ 등을 내세우며 이전 정부와 확연히 다른 교육 정책의 방향성을 제시한 것이다.

    뒤이어 7월 5일 문 대통령의 주요 교육 공약을 가다듬은 인물로 알려진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이 새 정부의 초대 교육부 수장으로 취임하며, 올해 교육 정책에는 굵직굵직한 변화가 나타났다. 새 정부 취임 후 발생한 올해 교육계 주요 이슈를 정리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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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정 역사교과서 폐지⋯ 새 역사교과서 2020년 도입
    논란이 됐던 중·고등학교 국정 역사교과서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 5월 공식 폐지됐다. 기존에 개발 중이었던 검정교과서가 국정화의 연장선에 있고, 집필 기간이 부족해 교과서가 졸속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는 비판이 지속된 데 따른 결정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3일 만인 지난 5월 12일 교육부에 국정 역사 교과서 폐기를 지시했고, 같은 달 31일 교육부는 중고등학교 역사교과서 발행체제를 국정・검정 혼용에서 검정체제로 전환하는 고시 개정을 완료했다. 이에 따라 새 검정교과서 적용 시기는 2019년 이후로 미뤄졌다. 당초 2018년부터 중학교 1학년과 고등학교 1학년은 새로운 교육과정(2015 개정 교육과정)을 반영한 교과서를 쓰게 돼 있었지만, 역사 과목은 검정→국정→국·검정 혼용으로 교과서 발행 체제가 계속 바뀌면서 제작 일정이 늦어진 것. 교육부는 새 역사교과서를 2020년부터 현장에 적용토록 하고, 이후 세미나와 공청회 등을 거쳐 역사과 교육과정과 집필기준을 재검토해 내달 새 교육과정과 검정교과서 개발 계획을 발표한다. 당분간 학교현장에서는 2009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역사교과서를 사용한다.

    ◇외고·자사고 폐지 추진 본격화⋯ 일반고와 동시 선발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외국어고(외고) 폐지가 본격화하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11월 2일 일반고에 앞서 학생을 선발해온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우선 선발권을 폐지하는 내용의  ‘자사고·외고·국제고·일반고 고입 동시실시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외고·국제고·자사고가 전기모집을 통해 우수한 학생을 선점하고, 고교 서열화를 조장하는 비판에 따른 조치다. 이로써 현재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이 고등학교에 진학할 때부터 자사고·외고·국제고는 일반고와 동시에 신입생을 뽑게 된다. 현행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은 전기고에 ‘과학고·마이스터고·특성화고·예고·체고·자사고·외고·국제고’를, 후기고에 ‘일반고와 자율형공립고’를 뒀으나 이번 조치를 통해 ‘자사고·외고·국제고’가 후기고로 개정됐다. 또 후기고 중에서 1개 학교에만 지원할 수 있도록 이중지원 금지 조항도 넣었다. 아울러 교육부는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자사고·외고·국제고 중 운영 성과평가가 기준에 미달한 학교는 일반고로 강제 전환할 계획이다. 일반고 전환을 희망하는 학교들은 행정·재정적 지원을 해준다. 다만 자사고·외고·국제고를 아예 폐지하는 방안은 내년 하반기 국가교육회의에서 논의하고 추진하기로 했다.

    ◇2022년 고교학점제 시행 예고
    교육부가 지난 11월 27일 지금 초등학교 5학년이 고등학교 1학년이 되는 2022년부터 고교학점제를 본격 도입하겠다고 밝히면서, 고등학생들의 학습과 생활 방식에 큰 변화를 예고했다. 고교학점제는 고등학생들이 자신에게 필요한 과목을 선택해 배우고 기준학점을 채우면 졸업할 수 있는 제도다. 교육부는 이를 통해 입시·경쟁 중심의 교육에서 벗어나 모든 학생에게 진로를 개척할 역량을 부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학점제가 도입되면 학생들은 대학생처럼 영역·단계별로 수강신청을 통해 배울 과목을 스스로 선택한다. 학교는 사회·교양·예체능 분야는 필요한 과목을 추가 개설할 수 있고, 수학·과학 등은 난이도와 학습량에 따른 수준별 수업 편성을 할 수 있다. 교육부는 연구·선도학교 운영과 정책연구를 바탕으로 2020년까지 종합 추진계획과 세부 실행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고교 교육의 중심을 대학 입시가 차지하는 현실 개선 없이 성급히 고교 학점제가 도입될 경우 공교육 파행이 더 심해질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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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립유치원 집단휴원 피했으나 보육 대란 ‘불씨’ 여전
    9월 18일로 예고됐던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의 집단휴원을 놓고 갈등을 벌여온 정부와 한유총이 일단 서로 한발 물러서면서 가까스로 보육 대란을 피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한유총 측이 여론의 뭇매에 밀려 잠시 물러난 것일 뿐 갈등의 씨앗은 여전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한유총은 아이들을 인질로 ‘명분 없는 투쟁’을 벌였다며 학부모들과 교육계의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한유총이 집단휴원에 나선 배경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국ㆍ공립유치원 확충 정책에 있다. 문 대통령은 대선후보 당시 현행 24% 수준인 국공립유치원 재원 비율을 2022년까지 40%로 높이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런 정책이 실현되면 원아를 국공립 유치원에 뺏길 수밖에 없는 한유총 측이 집단휴원이라는 극단적인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정치권에서는 정부가 더 전향적인 자세로 이 같은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 국립대 이어 사립대 입학금도 2022년까지 전면 폐지
    국공립대에 이어 4년제 사립대 입학금도 4∼5년에 걸친 단계적 감축을 통해 사실상 전면 폐지된다. 교육부와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는 지난 11월  말 대학·학생·정부 간 입학금 제도 개선 협의체를 열어 사립대 입학금 폐지에 합의했다. 일반대와 산업대 중 입학금이 평균(77만3000원) 미만인 95곳은 내년부터 2021년까지 입학 관련 업무 실비용(20%)을 제외한 80%를 매년 20%씩 줄이기로 했다. 입학금이 평균 이상인 대학 61곳은 2022년까지 실비용을 제외한 80%를 해마다 16%씩 감축한다. 입학금 실비용(20%)은 감축 단계가 끝날 때까지는 국가장학금(Ⅱ유형)으로 지원하고, 2022년 이후는 신입생 등록금으로 포함하되 해당 금액만큼 장학금으로 지원해 학생 부담을 해소할 계획이다. 학교에 따라 2021학년도 또는 2022학년도 신입생부터는 실질 입학금이 0원이 돼 사립대 입학금이 사실상 폐지된다. 입학금 단계적 폐지로 4년제 사립대 기준 2018년에는 914억 원, 2019년 1342억 원, 2020년 1769억 원, 2021년 2197억 원, 2022년부터는 2431억 원의 학비가 줄어들게 된다.

    ◇ 중학교 자유학기제, 2018년부터 자유학년제로 확대
    내년(2018년)부터 중학교 자유학기제가 ‘자유학년제’로 확대된다. 자유학년제는 기존 1학기만 운영되던 자유학기제를 최대 2학기로 확대한 것으로, 토론‧실습 등 학생 참여형으로 수업을 개선하고 학생의 소질과 적성에 맞는 다양한 체험활동이 가능하도록 교육과정을 유연하게 운영하는 제도를 말한다. 이 기간에 학생들은 총괄식 지필평가를 보지 않고, 교사는 교육과정을 재구성해 학생 활동을 중심으로 수업을 운영하며 개별 학생의 성장과 발달에 맞춰 개별 평가를 진행한다. 자유학년제는 전국 3210개 중학교의 46%에 해당하는 1470개의 학교에서 실시될 예정이다. 교육부의 자유학년제 도입 소식에 여론은 엇갈린 반응을 내놓았다. “학생들이 스스로 꿈과 끼를 찾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는 반면, “지역, 학교에 따라 인프라와 프로그램 격차가 심하다” “자유학기제 기간을 활용해 사교육에 몰두하는 학생이 증가하며 소득에 따른 학력격차가 벌어질 것”이라는 비판 여론도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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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소년 강력 범죄 처벌 강화…소년법 개정 추진
    지난 3월 인천 초등생 살인 사건과 지난 9월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청소년 대상 강력 범죄 처벌에 대한 국민들의 공분이 어느 때보다 강한 한 해였다. 청와대에는 소년법 폐지 청원이 쇄도하기도 했다. 이에 최근 정부는 김상곤 사회부총리 주재로 사회관계장관회의를 열고 '학교 안팎 청소년 폭력 예방 대책'을 발표했다. 대책안에 따르면, 앞으로 형사처벌 금지연령을 만14세 미만에서 13세 미만으로 낮추는 소년법 개정을 추진한다. 이와 함께 중요사건 대상 수사전담반 설치 등 초기 수사를 강화하고 상습·보복·성폭력 등의 사안은 엄정하게 사법 조치하기로 했다. 학교 차원 대응도 촘촘히 다듬었다. 학교폭력 대책이 ‘교내’에만 머물렀다는 지적도 반영, 일반학교뿐 아니라 대안학교와 위탁교육시설에도 학교전담경찰관(SPO)을 두기로 했다. 위기학생을 지원하는 위(Wee)센터도 병원형 등 맞춤형 운영에 초점을 맞출 방침이다. 김상곤 부총리는 “청소년 폭력은 ‘모든 아이는 우리 모두의 아이’라는 마음으로 가정과 학교, 사회가 모두 관심을 가져야만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며 “정부는 청소년 보호 및 관리 시스템을 촘촘하게 구축해야 한다는 인식을 공유해 앞으로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특성화고 현장실습 제도 논란 이후 개선책 발표
    올해 1월 한 대기업 고객상담센터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전주 특성화고등학교 홍모양이 실적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달에는 제주 특성화고 이모군이 음료공장 현장실습 과정에서 사고를 당해 목숨을 잃었다. 교육부는 조기취업형태 현장실습을 학습 중심으로 전환하는 대책을 내놨다. 현장실습이 학습이 아닌 조기취업으로 인식되면서 전공이나 적성보다 임금을 우선으로 하는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내년부터는 직무 체험을 통한 취업 준비 과정에 맞춰 학습 중심으로 현장 체험을 하기로 했다. 현장실습에 참여하는 학생의 신분을 근로자에서 ‘학생’으로 명확히 하고 실습 수당을 지급한다. 교육부는 그러나 2013년 8월에도 비슷한 내용의 ‘학생안전과 학습 중심 현장실습 내실화 방안’을 발표한 바 있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특성화고 현장실습 개선책이 ‘현장 실습 완전 폐지’냐 ‘현장 실습 일부 폐지’냐에 대한 논란도 뒤따르고 있어 이에 대한 후속책도 논의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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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항 지진 여파로 수능 연기⋯ 수능체제 도입 후 처음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일주일 연기됐다. 당초 예정됐던 수능일(11월 16일)을 하루 앞두고 포항지역 내 규모 5.4의 강진이 발생해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은 그야말로 공황 상태에 빠졌다. 이에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학생 안전이 중요하다는 점, 시험 시행의 형평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일주일 연기한 11월 23일에 수능을 시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진 발생 이후 포항지역 일부 고사장이 시험을 치르기 어려울 정도로 파손된 데다가 여진이 이어지고 있어 학생들의 안전을 고려해 연기를 결정한 것이다. 수능이 자연재해로 연기된 것은 1993년(1994학년도) 수능 체제가 도입된 이후 처음이다. 이로 인해 수능 성적표 배부일(12월 6일→12월 12일) 등을 포함한 대입전형 일정이 일주일씩 차례로 미뤄졌다.

    ◇ 수능 첫 영어 ‘절대평가’… 수능 개편 논의 활발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의 가장 큰 변화는 단연 영어영역 절대평가 도입이다. 영어 절대평가는 수험생들의 학습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올해 처음 도입됐다. 그러나 이번 수능에서 응시자 중 5만2983명이 영어 1등급을 받았다. 영어영역 1~2등급 인원이 증가함에 따라 올해 정시모집에서는 영어의 변별력이 약화됐다. 그럼에도 영어 학습의 중요성은 여전하다. 대다수 수험생이 영어 1~2등급을 받는 상황에서 혼자 낮은 등급을 받을 경우 대입지원에 불리함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함께 수능 개편 논의도 활발하다. 지난 8월 31일 정부는 수능 개편안 발표를 1년 유예했다. 당초 교육부는 수능 7개영역 중 4개영역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1안과 모든 영역에 절대평가를 도입하는 2안을 시안으로 공개했다. 1안은 2안에 비해 대입제도의 변화가 적지만, 학생들이 수능 상대평가 지정 과목에만 학습을 몰두해 ‘공교육 정상화’ ‘고교 교육 다양화’를 추구하는 교육부의 방침과 어긋난다는 지적이 있었다. 2안의 경우 사실상 수능을 무력화하기 때문에 정시지원에 나서는 학생들의 도전 기회를 막는다는 비판을 받았다. 교육부는 이과관련한 수능개편안을 내년 8월 확정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