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제4차 산업혁명 도래…'소포자' 출현을 경계하며
이재호 경인교대 교수ㆍ(사)한국창의전보문화학회 회장
기사입력 2017.07.04 11:55
  • 최근들어 제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여러 가지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중 대부분은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관련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는 걸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미래 먹을거리와 직업에 대한 두려움이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

    제4차 산업혁명은 산업과 정보기술(ICT)의 완벽한 융합으로 인해 진행되는 사회 전반에 걸친 변혁이다. 이는 지금까지 인류가 경험했던 3번의 산업혁명과는 차원이 다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진행은 ICT의 급속한 발전에 따른 것이며, 근본적으로는 소프트웨어(이하 SW) 개발 수준의 비약적인 발전에 그 원인이 있다. SW 개발 수준이 비약적으로 발전함에 따라 인공지능(이하 AI) SW의 개발이 가능해졌으며, 이것으로 인해 우리의 미래는 엄청나게 변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리가 겪게 될 변화 중 가장 심각한 것은 일자리의 감소로 예상되며, 이러한 현상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예를 들어 지난 4월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가 출범해 수십만 명의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케이뱅크는 오프라인 지점이 없기 때문에 창구 직원이 없으며, 대부분의 업무는 인터넷으로 처리된다. 오프라인 지점의 유지비용이 없기 때문에 고객의 혜택은 늘어나고, 고객들은 24시간 언제 어디에서나 은행 일을 처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기존 오프라인 은행의 혁신도 시작됐다. 모 은행의 경우, 현재 지점의 80%를 폐쇄하는 혁명적인 조치를 시행했다. 이러한 조짐이 바로 사람들이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일자리 감소를 걱정하는 이유다. 비단 은행원뿐만 아니라, 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는 변호사, 회계사, 투자전문가, 작곡가, 시나리오작가, 기자 등과 같은 지식 노동자의 일자리 중 상당 부분을 AI SW가 대체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렇다면 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도 그 어떤 것에 대체되지 않고 인정받는 인재는 어떤 사람일까. 대부분의 전문가는 인재가 갖춘 역량으로 'SW코딩역량'을 꼽는다. 즉, 미래 세대들이 준비해야 할 핵심적인 역량은 SW코딩역량인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 따라 세계 각국은 미래 세대를 위한 SW코딩교육에 자신들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전 세계 주요국의 경우 SW교육을 국어, 수학, 과학 등의 주요 교과목과 동등한 레벨로 인식해 초중등학교의 교육과정을 개편하고 SW교육을 시행 중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2018년부터 SW교육 의무화 정책을 시행한다. 중학교의 경우 2018년부터 정보 교과에서 SW교육을 34시간 실시하고, 초등학교의 경우에는 2019년부터 6학년 실과시간에 SW교육을 17시간 이상 실시할 예정이다. 깊게 생각하지 않더라도 미래 세대들의 핵심 역량인 SW코딩역량을 계발하기에는 우리나라의 초중학교에서 시행하는 17시간과 34시간의 SW교육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미래 세대들이 전 세계 미래 인재들과 경쟁해 나갈 수 있을지 걱정이다. 교육부와 미래창조과학부는 이와 같은 문제점을 보완하고자 전국 초중고등학교를 대상으로 2017년 현재 SW교육 연구ㆍ선도학교 1200개를 지정ㆍ지원하고 있다. 또한 미래창조과학부는 SW분야의 우수 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2016년부터 30개의 초중등학교를 SW영재학급으로 선정ㆍ지원하고 있다. 삼성, 네이버, SK 등과 같은 기업들도 교육기부 사업의 하나로 SW교육 및 SW캠프 등을 지원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와 같은 지원은 우리나라 전체 학생들의 일부에게만 그 혜택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 전체 학생들의 SW코딩역량을 계발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자칫 우리나라의 미래 세대 중에서 '소포자(소프트웨어를 포기한 사람)'가 속출하는 사태가 벌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우리나라의 모든 미래 세대들이 충분한 SW코딩교육을 받아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는 인재로 살아갈 수 있게 지원해야 한다.

    소포자가 확산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정부, 기업, 학교, 가정 등이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는 'SW코딩교육 생태계' 구축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는 미래세대들이 SW코딩을 경험할 수 있는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기업 및 학교에 속한 SW코딩교육 전문가그룹은 학생들 스스로 SW코딩의 배움을 시작하고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보급해 나가야 한다. 학부모들은 자녀에게 SW코딩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지금도 ICT 관련 기업 및 단체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SW코딩교육 프로그램이 존재한다. 마음만 먹으면 바로 시작할 수 있다. 만약 여러분 또는 여러분의 자녀 중에 아직도 SW코딩 경험이 없을 수가 있다면, 이번 여름방학에 해야 할 일 중 가장 중요한 것은 SW코딩 교육의 시작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