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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을 하루 앞두고 경상북도 포항에서 규모 5.4, 4.6의 지진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수험생과 학부모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포항 인근에서는 여진(餘震) 가능성도 있어 교육 당국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수험생과 가족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수능도 ‘지진 공포’ 속에서 치르게 됐다며 불안해 하고 있다.
15일 교육부는 첫 지진 발생 직후인 3시 10분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주재로 ‘긴급회의’를 열고, “포항을 비롯한 전국에서 일단 예정대로 수능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교육부의 ‘재난 대응 매뉴얼’에 따르면 지진이 발생할 경우 우선 수험생들은 감독관의 지시에 따라 시험지를 뒤집고 책상 밑에 대피해야 한다. 이후 상황이 안정되면 시험을 다시 진행한다. 이때 타 수험생의 답안지를 보거나 대화를 나눌 경우 부정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 특히 외부로 나가는 것은 불가하며 외부로 이탈하면 ‘시험 포기’로 간주한다.
교육부는 차후 지진으로 인해 수능 고사장에 피해가 발생한 것이 확인될 경우 미리 확보한 예비 시험장으로 옮겨 시험을 본다는 계획이다. 지진이 발생한 포항지역에는 1곳의 예비 시험장이 마련돼 있다. -
◇시험지구별 대처… ‘시험 중단→ 대피→재개’
교육부는 이날 ‘긴급회의’에서 지진 발생 시 대응 매뉴얼을 다시 한번 점검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수능 날 지진 발생 시, 규모와 발생시간·장소 등이 각 시험장에 즉시 통보되며 전국 85개 시험지구별 대처 단계가 고지된다. 대처단계는 ‘가’부터 ‘다’ 단계까지 3단계로 이뤄진다. ‘가’ 단계는 진동이 경미한 경우로, 중단없이 시험을 계속 보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학생들이 크게 동요하거나 학교건물 상황에 따라 대피가 필요하면 시험을 일시 멈추고 대피할 수 있다.
‘나’ 단계는 진동이 느껴졌으나 안전은 크게 위협받지 않은 상태다. 일단 책상 밑으로 대피한 후 상황이 나아지면 시험을 재개하게 된다. 수험생들은 시험실 감독관이 “시험 일시 중지, 답안지 뒤집기, 책상 아래 대피”를 지시하면 신속히 이에 따르면 된다. 상황이 긴급해 답안지를 뒤집을 만큼의 상황이 안 되면 이 과정은 생략될 수 있다.
‘다’ 단계는 진동이 크고 실질적인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해당 단계가 통보된 시험지구 학교에서는 수험생들을 운동장으로 대피시킨 뒤 추후 조치는 상황에 따라 결정한다. 지진으로 시험이 중단되거나 수험생들이 대피했으면 그에 소요된 시간만큼 시험시간이 연장된다.
시험이 재개될 때는 원칙적으로 10분의 안정시간이 부여된다. 시험중단·재개가 이뤄진 경우 수험생들은 시험이 끝난 이후에도 퇴실통보가 있기 전까지는 정숙을 유지하며 대기해야 한다. 시험실별로 시험 중단시간이 달라 종료시각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불안감 등을 호소하는 수험생은 보건실 등 별도 시험실에서 시험을 볼 수 있다.
◇ 정부 “수능 대비 시나리오에 작년부터 ‘지진 대책’ 추가”
교육부는 매년 수능 시험을 앞두고 여러 비상 상황별 대처 시나리오를 준비하는데 지난해부터는 ‘지진 대책’이 추가됐다. 사상 최대 규모였던 지난해 9월 경주 지진 이후 시험 도중 지진이 발생했을 때를 대비한 특별 대책이다. 앞서 지난달 24일에는 수능 시험을 안전하고 원활하게 치르기 위해 범정부적 ‘2018학년도 수능 시행 원활화 대책’을 내 놓기도 했다.
해당 대책들에 따르면 기상악화 등 자연재해에 대비하기 위해 ‘기상청 홈페이지’를 통해 시험장별 날씨 정보를 제공하는 한편 시험 당일 지진이 발생할 경우 25초 안에 재난문자를 발송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전자기기 등 휴대전화를 시험장에 갖고 들어갈 수 없는 수험생들은 감독관을 통해 지진정보를 듣는다. 교육부는 “수험생들이 수능시험을 불편 없이 무사히 잘 치를 수 있도록 교통과 소음방지 대책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다. -
그러나 수험생과 그 가족 사이에서는 또다른 지진이나 여진으로 수험생의 안전에 위험이 생기거나 시험을 망칠 것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수능 보려면 목숨을 걸어야 되는가” 등 수험생들의 걱정이 쏟아지고 있다. 한 수험생은 “도서관에서 공부하는데 지진이 느껴져 너무 불안했다. 어떤 친구는 수능날 지진 나서 시험 안봤으면 좋겠다고 농담 하기도 했지만 (내일 수능만 보면 어려운 입시 공부가 끝나는데) 그게 진심은 아닐 것”이라며 “내일 지진이 일어나지 않기만 간절히 빈다”고 전했다. 또 지진과 관련한 교육부 기사에는 “수능일에 지진이 일어나면 휴대폰도 없는데 대피는 제대로 시켜줄지, 또 부모님과 통화는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현실적 우려도 줄을 잇고 있다.
교육부는 현재 시각(오후 5시 10분) ‘긴급 회의’ 중이다. 교육부 대입제도과 관계자는 “추후 상황을 기상청 및 연구소 등 포항지역 현장으로부터 보고 받고 이번 지진 관련 수능 브리핑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내일 수능 망치면 어쩌나” …잇단 지진에 수험생 ‘불안’ 폭증
- 포항 5.4 강진에 교육부도 긴장… 부총리 주재 ‘긴급회의’ 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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