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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지만 정도(正道)를 걷는'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을 몸소 증명한' 청심국제고 2학년 장우정양을 설명할 때 빠지지 않는 수식어다. 장양은 수재들만 모인다는 국제학교에서 사교육, 유학 경험 없이 상위권 성적을 유지할 뿐 아니라, 뛰어난 영어 글쓰기 실력으로 유명하다. 교사들은 "키보드만 두드리면 쉽게 얻을 수 있는 지식보다 책을 들춰 왜 그런지를 탐구하고, 영어를 모국어처럼 구사하는 친구들 사이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부지런히 자기 계발을 하고… 요즘 같은 시대에 보기 드문 학생"이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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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을 이끌어내는 글, 경험이 비법
얼마 전, 장양에게 희소식이 전해졌다. 바로 제16회 광저우 아시안게임 기념 아시아 청소년 백일장에서 1등을 수상한 것. 광저우 아시안게임의 성화 봉송자로도 초청돼 다가오는 11월, 중국을 방문할 계획이다. ‘Worthless Numbers on the Scoreboard’라는 에세이에 ‘경기에서 이기는 것도 좋지만, 스포츠는 모두가 함께 즐기는 축제와 같다’는 생각을 담았다.
“중학교 1학년 때 반 대항 축구대회를 한 적이 있어요. 뒤에서 2등을 할 정도로 체육을 못했고 반 친구들에게 방해되고 싶지 않아 빠지겠다고 했죠. 하지만 친구들은 그런 제게 이기고 지는 것보다 함께 그 순간을 즐기자고 제안했어요. 우승하진 못했지만, 함께 땀 흘리고 웃으면서 우정이 더욱 돈독해질 수 있었죠. 그 일을 계기로 축구의 룰도 알게 됐고 축구 경기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평소 독서와 글쓰기에 관심이 많은 장양은 기회가 될 때마다 펜을 들었다. 책을 읽고 느낀 점, 사회 이슈에 대한 생각 등을 글로 표현했다. 말 그대로 많이 읽고 여러 번 썼다. 완성된 글을 여러 사람에게 보여주고 조언받았다. 그녀는 “좋은 글은 땀과 눈물, 경험을 통해 완성되는 듯하다”며 어른스러운 말을 건넸다.
“13세 때 멋모르고 부모님의 품을 떠나 청심국제중에 진학했지만, 타지에서의 생활은 녹록지 않았어요. 외로움, 이질감, 그리움이 겹쳐 한때는 울면서 잠들기도 했죠. 하지만 이런 방황의 시간 덕분에 생각의 깊이가 달라졌어요. 아무리 힘든 경험도 무의미하지 않다는 것을 글을 쓰면서 알았죠. 이 경험은 다른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중요한 소재였거든요.”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글쓰기는 생각만큼 쉽지 않다. 더군다나 모국어가 아닌 영어로 글을 쓴다는 것은 내공이 필요한 일이다. 장양은 유치원을 졸업할 즈음 처음으로 알파벳을 접했다. 남들보다 조금 늦게 영어에 입문했지만, 받아들이는 속도는 빨랐다. 영화 보는 재미에 빠져 영어 공부의 목표를 ‘자막 없이 영화 보기’로 잡았기 때문. 그녀는 “기억에 남는 대사를 외우고 따라 하고 활용하다 보니, 영어 공부에 재미를 느꼈다”고 전했다.
고향 광주에서 ‘영어깨나 한다’는 소리를 들었던 장양이지만, 중학교에 입학하고 충격을 받았다.
“영어 실력이 뛰어난 친구들과 경쟁하다 보니 학교 수업을 따라가기 어려웠어요. 영어를 배우려면 자신감은 높이고 자존심은 버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단어를 외우다 보면, 눈에 익숙한 단어도 어떻게 발음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마다 장양은 영어를 잘하는 친구들에게 어떻게 발음하는지, 어떤 의미를 가졌는지, 미국 현지에서는 어떻게 활용되는지를 물었고, 여러 번 반복해서 쓰고 외우는 ‘깜지’를 했다. 덕분에 가운뎃손가락에는 훈장처럼 굳은살이 박여 있다. 장양은 “단어는 눈에 익고 귀에 익고 손에 익어야 언제든지 입에서 튀어나온다”고 귀띔했다.
장양은 힘들게, 한결같이 공부하는 타입이다. 수업 교재를 소설 읽듯이 수시로 읽고, 중요한 영어 구문과 문장은 통째로 외운다. 하루 만에 에세이 과제를 해결하는 ‘실력자들’과 다르게 과제를 공고한 날부터 준비하기 시작한다. 이런 우직한 공부법은 고등학교에 진학해 빛을 발했다. 사회학에 관심이 많은 그녀는 UN 산하의 UNAOC(UN Alliance of Civilization)에서 일하는 것이 꿈이다.
“궁극적인 목표는 가장 존경하는 사회학자인 이매뉴엘 월러스틴처럼 되는 거예요. 어떤 사회나 사람에 대해 이미 내려진 정의와 판단에 연연하지 않고 제 신념과 이성, 관찰을 통해 새롭게 정의, 비판, 재조명하는 일. 그것이 제가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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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 학교짱] 읽고·쓰고·외우고… "내 공부법은 우직한 소 같아요"
김명교 맛있는공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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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심국제고 2학년 장우정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