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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성향의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국제중 졸업생들의 내신 성적에 혜택을 주는 '비교내신제'를 재검토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교내신제' 혜택을 주지 않을 경우, 국제중 재학생의 80%는 과학고·외국어고 등 특목고 진학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곽 교육감은 "국제중·외국어고를 정상화하겠다"며 '엘리트 교육기관'을 손보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면서도 "재학생 기득권은 인정하겠다"는 다소 절충적인 입장을 유지해 왔다. 이 때문에 국제중 '비교내신제' 지속 여부는 엘리트 교육 유지냐, 전면 평등주의 교육으로 가느냐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비교내신제 없으면 '식물학교'
당초 서울시교육청은 국제중 졸업생들에게 고교 진학시 '비교내신제' 혜택을 주는 쪽으로 내부 방침을 정했었다. 현재 중학교 2학년인 대원국제중·영훈국제중 1회 입학생들은 내년 첫 고교 입시를 치를 예정이어서, '비교내신제' 적용 여부는 올해 안으로 확정해야 한다. -
'비교내신제'는 학생들의 내신 성적을 상향 조정해 입시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게 하는 제도로, 현재 예술중 학생들에게 적용하고 있다. 예컨대 국제중에서 전교 100명 중 70등 하는 학생은 일반중에서 전교 7등에 해당하는 점수를 주는 식이다.
입시기관 하늘교육의 임성호 이사는 "국제중엔 초등학교 2~3곳에서 한명씩만 합격할 정도로 최상위권 학생들이 모인다"며 "외국어고 1차 전형이 영어내신 100%이기 때문에 '비교내신제'가 없으면 국제중에서 외고에 진학할 학생은 20%를 넘기 힘들다"고 전망했다. 심지어 지원 자격이 '내신 상위 50%'인 자율형사립고 지원조차 쉽지 않을 수 있다.
문제는 곽 교육감측이 이 같은 '비교내신제'에 대해 비판적이었다는 점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지난달 취임준비위 업무보고에서 국제중 비교내신제 적용 여부가 집중 논의됐다"며 "곽 교육감 정책기조상, 적어도 국제중에 새로 입학하는 학생들은 비교내신제 혜택을 못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곽 교육감측은 "업무보고만 받았을 뿐 국제중 비교내신제에 대해 정해놓은 방침은 없다"고 말했다.
◆사회적배려대상자 예산도 삭감
비교내신제 말고도 국제중이 위기에 처한 상황은 또 있다. 국제중 총 정원의 20%를 선발하는 저소득층 등 사회적배려대상자 학생들의 수업료를 지원하기 위한 추경예산 4억2920만원을 서울시 교육위원회가 전액 삭감한 것이다. 지난달 시의회에서 2억원을 확보해 놓았지만 여전히 예산이 부족한 상태다.
진보 성향의 최홍이 교육위원은 "국제중 설립 때부터 사회적배려대상자 수업료는 재단이 책임지기로 했었다"며 "교육청 예산으로 할 이유가 없다는 점에 교육위원 전체가 동의해 삭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 국제중 관계자는 "첫해만 국제중이 부담하기로 교육청·교과부와 얘기가 끝난 사안인데, '진보 교육감'을 등에 업은 진보 성향 교육위원들이 주도해 삭감했다"며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명희 공주대 교수(역사교육학)는 "국제중·외국어고 등에 대해 앞으로 여러 정책 전환이 있겠지만, 사회적 합의로 형성된 엘리트 교육기관은 반드시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중 '비교내신제' 폐지되나
오현석 기자
socia@chosun.com
곽 서울시교육감 재검토 시사
비교내신제 혜택 없으면 국제중 재학생 80%가 특목고 진학 사실상 불가능