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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연세대 상경대에 입학한 박상률(20·사진)씨는 어렵다는 반수(半修, 대학 휴학 후 재수를 준비)를 통해 원하던 대학의 문턱을 넘었다. 반수는 대학에 적을 두고 도전할 수 있어 매력적이지만 전혀 녹록지 않다. 대학생활과 수능준비를 병행하며 많은 유혹과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박씨에게 반수 성공담을 들어봤다.
◆ 지난해 5월부터 반수 결심
박씨는 서울 모 대학을 1학기 동안 다니다가 지난해 5월부터 수능준비에 뛰어들었다.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결국 2009학년도 대입 수능에서 언어 1등급(백분율 100%), 수리 1등급(99%), 외국어 2등급(95%), 사회탐구 1등급(99%)이란 눈부신 성과를 기록했다.
"목표로 했던 연세대에 지원했다가 실패하고 고민이 많았죠. 점수에 맞춰 대학은 들어갔지만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았어요. 결국 휴학계를 제출하고, 반수 전문학원에 등록했죠."
학원 선택 전 주변에 재수를 경험한 선배를 만나 여러 조언을 들었다. 선배들의 눈물겨운 경험담이 그에게 자극이 됐다.
"학원에 등록했을 때 저와 사정이 비슷한 반수생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그들과 공감대를 빠르게 형성했고, 금세 친해졌죠. 우리는 '원하는 대학에 꼭 합격할 수 있다'며 서로 응원했어요. 하지만 입시에 실패해도 돌아갈 곳이 있다는 안정감, 일반 대학생 친구들과 비교되는 생활 때문에 재수에 대한 의지가 많이 약해졌죠. 함께 공부하는 학원친구들이 하나둘 포기할 때는 덩달아 극심한 슬럼프를 겪었어요."
그는 "그때마다 학원 원장님과 선생님의 독려 덕에 나약해진 자신을 바로잡고 공부에 정진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럼에도 수능일이 가까워질수록 겪게된 불안감과 외로움은 참기 어려웠다.
"수능 일이 다가올수록 초조함은 극에 달했어요. 그때마다 주말에 연세대로 갔죠. 먼저 진학한 친구를 만나 운동으로 땀을 흘리고, 노래방에 가서 소리를 지르며 스트레스를 해소하곤 했죠. 원하는 대학에 다니는 친구를 만나면서, 자신을 돌아보고 동기부여와 함께 불안감을 떨쳐낼 수 있었어요."
◆ 스터디플래너 활용해 학습목표 세워
그는 학원에 도착하자마자 공부계획을 담은 '스터디플래너'부터 펼쳐들었다. 그리고 하루 공부계획과 주 단위 학습목표를 점검했다. "경쟁자들과의 격차를 줄이려면 더욱 체계화된 계획을 통해 시간관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풀어지기 쉬운 주말을 버티기가 쉽지 않았으나 학원에서 제공하는 인터넷 강의를 종일 들으며 이겨냈다. "반수 생활 내내 괴롭힌 것은 부족한 시간이었고, 이번 수능에 실패해도 돌아갈 대학이 있다는 것은 떨치기 어려운 유혹이었다"고 털어놨다.
"반수생들은 복학이라는 비상 탈출구가 있기 때문에 다른 재수생에 비하면 의지가 턱없이 약하죠. 이를 집중적으로 관리해주는 매개체가 필요했어요. 제 경우는 학원의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 탄탄한 프로그램과 스타 강사들의 요점 위주 강의는 느슨해지는 자신을 다잡을 만했죠. 학원의 반수생 프로그램은 정말 빡빡했어요. 실제로 이 프로그램을 접했을 때는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의문까지 들었죠. 하지만 자신을 믿고 따랐을 때 합격의 기쁨이 반드시 돌아온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의 반수 성공기에는 특별할 것이 없었다. "학원 수업에 충실한 것이 주효했다"고 털어놓은 그는 "시간이 부족한 반수생들의 특성상 혼자 공부하는 시간보다 강사들이 요점 위주로 정리해 준 자료를 토대로 집중 학습한 것이 효과가 컸다"고 말했다.
"반수를 결심한 학생들 가운데 상위권이 많은 편이에요. 과거보다 반수를 결정하고 실천에 옮기는 시기가 점점 앞당겨지는 추세죠. 그렇다고 급한 마음에 무작정 실전 문제풀이부터 들어가선 안 돼요. 전 과목 성적이 고르게 높지 않고 특정 과목에 편중돼 있다면 반수생이 되려는 결정은 생각해볼 일이죠."
그는 "반수 결심 뒤 처음 10주간은 기본 개념 다지기와 취약점 파악, 수능 출제원리 이해를 중심으로 공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더불어 "이 기간에는 어떤 돌발변수(MT, 미팅, 술자리 유혹 등)에도 절대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 모의고사 성적 연연하지 말아야
6개월 넘게 수능공부를 놓은 탓에 초반 모의고사 성적이 기대만큼 나오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반수생이라면 누구나 겪는 일"이라며 "평정심을 잃어 남은 기간을 망치지 말고 마음을 추스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반수 공부 초기, 언어영역은 덜 어려운 비문학 위주로 개념을 잡고 차츰 문학 분야로 넘어갔다. 그는 "언어는 외우기보다 이해해야 하는 영역"이라며 "독서량을 늘리면서 문제를 풀어야 할 때는 기출문제 풀이 위주로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수리영역은 기본서 위주로 학습했다. 그리고 9월부터는 모의고사 문제를 집중적으로 풀었다. '수리는 가능하면 많은 문항을 접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강사 선생님의 충고를 따라 모의고사를 하루에 한 회씩 풀어냈다. 박씨는 "다양한 문제를 다루면서 새로운 문제유형에 당황하지 않게 됐다. 점점 실수도 줄여나갔다"고 했다.
외국어영역의 경우 소홀해질 수 있는 듣기평가를 학원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으로 익혀 감을 놓지 않았다. 독해, 문법 등은 모의고사를 매일 한 회씩 풀며 보충했다. "지문 하나를 오래 들여다보며 분석하기보다 큰 흐름을 짚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사회탐구영역은 학원수업과 주말 학원에서 제공하는 인터넷 강의로 부족한 부분을 채웠다.
◆ 독한 마음이 입시 결정
반수 생활은 자신을 얼마나 제어하느냐에 따라 입시 성패가 결정된다. 박씨는 독한 마음을 먹고 자신의 생활을 통제했다. 전날 아무리 늦게 잠자리에 들어도 새벽 6시가 되면 일어났다. 그리고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까지 빡빡한 학원수업을 한 차례도 빠지지 않았다.
반수를 결심한 처음 한 달은 학원 근처 독서실을 이용했다. 새벽 2시까지 예·복습을 하면서 늘 수면이 부족하고, 잦은 두통에 시달렸다. 결국 그는 독서실을 끊고, 학원 자습시간을 활용하기로 결심했다. 학원 내 자습실에서 밤 11시까지 그날 공부내용을 확인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충했다. 이동 시간도 아꼈다. 그는 여유와 명확한 목표, 그리고 오답노트를 반수 생활의 핵심 아이템으로 꼽았다.
"초조해지면 무조건 지는 거에요. 여유를 가져야죠. 그리고 뚜렷한 목표가 필요합니다. 모의고사 성적에 연연할 필요 없어요. 수능에서 실수할 내용을 미리 알고 다듬을 소중한 과정일 뿐이거든요. 하지만 시험 직후 오답노트를 만들어 분석해 같은 실수를 막아야겠죠."
절박함·시간 부족한 반수… 철저한 생활 통제가 열쇠
반수로 대학 합격한 연세대 1 박상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