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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년간 서울대 간판을 포기한 학생이 1700명을 넘어섰다. 서울대를 포함해 이른바 ‘SKY '(서울대·고려대·연세대) 대학을 중도 포기한 학생 또한 매년 1000명을 웃돌고 있다. 특히 지난해는 1238명에 달하는 학생이 입학을 포기했다. 원인은 자연계열 최상위권 학생들의 사라지지 않는 의대 선호 현상에 있다.
10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국민의당 이동섭 의원이 서울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서울대 합격생 중 입학을 포기한 학생은 368명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346명)보다 11.6% 증가한 수치다. 단과대학별로 보면 공대가 136명으로 여전히 가장 많았다. 이어 농생대(53명), 간호대(50명), 자연과학대(42명) 순이었다. 인문대, 사회과학대, 경영대에 합격하고도 입학을 포기한 학생 수는 각각 12명, 9명, 1명으로 상대적으로 적었다. 자연계열에 합격한 학생의 입학 포기가 속출하는 것이다.
서울대에 합격하고도 입학을 포기하는 학생 수는 2013년 326명, 2014년 339명, 2015년 317명, 2016년 346명, 2017년 386명으로 2015년을 제외하고 최근 5년간 증가세를 보였다. 이 중 공대 비율이 가장 높았다. 공대 합격생 중 포기자가 많은 것은 다른 대학에도 합격한 학생들이 해당 대학의 의대·치대·한의대 등 취업이 유리한 학과를 선택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대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입학 포기생이 매년 300명이 넘는다는 지적을 받자 “서울대 입학선발시스템의 개선하는 방안을 찾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자연대·공대·농생대 고교생 캠프’를 운영하고 있을 뿐 실질적인 개선책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동섭 의원의 지적이다.
◇ SKY 중도 포기 多… 입시전문가들 “의대선호 여전”
서울대 한 곳만의 예외적인 상황이 아니다. 서울대를 포함한 소위 ‘SKY’라 불리는 명문대 학생들 역시 의대 선호 현상이 여전했다.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8월 31일 대학알리미에 공시한 ‘중도탈락 학생 현황’에 따르면 지난 한 해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를 다니다 중도탈락한 학생은 각각 서울대 254명, 고려대 540명, 연세대 444명으로 조사됐다. 2015학년 1107명(서울대 239명·고려대 450명·연세대 418명), 2014학년 1145명(서울대 215명·고려대 512명·연세대 418명) 대비 증가 폭이 두드러졌다.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선호도가 가장 높은 최고 명문대학에서도 이처럼 중도탈락 학생 수가 많은 것은 의과대, 또는 서울대로 재입학하는 학생이 꾸준히 발생하는 탓으로 분석된다. 서울대의 경우 이공계열 재학생 중 타 대학 의학계열로 이동하는 학생이 대부분이고, 연세대와 고려대는 반수(대학 재학 중 재수)를 통해 서울대 또는 의학계열 등으로 다시 입학하는 학생이 많다는 게 입시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의대 모집정원의 증가로 인해 ‘기회를 노리는 자퇴’가 나타난 것이라 분석한다. 이영덕 대성학력평가연구소장은 “최근 들어 의대 모집정원이 늘어나면서 의대로의 진학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몇 년 전보다 치대 모집정원까지 늘어나면서 의학계열에 진학할 기회가 대폭 늘어난 것이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에서 자퇴생들이 늘어나는 가장 큰 이유라고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의대 모집 정원은 2013학년도에 167명, 2015학년도 717명, 2017학년도 205명이 늘어난 데 이어 올해에는 서울대가 95명에서 135명으로 40명, 연세대가 77명에서 110명으로 33명 늘어난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이사는 “통상 대학에서의 학적 포기는 반수를 위한 통로로 인식된다. 고려대와 연세대의 경우 상위대학인 서울대로 진학하려는 인원도 일부 포함되겠지만, 서울대에서도 중도포기가 발생, 의대 도전을 위한 선택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며 “해를 거듭할수록 취업난이 짙어지는 탓에 인재들이 사회적 명성과 경제적 부를 모두 갖출 수 있는 의대로 유턴 입학하려는 양상이 두드러진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서울대 간판 대신 의대 갈래요”…입학 포기 5년간 1700명↑
- 지난해 ‘SKY’ 간판 중도 포기 1238명
- 올해 서울대 입학 포기, 전년 比 11.6%↑
- “의학계열 동시 입학 후 등록 포기한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