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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교육계의 뜨거운 감자는 단연 ‘영재고와 과학고 학생의 의과대학 진학 제한’이었다. 지난 15일 교육부가 영재고와 과학고 졸업생들이 의과대학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기사가 일제히 보도됐다. 기사에 따르면 교육부가 영재고나 과학고 학생들이 ‘과학기술인재 양성’이라는 학교 설립 취지와는 달리 의대로 진학하는 현상이 심화됨에 따라 이것을 막는 자체 방안을 마련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각 시도교육청에 보냈다는 것이다. 자체 방안으로는 ▲의대 진학 시 고교재학 시절 받은 장학금, 지원금 회수 ▲의대 진학 시 학교장 추천서 미작성 ▲입학 시점에 의대에 안 간다는 서약서 작성 등이 예시로 제시됐다.
영재고와 과학고 학생들의 의대 진학 문제는 사실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유은혜 의원이 교육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영재고 졸업생 총 1829명 가운데 8%(154명)가 의학 계열 대학에 진학했다. 과학고의 경우 2011~2015년 사이 전체 졸업생의 약 3%가 의대에 진학했다. 2009년 과학고에서 영재고로 전환한 서울과학고는 5년간 17%가 의대에 갔다. 과학고와 영재고는 이공계 우수 인재를 양성하려는 취지로 각각 설립됐다. 이를 목표로 과학고는 학교당 연간 8~15억, 영재고는 20~30억원의 정부 예산을 지원받는다. 특히 영재고 학생들은 입학금과 수업료를 면제받아 각종 장학금까지 포함하면 금전적으로 일반고 대비 다섯 배가량의 혜택을 받는다.
이에 해당 학교에서는 학교장 재량으로 의대 진학을 막으려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왔다. 대부분의 영재학교는 ‘의ㆍ치ㆍ한의예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은 본교 지원이 적합하지 않음’이라고 입학요강에 명시하는 상황이다. 경기과학고의 입학 요강 유의사항을 살펴보면 ‘본교는 이공계열의 수학, 과학 인재 양성을 위해 설립된 영재학교이므로 의ㆍ치ㆍ한의예 계열의 대학에 진학하려는 경우 본교 교원의 추천서를 받을 수 없으며 재학 중 각종 혜택으로부터 제외됨’이라고 나와있다. 몇몇 학교에서는 재학생을 대상으로 이공계열 외의 학과에 지원하는 경우에 학교에서 정한 바에 따른 어떠한 조치도 감수한다는 서약서를 받고 있다. 지원받은 장학금을 회수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부가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학교의 노력에 좀 더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2018학년도 수능 영어 영역의 절대평가가 시행됨에 따라 영재ㆍ과학고 학생들이 수능에서 좀더 유리해진 위치에 놓인 것도 한 몫 했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영재학교 진학 담당 학원 원장 이모씨는 “영재고나 과학고는 학교에서 수능 대비 교육을 하지 않으며, 또한 이공계 학생의 특성상 그간 영어 과목이 취약한 학생이 많았다”며 “하지만 영어가 절대평가로 이뤄질 경우 최저학력 기준을 맞추는 것에 큰 부담이 없기 때문에 학생들이 의대에 도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영재고와 과학고 학생들의 의대 진학을 막는 것은 학생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조치라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 자녀가 영재고에 합격했다는 학부모 이상은(50)씨는 “만약 고등학교에 가서 의대로 적성을 찾은 학생은 어떻게 할 것이냐”며 “직업 선택의 자유를 막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대만 특정해 제한하는 것도 지나치다는 의견도 있다.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똘똘한 학생들의 무차별 의대 지원 현상을 우려하고 반대하는 1인이지만, 그것을 막자고 말도 안 되는 인위적 제도를 만드는 것에도 반대한다”며 “의학의 본질은 의과학”이라고 강조했다.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도 있다. 서울의 한 자율형사립고 교사는 “요즘 의대를 희망하는 학생들은 내신 경쟁을 이유로 자사고로 몰리는 추세인데, 이런 현실을 무시하는 조치”라며 “의대 진학을 막는 것보다는 이공계 진학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영재고ㆍ과학고 출신 의대 진학 시 불이익 주는 방안 검토한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